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월드] "미군 철수"…이라크 반미 시위 넉달째 '활화산'

장성룡 / 기사승인 : 2020-01-29 09: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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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 의석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 '100만 명 행진' 주도
트럼프 "축소하되 철수는 안돼…반대 시 경제 제재" 엄포

이라크에서 급진 시아파 성직자들과 친(親)이란 세력을 중심으로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100만명 행진(Million Man March)'으로 명명된 미군 철수 요구 반미 시위는 넉달째 이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지난 1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타흐리르 광장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이란도 비판했다. [Photo by Humam Mohamed/UPI]


27일(현지시간)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라크 남동부 나시리야에선 군경의 실탄 진압으로 지난 주말 동안 시위대 5명이 숨지고 75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실탄 진압 사실이 알려지지 흥분한 일부 시위대는 경찰서 등을 습격해 차량에 불을 질렀고, 시위대가 모여 있는 곳에 픽업트럭을 탄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쳐 총격을 가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고질적 경제난과 부패, 외세 개입에 항의해 바그다드와 남부 도시를 중심으로 전개된 시위와 이에 맞선 군경의 유혈 진압으로 현재까지 이라크 전역에선 500명이 넘는 시위대가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와중에 시아파가 주도하는 미군 철수 촉구 대규모 시위들까지 이어지면서 이라크는 악화일로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미군 철수 요구 '100만명 시위' 시아파 지도자 알사드르가 주도

지난 24일엔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주요 도시에서 이슬람 금요 대예배를 마친 시민 수십만명이 거리를 행진하며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점령자는 떠나라'와 같은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미군 철수 요구 시위를 벌였다.

나이든 노인들과 어린이들까지 동원돼 'no, no to America' 'no, no to occupation'이라고 적은 피켓과 이라크 국기를 들고 미국대사관이 있는 '그린존(Green Zone)'으로 향해 이라크 군경은 그린존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다리를 모두 봉쇄했다.

이번 대규모 미군 철수 반미 시위는 2018년 5월 총선을 통해 이라크 의회 최다 의석을 확보한 알사이룬 정파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100만명 행진'이라는 이름으로 제안해 이뤄졌다.

알사드르는 성명을 통해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맺은 안보협정을 취소하고 미군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며 "미군뿐 아니라 미국의 민간 보안업체도 영업을 중단하고, 이라크 영공에 대한 미군의 접근도 차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지막 한 명의 미군이 이라크 영토를 떠날 때까지 저항하겠다"고 경고했다.

알사드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반미 무장투쟁을 이끈 강경 시아파 성직자로, 미국과 이란의 개입을 모두 반대하는 반외세·민족주의적 인물이다.

미군 철수 촉구 시위에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세력과 친이란 민병대 세력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라크 내 정치권에선 경쟁 관계이고 이란에 대한 태도에서도 차이가 있지만, 반미 성향이 강하고 시아파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세력은 지난달 29일 미군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 기지를 폭격해 25명이 숨지자 이틀 뒤 바그다드 주재 미 대사관 앞에서 반미 시위를 주도하고, 일부는 미 대사관에 난입해 불을 지르기도 했다.

이라크 내 솔레이마니 폭살에 주권 침해 반미 여론 비등

이런 와중에 미군은 지난 3일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이란 군부 거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과 이라크 시아파 민병대(하시드 알사비·PMF)의 아부 마흐디 알무한디스 부사령관을 드론을 이용한 정밀 타격으로 폭살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미군의 이 군사 작전은 사전에 이라크 정부의 승인이나 양해를 구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이라크 내부에선 미국이 이라크의 주권을 침해했다는 반미 여론이 들끓었다.

이와 관련, 이라크 의회는 지난 5일 주권 침해 등을 이유로 미군 등 외국 군대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했고, 이라크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행정부에 이를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미국의 솔레이마니 제거 작전으로 자국 내에서 미국과 이란이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자 나온 결정이었다.

아델 압둘 마흐디 이라크 총리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미군 철수 계획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미군 드론(무인 항공기)이 이라크 정부의 허락 없이 이라크 영공에서 작전을 수행해 왔다고 지적하는 한편 이란은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를 공습해 이라크 주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슬람국가(IS) 소탕작전을 명분으로 이라크에 미군 5200명 가량을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6일엔 바그다드 소재 미국 대사관이 최소 3발의 로켓포 공격을 받아 최소 3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반미 무력 시위는 계속 격화되고 있다. 미 대사관이 이 같은 로켓공격을 받고 직원들이 다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다.

3발의 로켓 중 1발은 저녁식사 시간에 대사관 구내식당에 떨어졌으며, 나머지 두 발은 인근에서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의 부상 정도와 국적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은 하되 철수는 하지 않을 것"

문제는 이번 공격의 주체가 반미 시위와 미군 철수를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는 이라크 내 군벌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은 알사이룬 정파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의 제안으로 바그다드를 비롯한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100만명 시위'가 열린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한편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축소하되 철수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례총회가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바르함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갖고, 미군 주둔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라크 대통령실은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살리흐 대통령이 이라크 주둔 외국 군대의 감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감축과 관련해 어떤 의견이 교환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이라크 주둔 미군의 필요성에 동의했다고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전에 미군 철수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 "이라크는 우리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우리도 그들을 좋아한다"며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에 잔류하기 싫다. 하지만 미군의 완전 철수는 안된다"며 "다만 전례없는 방식으로 이라크 주둔 미군 규모를 감축하겠다"고 살리흐 이라크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 의회가 미군 철수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는 소식에 "미군 철수를 요구하면 이라크에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며 분노를 표출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우리는 이라크 주둔 미군을 5000명 선으로 줄였다. 이는 역사적으로 아주 적은 수준이다"라며 이라크 경제 제재 가능성에 대해선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보자. 우리 나름대로 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UPI뉴스 / 장성룡 기자 js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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