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해외공장 바로 옆에 공장 짓겠다는 SK의 '갑질'

김혜란 / 기사승인 : 2020-10-19 07:00:04
  • -
  • +
  • 인쇄
중견기업 일진 말레이 공장 바로 옆에 동박공장 짓겠다는 SKC
국감서 "자국 기업간 소모전에 기술유출 우려…산업부 중재해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의 해외 공장 옆에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같은 공장을 신설하려고 해 정면충돌 사태로 치닫고 있다. 해당 대기업은 SK계열사로, 갑질 논란 확산에 정치권이 이를 본격 거론하자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발을 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말레이시아 현지에서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해 꼼수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 말레이시아 쿠칭시 일진머티리얼즈 동박 공장(빨강)과 SK넥실리스의 공장 부지(파랑). [일진머티리얼즈 제공]

일진그룹의 계열사인 일진머티리얼즈는 2017년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라왁주 쿠칭시에 최첨단 동박 공장을 신설해 지난해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978년 국내 최초로 동박 기술개발에 들어가 1989년 전북 익산에 공장을 건설해 국산화에 성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춰 전기 배터리용 동박 시장에서 세계 2위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SKC는 SK넥실리스를 인수한 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쿠칭시에 있는 일진머티리얼즈 공장 바로 옆과 10분 떨어진 2곳, 이렇게 3곳을 최종 후보지로 선택해 현지 SK넥실리스 임원진이 현지 실사까지 마치는 등 최종 결정이 임박한 상태이다.

중견기업 해외공장 부근에 SK란 대기업이 8000억 원을 투자해 똑같은 공장을 건설하면 기술 유출과 인력유출로 인해 일진머티리얼즈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된다.

일진머티리얼즈 핵심 관계자는 "수년간 실패 끝에 성공한 중견기업의 공장 옆에 동일한 공장을 설립하는 건 자사의 엔지니어와 숙련공을 빼내 기술과 노하우를 탈취하려는 속셈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넥실리스의 전신인 LG금속은 1996년 일진머티리얼즈 공장에서 25분 떨어진 전북 정읍에 동박 공장을 준공해 머티리얼즈의 핵심 엔지니어 15명을 빼간 전력이 있다.

해외 동박 공장 건설 경험이 없는 SK넥실리스는 일진머티리얼즈가 성공한 해외 공장 바로 옆에 새로운 공장을 지어 기술과 인력을 빼내온 후 손익분기점을 빨리 넘어서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기차용 배터리 전문가들은 동박 공장의 경우 온도와 습도, 기후변화에 워낙 민감해 엔지니어의 기술력이 공장 성패의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며 성공한 해외 공장의 노하우를 빨리 알아내 수율을 높이려는 노력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 SK넥실리스는 말레이시아 일진머티리얼즈 공장(빨강) 바로 옆에 생산기지를 세우려고 했다. 비난 여론이 일자 자동차로 15분 떨어진 A 지역과 B 지역을 새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진머티리얼즈 제공]

SK넥실리스는 일진 공장과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공장후보지를 검토하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최근 15분 떨어진 공장 후보지 두 곳을 실사했다.

하지만 이 두 곳은 일진머티리얼즈 쿠칭 공장에 근무하는 현지근로자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곳으로 인력과 기술유출 우려가 여전한 상태이다.

일진머티리얼즈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쿠칭시에 대기업이 똑같은 동박 공장을 설립하는 것은 상도덕에 크게 어긋나며 기술을 탈취하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쿠칭시를 벗어난 말레이시아 다른 지역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정치권이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상대로 "일진머티리얼 해외 공장 옆에 SKC가 공장을 지으면 자국 기업 간 분쟁으로 인한 소모전과 기술유출 우려가 심각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해당 부처에서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측은 SKC와 SK그룹 관계자를 국회에서 만나 말레이시아 공장 설립 논란건에 대해 직접 질문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말레이시아 내 몇 군데 부지를 물색중"이라면서 "일진 공장 인근은 기대했던 것보다 물리적 조건이 좋지 않고 현재 결정된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배 의원실 관계자는 "SK가 중견기업의 인력과 기술 유출을 노리고 말레이시아 쿠칭시에 공장을 짓는 것은 매우 불공정한 사례"라고 지적한 뒤 "SK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전기차용 배터리 전문가들은 "SK가 자투리 부지에다 전력 부족이라고 난색을 표시한 쿠칭시에 공장 후보지 두 곳을 최종 후보지로 검토하는 것은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술과 인력유출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만평

2020.12.2 0시 기준
35163
526
28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