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리수거 선진국 맞지만…질 낮은게 문제"

권라영 / 기사승인 : 2020-09-21 18: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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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쓰레기책> 저자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늘어난 쓰레기, 처리할 곳 없어 땅 위에 쌓아놓는 실정"
"대충대충 분리수거…깨끗한 패트병 수거율 10%뿐"
"필리핀 마닐라베이에 가면 해양 쓰레기들이 상당히 많이 몰려와요. 그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버린 쓰레기도 아닌데 해마다 그걸 치워요. 치워도 또 몰려오고 또 몰려오는 상황인데도 거기를 떠나면 살아갈 수 있는 데가 없으니까 계속 감당하면서 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쓰레기 섬에 사는 것과 다름이 없어요."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는 2년여간 61개국, 157개 도시를 다녔다. 세계를 탐구하기 위해 떠나면서 그는 어머니로부터 '지구촌장'이라는 직함을 받았다. 지구촌 시민들이 어떻게 사는지 둘러보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책을 찾는 '해결사'의 입장에 서면 좀 더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지구촌장'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마어마한 양의 쓰레기였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올해 2월 직접 보고 겪은 쓰레기 이야기를 담은 <쓰레기 책>을 내놓았다. 7월부터는 시민단체 '시민이 만드는 생활정책연구원' 부설 쓰레기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UPI뉴스는 지난 18일 이 대표를 만나 쓰레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종로 한 카페에서 U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과 택배, 포장음식 등이 급격하게 늘어난 올해 상반기, 쓰레기 양도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 대표는 "통계로 나오는 걸 보면 작년 상반기보다 올해 상반기가 15~20% 정도 늘어났다"면서 "그런데 실제로 선별장에 가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2배 정도를 얘기한다"고 말했다.

"물론 2배라는 건 주관적인 거예요. 통계적으로 확실하지도 않고요. 그러나 현업에서 일하시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적게 잡아도 1.5배 이상이고, 2배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볼 때는 통계가 누락된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고 그러면 적어도 50% 이상 늘어났다고 봐야죠."

쓰레기가 늘어나면서 어떻게 처리하냐도 문제로 떠올랐다. 그는 "쓰레기가 기존대로 나와도 처리가 한계상황인데 더 나오다 보니까 이걸 쌓아두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로 쓰레기를 수출했는데 중국도 막히고, 동남아시아도 막혀서 기약 없이 국토 위에 쌓아놔야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반 쓰레기가 아닌 분리수거한 물품들도 일부는 재활용되지 못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는 재활용 선진국이 맞다. 분리수거를 이렇게 열심히, 페트병 스티로폼 따로따로 하는 나라가 많지 않다"면서도 "전 세계 평균 자체가 낮은 가운데서 잘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여기서 만족하면 안 된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의 '질'이다. 그는 플라스틱을 분리수거할 때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 있지 않고, 깨끗하게 세척된 상태에서 다른 재질이 붙어 있지 않을수록 '질이 높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페트병을 분리수거할 땐 세척 후 라벨과 뚜껑까지 깨끗하게 제거해야 '질이 좋다'고 할 수 있다.

"질 좋은 상품이 많이 나오면 나올수록 재활용률이 높아져요. 활용할 수 있는 폭이 아주 넓어지니까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페트병이 깨끗하게 수거되는 비율이 10% 정도밖에 안 될 거예요. 우리나라 페트병은 아주 질이 안 좋은 페트병이에요. 음료수가 담겨있고, 담배꽁초가 담겨 있고, 그러다 보니까 이걸 질 좋은 페트병으로 재활용할 수가 없어요."

더 쌓아놓을 곳을 찾기도 어렵다. 매립지나 소각장 등 쓰레기 처리시설이 이른바 '혐오시설'로 낙인찍혀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혐오시설이라고 하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쭉 왔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도 이해한다"면서도 "그동안 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해 관리 가능한 상태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시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매립지나 소각장이 집 밖으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눈밖에 멀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관리되기 오히려 어려워요. 예를 들어 집 밖에 있던 화장실이 안으로 들어오게 되면서 청결하고 위생적으로 운영을 해야 하게 됐죠. 도시를 하나의 집이라고 생각한다면 화장실은 안으로 들어와서 모두의 눈초리를 받으면서 법적 테두리 내에서 관리돼야 하는 거예요."

▲ 우리나라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동학 쓰레기센터 대표. [문재원 기자]

쓰레기센터는 이처럼 우리가 당면한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곳이다. 쓰레기 관련 법률 제정을 추진하고, 쓰레기 줄이기 프로젝트도 한다. 시민들을 위해서는 환경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업이 제품을 만들 때 폐기되는 단계까지 고려하는 디자인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도 함께 고민을 나눈다.

그는 '그린뉴딜'과 같은 정부의 환경 정책에 대해 "첫발을 뗀 것에 대해서는 응원을 해줘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늘 경제논리에 환경논리가 밀리고 있다"면서 "우리 시민들이 정치인을 선택할 때 환경을 주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쓰레기와 같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근'은 R&D를 통해 환경 창업시장을 많이 열고, 또 기업들이 변화했을 때 지원금을 주는 방안이다. '채찍'으로는 관련 법령을 지키지 않고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을 때 벌금 등 페널티를 물리는 방법을 제시했다.

기업에게는 환경을 위해 라벨을 쉽게 뗄 수 있는 등 분리수거가 쉽도록 제품을 디자인할 것, 그리고 재사용이 가능한 품목을 정리해 일회용이 아닌 다회용으로 사용할 것을 주문했다.

그럼 개인으로서는 어떤 것을 실천할 수 있을까. 이 대표는 먼저 "좀 불편하더라도 분리수거를 지금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사를 읽으시는 분들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분일 것"이라면서 "나만 노력하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은 힘이 없지만 뭉치면 힘이 생기는 거예요. 지금 이 기사를 읽는 우리가 시작해야 해요. 열 사람이 각자 열 사람에게 하면 백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우리 모두가 환경 전도사가 돼야 해요."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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