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상패딩에 검은 마스크…박주민의 '한끗' 다른 패션정치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0-11-24 11:31:48
  • -
  • +
  • 인쇄
양복 깃엔 금 배지에 세월호·4·3사건·동백꽃 배지까지
서울시장 출마 저울질…박영선·우상호와 경쟁 가능성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친문)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연구원'이 지난 22일 공식 출범했다. 서울 효창동 백범김구기념관에서 회원 4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창립총회 기념촬영 사진에서 단연 눈에 띈 의원은 박주민 의원이었다. 목선이 드러나는 파란색 티셔츠에 야상 패딩부터 정장 차림의 다른 의원들과 달랐다. 유일하게 검은 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했다.

▲ 도종환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앞줄 왼쪽 여섯번째)과 참석 의원들이 22일 오후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주의4.0연구원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원안이 박주민 의원. [공동취재사진]

정치인의 패션은 그 자체로 메시지다. '패션 폴리틱스(Fashion Politics)'라는 말도 있다. 현재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는 박 의원은 어디에서나 '한끗' 다르다. 화려하고 튀는 의상이 아닌 수수한 모습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 11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에서도 박 의원의 패션은 남달랐다. 함께 법안을 발의한 같은 당 우원식 의원은 어두운색 정장과 넥타이 등 '남성 국회의원 정석룩' 차림이었던 반면, 박 의원은 정장 위 경량패딩을 입고 그 위에 카키색 점퍼를 또 입었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발의 및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단순히 날이 추워서는 아닐 터. 중대재해법을 두고 기업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노동자와 같은 톤의 복장을 입고 그들을 대변한다는 취지였을 것이다. 박 의원 옆에는 '노동조합 정석룩'인 한국노총 조끼를 입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서 있었다. 많은 이들이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故 김용균 씨의 작업복을 입고 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했던 장면을 떠올렸다.

박 의원이 발의한 중대재해법의 골자는 △ 기업 및 정부 책임자 처벌 △ 법인에 대한 징벌적 벌금 △ 작업중지·영업정지·안전보건교육 △ 하한선이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등이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는 법 적용을 4년 유예한다.

▲ 7월 25일 오후 제주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시·도당 순회합동연설회에 앞서 후보자들이 손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낙연 의원, 김부겸 전 의원, 박주민 의원. [뉴시스]

앞서 박 의원은 8월 당 대표 경선 때도 다른 후보들과 다른 모습으로 관심을 끌었다. 후보 중 유일하게 40대인 박 의원은 한 끗 다른 패션을 통해 '젊음'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타이에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복장으로 연설 도중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고, 어깨 띠도 혼자 파란색이 아닌 흰색으로 맸다.

박 의원은 양복 깃에 여러 개의 배지를 달고 다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국회 배지는 물론, 세월호 나비 브로치와 제주 4·3 항쟁 희생자를 기리는 동백꽃 배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그리고 여수·순천(여순) 사건 등과 관련한 배지 등이다. 여순사건은 1948년 10월 19일 여수 주둔 국방경비대 제14연대 소속 군인들이 제주 4·3 사건 진압 명령을 거부하며 정부 진압군과 맞서는 과정에서 수많은 민간인과 군경이 숨진 사건이다. 그동안 군인들이 일으킨 반란사건으로 간주돼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박 의원은 7월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이 (시민들이) 달아주신 배지고, 제가 달고 있으면서 그분들 뜻을 기억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달고 다닌다"라고 설명했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캡처]

때로는 한마디의 말보다 옷 한벌이 더 강력한 울림을 준다. 정치인의 신념과 가치관을 부담스럽지 않게 대중에게 각인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남성 정치인들은 돌연 수염을 기르거나 허름한 옷에 운동화를 신고 등장해 고뇌를 표현하거나 투쟁하곤 했다. 다른 점은 박 의원의 패션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에서 노숙자처럼 하고 다닌다고 해서 붙여진 '거지갑'이라는 별명처럼 외모를 신경쓰기 보다 소탈한 차림으로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법안발의 건수로 성실함을 증명했다. 20대 국회 때 박 의원은 공동발의에 이름을 올린 법안까지 더하면 무려 1285건의 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가 열리고 24일 이날까지 낸 법안만 131건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왼쪽부터), 김부겸, 이낙연 당대표 후보가 8월 16일 오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호남권·충청권 온라인(온택트) 합동연설회에서 손을 맞잡고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의원이 97세대로 '한끗' 다르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1973년 서울 출생이다. 딱딱하고 권위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윗 세대와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하고 도전적이라는 평가였다. 박 의원은 정치경력이 4년 반에 불과하지만 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해 거물급 정치인들과 맞붙으며 체급을 키웠다.

박 의원은 이제 서울시장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일 서울시장 선거 출마와 관련해 "빨리 결심을 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주위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짧게 고민하고 답을 드리겠다고 이야기를 드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향후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 등 86세대와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70년대생 서울시장'이 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2021. 1. 17. 0시 기준
72340
1249
582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