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정원, 국내정보 접고 사이버∙우주정보로 확장

김당 / 기사승인 : 2021-01-14 11: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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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부서장 인사→31일 사이버∙우주정보 업무규정 공포
우주정보 확장은 국정원 관련 정찰위성 '425사업'과 연관
미 우주군(USSF), 18번째 정보공동체 가입…정보협력 필요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연말에 정보기관답게 두 가지 업무를 소리소문없이 진행했다.

▲ 국정원의 직무영역이 우주정보활동으로 확장되었음을 보여주는 '미래로 가는 국정원' 홍보 동영상의 캡처 사진


하나는 12월 29일 국정원 1∙2급 부서장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해외분야 2개 부서를 포함해 8개 부서장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원장 부임 후 사실상 첫 인사이다.

다른 하나는 2020년의 마지막날인 31일 국정원 업무 영역을 사이버 공간과 우주 공간까지 확장한 관련 법령을 제정공포한 것이다. 국정원 60년 역사에서 우주정보 활동이 직무 범위에 포함된 업무규정(대통령령)이 제정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국정원, 연말에 부서장 인사 이어 '직역 확장' 법령 공포

국정원은 앞서 지난해 12월 15일 전부개정된 국가정보원법(법률 제17646호, 2021. 1. 1. 시행)이 공포되자 마자, 업무규정 일부개정령안 2개와 제정령안 2개를 입법예고했다.

▲ 국정원 소관의 사이버안보 업무규정과우주정보 업무규정 제정령안이 지난해 12월 31일 공포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입법지원센터 홈페이지 캡처]


방첩∙보안 업무규정 개정령안과 사이버안보∙우주정보 업무규정 제정령안 등 이 4개 법령은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해 12월 31일 공포되었다.

이 가운데 방첩∙보안 업무규정 일부개정은 국정원법 개정에 따라 하위법령을 개정한 것이지만, 사이버안보∙우주정보 업무규정은 새로운 직역 개척에 따른 제정법령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내 정보 수집∙분석 업무를 폐지한 대신에 업무영역을 사이버공간과 우주공간까지 확대하게 되었다.

▲ 박지원 원장은 "국정원은 미래로 가겠다"면서 "국가 사이버 안보와 AI(인공지능), 인공위성 등 과학정보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미래로 가는 국정원' 동영상 캡처]


두 업무는 지난해 박지원 원장 부임후 추진된 역점 사업이다. 국정원이 지난해 10월 홈페이지에 게시한 홍보 동영상을 보면, 박 원장은 "국정원은 미래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국가 사이버 안보와 AI(인공지능), 인공위성 등 과학정보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국정원이 나아갈 방향을 분명히 했다.

국정원이 31일 공포한 두 법령을 보면 새로운 정보활동의 방점이 어디에 찍혀 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국가사이버안전 관련 시설 확충…박지원 "국정원 예산의 절반 투자"

우선 올해 1월 1일부터 시행된 개정된 국정원법에 따르면,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는 국제 및 국가 배후 해킹조직 등 사이버안보 관련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 관한 사항이 추가되었다.

개정된 법률에서 위임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사항을 정한 '사이버안보 업무규정'에 따르면, 국정원은 중앙행정기관 등에 대한 사이버공격 예방∙대응 업무를 효율적∙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본대책의 수립∙시행, 사이버공격∙위협 예방 조치, 진단∙점검, 탐지∙대응 업무를 총괄 수행한다.

예를 들어 국정원장은 중앙행정기관장이 시행하는 정보화사업에 대한 보안성 검토를 실시하고, 그 보안성 검토 결과의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정원장은 중앙행정기관의 정보보호시스템, 암호장치의 도입∙운영에 관한 보안대책을 수립하고, 중앙행정기관이 도입∙운영하는 정보보호시스템, 암호장치가 해당 보안대책에 적합한지 검증할 수 있다.

특히 국정원은 정부기관 및 공공기관∙대학 등에 대한 북한을 포함한 해외 해킹그룹의 사이버공격에 늘어남에 따라 정부 차원에서 사이버공격∙위협을 즉시 탐지∙대응하기 위해 국가사이버안전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박지원 원장은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국정원 정보활동은 사이버가 핵심"이라며 "국정원 예산의 절반은 국가사이버안전에 투자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국가사이버안전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공격하는 사이버 공격 중 북한발(發)이 70~80% 정도이고 그 다음이 중국발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주정보 활동은 국정원 관련 '425사업'과 연관

국정원은 또한 1일 시행된 국정원법의 국정원 직무 범위에 '위성자산 등 안보 관련 우주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에 관한 사항'이 추가됨에 따라 제정한 '우주정보 업무규정'에 국정원장이 위성자산 등을 활용해 안보 관련 우주정보를 수집∙작성하고 관계기관 등에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정원의 우주정보 업무규정에 따르면, 안보 관련 우주정보의 범위는 "우주물체 및 이와 관련된 시설∙시스템에 관한 정보와 우주 사고∙위성정보∙우주 위험에 관한 정보 중 국가안보와 관련된 정보"이다.

업무규정에 따르면 국정원장은 위성자산 등을 활용해 안보 관련 우주 정보를 수집∙작성∙배포할 수 있고, 관계기관 소관의 위성자산 등을 활용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기관의 장과 협의하도록 했다. 또한 국정원장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및 위성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보안조치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처럼 우주 공간으로 정보활동의 영역을 확장한 1차적 배경은 국정원이 보안업무를 관장하는 '425사업'과 연관돼 있다.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발사 전에 탐지해 선제 타격한다는 '한국형 킬 체인(Kill Chain)'을 완성하기 위해 한국군 독자 대북감시 정찰위성(5기) 확보계획인 '425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 하에 체계개발 중인데 2022년까지 EO/IR(전자 광학·적외선) 위성 1기, SAR(측방관측레이더) 위성 4기를 전력화 예정이다. SAR 위성은 주야간과 비가 오는 때에도 북한 전역을 전천후로 정찰할 수 있어, 전력화가 되면 북한을 2시간마다 정찰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김정은 총비서가 원산 특각(별장)에 은둔할 경우 미국 정찰위성의 영상정보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국정원과 군 당국이 독자적으로 소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한국이 자체 운용하는 인공위성 해상도가 1m(사진 1픽셀의 크기가 가로 세로 1m)에 불과해 미군 정찰위성이 제공하는 영상정보(해상도 30cmX30cm)에 의존하는데, '425사업'의 군용 정찰위성의 30cm 해상도는 글로벌 호크, U-2 정찰기의 해상도이다.

 

미 우주군(USSF), 창설 1년 만에 미 정보공동체(IC) 가입

국정원 우주 공간으로 정보활동의 영역을 확장한 또 다른 배경으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동맹국인 미국과 주변국이 우주 쟁탈전을 벌이고 있는 점이다.

▲ 미국 정보공동체(IC)의 수장인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DNI)은 지난 9일 미국 우주군(US Space Force; USSF)이 IC에 18번째로 가입했다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 [DNI 트위터 캡처]


미국 17개 정보기관의 수장인 존 랫클리프 국가정보국장(DNI)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우주군(US Space Force; USSF)이 미 정보공동체(Intelligence Community; IC)에 18번째로 가입했다고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발표했다. 미 'IC 클럽'의 신입 멤버는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랫클리프 국장은 이날 기념행사에서 "오늘 우리는 우주군의 IC 가입으로 어떤 나라에도 견줄 수 없는 우주 안보팀의 파워와 독창성을 기대한다"면서 "이번 가입은 미국의 이익을 위한 안전하고 자유로운 영역으로서 우주 공간을 확보하겠다는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시켜 준다"고 밝혔다.

USSF가 추가됨에 따라 9개의 국방 분야 조직이 미 정보공동체(IC)의 회원이 되었다. 레이건 대통령 시절의 '스타 워즈'를 연상케 하는 우주공간에서의 국방력 강화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역점 프로젝트이다.

앞서 미국은 공군(USAF)이 육군에서 떨어져 나와 별도의 군으로 창설된 지 72년만인 2019년 12월에 공군에서 독립된 6번째 군(軍)으로 우주군(USSF)을 창설했다. 창설 당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오늘날 우주공간은 전쟁의 영역으로 발달했다"며 "우주에서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우주군의 임무"라고 말했다.

 

"정보(조직)는 늘 외교보다 먼저 움직여야"

▲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월 24일 트위터에 공개한 미국 우주군의 로고(왼쪽)와 SF 드라마 스타트렉의 로고와 주인공들 [트럼프 트위터 캡처]


미국의 우주군 창설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도 우주군 창설에 나서면서 우주 패권 경쟁이 본격화됐다. 특히 미국과 러시아는 서로 상대방 위성을 비활성화할 수 있는 지상 기반 레이저 및 통신방해 장치를 배치했다. 냉전 시기 핵무기 경쟁처럼 우주에서의 무기 경쟁이 본격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우주에는 군사정찰 위성뿐만 아니라 GPS 위성 같은 민간 위성도 떠있고 군사정찰 위성도 민간 임무를 수행한다. GPS 위성에 맞춰 전자기기들이 가동되고 있고, 기업들도 GPS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상위성은 야간 예측을 위한 정보를 쉼없이 전송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매일 911에 전화하는 약 65만 건의 전화 중 다수는 위성 지원에 의존한다고 한다.

이제 우주 공간은 더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북한의 인공위성 로켓트 및 EMP(전자기펄스) 무기 기술을 감안할 때 우리도 우주공간의 정보활동이 중요해졌다. 하지만 정보활동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이다. 동맹국 정보기관끼리도 '주고받을 것'이 있어야 원활한 정보협조가 이뤄진다.

국정원 해외파트에서 오래 근무한 전직 간부는 "USSF가 창설 1년 만에 미 정보공동체 18번째 클럽 회원이 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정보(조직)는 늘 외교보다 먼저 움직여야 한다. 우리도 우주 정보활동 조직을 활성화해 미측과 신속하게 협력채널과 새로운 정보협력 틀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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