[단독] '연돈볼카츠' 가맹점, 백종원은 왜 지인들에게만 내줬나

탐사보도팀 / 기사승인 : 2021-12-02 18: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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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돈볼카츠 매장 4곳 중 한 곳 직영점, 나머지는 가맹점
가맹점주는 백종원 외조카, 호형호제 관계, 계열사 대표
'골목상권 침해' 논란 이어 '방송 아이템 사유화' 지적도
백종원 "고속도로 휴게소·우수가맹점주들에 허가 예정"
지난달 22일 오후 제주의 날씨는 쌀쌀했다. 잔뜩 찌푸린데다 바람이 드셌다. 그런 날씨에 오후 2시가 넘은 시간 '연돈볼카츠' 제주사수점은 문전성시였다. 20여 명이 대기표를 들고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연돈볼카츠는 이미 전국구 맛집이 되어 있었다. 

'연돈'은 원래 서울 서대문구 포방터시장의 작은 돈가스 가게였다. 폐업을 고민할 만큼 영세했다. 그런 와중에 더본코리아 대표이자 방송인 백종원 씨를 만나면서 운명이 바뀌었다. 백 대표가 "우리나라 돈가스 끝판왕"이라고 극찬하면서 골목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2018년 11월~12월 SBS 예능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무대이자 발판이었다. 

연돈이 시장 골목을 벗어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백종원이 예능 프로그램을 이용해 자기 사업을 확장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진 것이다.

2019년 12월 연돈이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제주 서귀포시 '호텔 더본' 바로 옆 건물로 이전한 것이 발단이었다. 연돈 매장이 들어선 건물 역시 더본코리아 소유다. 논란이 일자 2020년초 방송에서 "향후 5년 이내 프랜차이즈(체인점) 계획은 없잖아요"라고 백 대표가 묻고, 연돈 김응서 사장이 "네. 계획이 없습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그러곤 2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그새 연돈은 전국화했다. 백 대표와 김응서 사장은 연돈돈가스에 착안해 신제품 '연돈볼카츠'를 개발했고, 지난 9월15일 더본코리아는 연돈볼카츠 제주사수점을 오픈했다. 이후 강남CGV점, 제주성산일출봉점, 분당서현점이 연이어 문을 열었다. "발언 번복"이라는 비판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백 대표는 "한돈 비선호 부위인 뒷다리살 소비 확대를 위한 것"이라고, 김응서 사장도 "한돈 농가의 요청을 받아 개발한 메뉴"라고, 공익성을 강조했지만 '공익 아이템 사유화' 논란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다. 백 대표가 연돈볼카츠 가맹점 사업권을 자기 지인들에게만 준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를 숨기려 한 것인지 속칭 '바지사장'까지 동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UPI뉴스 취재 결과 연돈볼카츠 4개 매장 중 세 곳의 대표자는 모두 백 대표의 친척이거나 지인, 즉 '백종원의 사람들'이다. 1호점인 제주사수점만 더본코리아 직영점이다. 나머지 3개 매장(서울 강남CGV점, 제주성산일출봉점, 경기 분당서현점)은 모두 가맹점인데, 이 3곳의 사업권을 모두 지인들에게 준 것이다.  

일반 사업자에게는 빗장을 걸어잠근 상태다. 현재 더본코리아엔 연돈볼카츠 가맹 희망 문의가 하루 300통씩 쏟아지는데 사측은 "확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골목상권 살리기'가 '백종원의 사업'으로 변질된 형국이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인사는 "백종원 대표가 '골목식당'이라는 공익성 프로그램을 통해 전국적으로 알려진 사업 아이템(소재)을 사유화하고 있다"며 "더군다나 백 대표가 골목상권 살리기를 역설하면서 골목상인이나 영세업자가 아닌 이른바 경제적으로 '있는 사람들'로 보이는 '자기 사람들'만 챙기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지적했다.

'연돈볼카츠'는 한돈 뒷다리살을 다진 뒤 양파와 뭉쳐 튀긴 음식이다. 모든 연돈볼카츠 매장에선 테이크 아웃만 가능하다.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는 현재 홍콩반점, 빽다방 등 24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 지난 11월23일 연돈볼카츠 제주성산일출봉점. 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20여 명이 주문을 하기 위해 줄서 있었다. [탐사보도팀]


백종원, 왜 지인들한테만 가맹점 사업권 줬을까


지난 9월27일 문을 연 강남CGV점 대표 전모 씨는 더본코리아 주요 협력사인 인테리어업체 세림아이앤아이 김모 대표이사의 어머니다. 김 대표는 백 대표가 살던 서울 방배동 집을 지난해 8월 16억5000만 원에 매입했다. 현재 이 집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백 대표와 공동대표이사로 부동산임대업 회사를 2012년 설립했다가 2018년 청산하기도 했다. 2014년 더본코리아가 제주도 서귀포시에 있는 '호텔 더본'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김 대표는 가등기권자였다. 오랜 지인으로 사업적으로도 긴밀한 백 대표와 사석에선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11월8일 문을 연 제주성산일출봉점 공동대표 박모 씨는 더본코리아의 특수 관계기업 피앤제주사랑 대표이사다. 피앤제주사랑은 더본코리아 2019년과 2020년 감사보고서에 '기타 특수관계자'로 적시돼 있다. 2017년과 2018년 감사보고서엔 더본코리아 관계가 더 구체적으로 나온다. 피앤제주사랑은 '동방에프앤비'의 투자회사인데, 동방에프앤비는 백 대표의 투자회사 '피앤홀딩스'의 투자회사다. '백종원-피앤홀딩스-동방에프앤비-피앤제주사랑'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인 셈이다. 박 씨는 더본재팬 대표취재역(대표이사)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더본코리아 사내이사의 처남이기도 하다.

지난 11월9일 개업한 분당서현점 대표 이모 씨는 백종원 대표의 큰누나 백모 씨의 아들, 그러니까 백 대표의 외조카다. 미국에서 유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큰누나 백 씨는 백종원 대표가 이사장인 충남 예산의 학교법인 예덕학원 이사이기도 하다.

백 대표는 왜 지인들에게만 연돈볼카츠 가맹점 사업권을 내준 것일까.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논현동 더본코리아 사무실에서 UPI뉴스 취재진과 만나 "무엇보다 가맹점주한테 도움이 돼야 한다"면서 "잘 모르는 사람한테 (사업 초기에 가맹점을) 주면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지인들 위주로 (가맹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UPI뉴스 자료사진]

백종원 외조카 대신 큰누나가 직접 매장 운영

가맹점 대표를 맡은 이들은 이름만 내건 '바지사장'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강남CGV점 대표로 등록돼 있는 전 씨는 1953년생으로 만 68세이며 충북 영동에 살고 있다. 영동에서 서울 강남까진 자동차로 최소 3시간 걸린다.

지난 11월15일 기자가 영동에서 만난 전 씨는 김장김치를 담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자가 "연돈볼카츠 매장 운영자는 따로 있는 것이냐"고 묻자 전 씨는 "(내가) 서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가 연돈볼카츠 가맹점을 공개적으로 모집한 적은 없지 않냐"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했다. "아들인 김 대표와 백종원 대표 관계 때문에 가맹점을 하게 된 것이냐"는 질문엔 얼버무리며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기자는 최근 분당서현점 아르바이트 모집 공고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받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전화가 왔다. 분당서현점 대표로 등록된 이 씨가 아닌 그의 어머니이자 백종원 대표의 큰누나인 백 씨 휴대전화 번호로 회신이 온 것이다.

기자가 "가게 사장님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백 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가맹점인지 여부에 대해선 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백 씨는 "가게는 직영 시스템인데 법인은 아니어서 아르바이트 계약은 나랑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본코리아 직영 시스템인데 법인이 아니라는 아리송한 답변이었다. 

그렇다면 '바지사장'을 내세워 운영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가맹점 진짜 주인이 백 대표 지인이란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 자칫 비난을 사거나 문제가 될 수 있어 이를 은폐하기 위한 방책일까. 아니면 바지사장을 어쩔 수 없이 내세워야만 하는 다른 특별한 사연이 있는 걸까. 이에 대해 백 대표는 "바지사장이 아니다. 일부러 숨길 이유가 뭐가 있느냐. 매장별로 각자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고만 말했다.

UPI뉴스 취재진이 서울과 경기, 제주 등지서 영업 중인 연돈볼카츠 4개 매장을 모두 방문해 육안으로 확인한 결과 모두 식사 시간은 물론 그 외 시간에도 성업 중이었다. 연돈볼카츠 가맹사업이 한돈 농가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와 별개로 연돈볼카츠 인기로 백 대표 지인들은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3일 방문한 연돈볼카츠 제주성산일출봉점은 추운 날씨에도 20여 명이 매장 주변서 차례를 기다렸다. 취재진이 주문한 지 20여 분 지나서야 볼카츠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핫 플레이스'였다. 매장 직원은 하루에 볼카츠 800~900개가 팔린다고 했다. 볼카츠는 한 개에 3000원. 제주성산일출봉점(매장 면적 21.3㎡·6.4평)의 한 달(30일 기준) 매출은 7200만 원~8100만 원으로 추산된다.

▲ 2020년 1월8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이 자리에서 백종원 대표는 연돈의 프랜차이즈화 우려에 대해 연돈 김응서·김소연 사장에게 "향후 5년 이내 프랜차이즈 계획은 없잖아요?"라고 물었고, 김응서 사장은 "네. 계획이 없습니다"고 답했다. [SBS 캡처]

"매장 10여 곳 오픈 예정…일반 가맹점주 모집 안 한다"

더본코리아가 운영하는 더본창업센터엔 연돈볼카츠 가맹 문의가 하루에 약 300통씩 오는데 더본코리아 측은 "현재로선 신규 가맹점을 안 받는다"고만 답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더본창업센터는 빽다방,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 가맹희망자들에게 상담해주는 곳이다.

더본코리아 내부 사정에 정통한 인사는 최근 "연돈볼카츠 매장은 약 10개까지 늘어날 예정"이라면서 "추가로 생겨날 가맹점도 회사 관계자가 운영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백 대표는 왜 일반 가맹희망자들에겐 문을 닫아놓은 것일까. 이에 대해 백 대표는 "(지인들 가맹점은) 가맹점이라기보다 테스트 매장이다. 테스트 매장을 이렇게 (지인들 가맹점을 통해) 운영하는 건 처음이다. 지인들 매장을 통해 새로운 메뉴와 소스(양념) 등을 테스트한다고 봐야 한다"면서 "이달(12월)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 (더본코리아 본사와) 소통이 잘 되는 기존 우수가맹점 점주들을 대상으로 (가맹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가맹 사업 반응이 좋으면 일본과 중국 등 해외에도 매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테스트 숍(매장)' 혹은 '안테나 숍'은 대부분 직영점이다. 따라서 백 대표가 "테스트 매장을 이렇게 운영하는 건 처음"이라고 밝힌 것은, 연돈볼카츠 가맹점을 테스트 매장으로 활용하는 게 이례적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테스트 매장을 가맹점이 아닌 직영점으로 운영하면 관리하기 쉽고 투명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백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는 직영점을 줄이는 추세"라면서 "직영점과 가맹점의 임금 체계 등이 달라서 가맹점으로 한 것"이라고 답했다. 직영점을 운영하면 임금 등이 더 들어간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전문가는 "프랜차이즈 업계 직영점과 가맹점의 시급, 4대 보험, 주휴수당 등 임금체계는 거의 동일하다"고 말했다. 백 대표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따르면 '연돈볼카츠' 가맹본부인 더본코리아는 1994년 1월12일 설립됐다. 대표자는 백종원, 업종은 분식이다. 연돈볼카츠 가맹사업 최초 등록일은 지난 8월30일이다. 가맹점 사업자 부담금은 가입비(가맹비) 175만 원, 교육비 55만 원, 보증금 500만 원, 기타 비용 4776만1000원 등 모두 5606만1000원이다. 인테리어 비용은 3.3㎡(1평)당 220만 원으로 기준점포 면적 33㎡(10평)이면 2200만 원이 소요된다. 가맹 계약기간은 처음 2년이며 1년 연장할 수 있다.

UPI뉴스 / 탐사보도팀 김지영·남경식 기자 tamsa@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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