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제품 불매운동에도 '소설 스테디셀러 1위'는 일본 소설?

강혜영 / 기사승인 : 2019-09-13 11: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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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 1위에 일본 소설…국내 시장서 여전히 강세
소비자 "정치적 사안과 문화적인 콘텐츠는 분리해야"
전문가 "우익적 사상 가진 작가 작품 등은 불매 대상되고 있어"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소설의 국내 영향력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스테디셀러 매대 소설 분야 1위 자리에 일본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4위 자리에는 '라플라스의 마녀'가 놓여있다. [강혜영 기자]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를 방문한 결과 월간 소설 스테디셀러 1위 자리는 일본 소설인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지키고 있었다. 뒤이어 4위에는 '라플라스의 마녀', 10위에는 '가면산장 살인사건' 등 일본 소설들이 상위권에 대거 자리 잡고 있었다.

주간 외국 소설 베스트 셀러 매대에도 4, 5위에 일본 소설인 '기도의 막이 내릴 때'와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각각 놓여 있었다. 다른 서점도 마찬가지였다. 종각역 인근 영풍문고의 베스트샐러와 스테디셀러 상위권에도 다수의 일본 소설들이 이름을 올렸다.

온라인 서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 11일 기준 인터넷 서점인 예스24 홈페이지에 따르면 소설/시/희곡 스테디셀러 1위와 4위는 일본 작품들이 차지했다. 반디앤루니스의 온라인 사이트의 주간 소설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일본 소설이 7위에 오르는 등 일본 소설이 강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다.

일본 소설 판매량 자체는 최근 감소하고 있으나 불매 운동과의 연관성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보문고 측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 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43% 수준을 보이는 등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다만 감소세가 불매운동의 여파라고 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불매운동을 하기 전부터 일본소설의 판매량 하락세가 이어져 왔다"며 "전년 동기대비 올해 8월의 하락률이 100% 일본 불매운동 여파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의 경우 특정 일본소설의 인기로 판매가 집중되던 특수상황이 반영된 데 반해 올해는 킬러콘텐츠의 부재로 부진을 겪고 있던 상황이었고, 여기에 일본소설을 내는 출판사들이 (불매운동으로) 신간 출간을 뒤로 미루는 일이 생기는 등 복합적인 상황이 한꺼번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일본 정부의 한국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시행된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고등학교에서 숭실중 학생들과 숭실고 학생들이 태극기와 피켓을 들고 3.1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숭실 평화 대행진을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일본 불매 운동의 대상을 명확히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불매운동이 다양한 영역으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화적인 차원까지 불매를 해야 하냐는 논의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정치·경제적 사안들이 대결국면에 놓인 상황에서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는 것이 문화 측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매운동의 핵심은 일본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아베 정권의 규제를 거부하고 저항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불매 대상을 명확히 타겟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대체로 일본 문화상품과 콘텐츠 불매운동에는 신중을 기하자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10일 영풍문고에서 일본 서적을 보고 있던 대학생 김영수(20·가명) 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이후에도 일본 소설과 잡지를 즐겨보고 있다”며 “정치적인 사안과 문화적인 사안은 분리해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평소에 일본 소설을 즐겨 본다던 직장인 이진혁(29·가명) 씨도 "일본 문화를 소비하면 매국노라고 말하는 등 마녀사냥식 관점을 이해할 수 없다. 햄버거를 좋아하면 친미주의자라고 몰아붙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잘못된 논리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문화까지 불매하자는 주장은 불매운동의 취지를 잘못 파악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소설 등 문화 콘탠츠의 경우에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은 문화 콘텐츠는 불매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는 "문화는 정치적인 메시지를 담을 수밖에 없어 사실상 정치와 분리하기 어렵다"면서 "일본 작가 중에서도 양심적 지식인들의 책은 불매 대상이 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토대 위에서 작품이 만들어지지 않고 군국주의적 성향과 메시지를 담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이런 것들을 꼼꼼히 따져 이 같은 작품들은 끊겠다고 선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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