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지학순 주교, 45년만의 재심서 '긴급조치 위반' 무죄

김광호 / 기사승인 : 2020-09-17 17: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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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소급해 효력 상실"
내란선동·특수공무방해는 재심서 판단 못해 유죄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수감 생활을 했던 고(故) 지학순 주교가 40여 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을 받았다. 다만 내란선동 등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재심 사유가 없다며 기존 판단이 유지됐다.

▲ 지난 1974년 7월23일 故지학순 주교(왼쪽)의 양심선언 현장에 함께 한 故김수환 추기경(가운데)의 모습. [서울대교구 제공]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7일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과 내란선동, 특수공무집행 방해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故 지학순 주교에 대한 재심에서 지 주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내란선동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에 대해서는 재심 사유가 없다고 보고,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은 대폭 낮췄다. 1975년 지 주교에 대해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의 판결이 확정된 지 45년 만이다.

앞서 검찰은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긴급조치에 대해 잇따라 위헌 판단을 하자 1974년 비상군법회의에서 나온 지 주교 사건의 1심 판결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재판부 역시 "형벌에 관한 법령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거나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된 경우 법원은 형사소송법 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며 지 주교가 긴급조치 위반으로 기소된 것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내란선동과 특수공무집행방해라는 별도의 혐의와 관련해서는 "유죄 인정을 뒤집을 수 없다"라며 원심의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해당 혐의들에 대해선 재심 사유가 없어 다시 실체적 심리 및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판시 범죄 사실에 따르더라도 피고인(지 주교)의 행위로 국가 존립과 안정, 자유민주주의적 질서 유지에 큰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았고, 공무원에 대한 폭행 정도가 중하지 않고, 당시 시대적 상황과 민주화 정도 등 제반 양형조건을 고려해 따로 형을 정한다"고 설명했다.

지 주교는 1974년 '유신헌법 무효' 양심선언을 발표하고 체포돼 징역 15년과 자격정지 15년을 선고받았지만, 고(故) 김수환 추기경 등 종교계의 대대적인 시위로 이듬해 2월 석방됐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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