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주말 대규모 평화시위…무력 진압 일단 고비 넘겨

임혜련 / 기사승인 : 2019-08-18 19: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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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측 평화, 이성, 비폭력의 '和理非' 평화집회 강조
경찰 "먼저 무력 동원하지 않는다"…오후 8시까지 충돌 없어
시위대 이동 불허에 해산하며 벌이는 '유수집회'로 대응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홍콩 시위 사태에 중국이 무력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18일 오후 홍콩 도심에서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열렸다.


▲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18일 오후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렸다.[홍콩=강혜영 기자]


17일에 이어 18일도 대규모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돼 중국의 무력 개입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 지 홍콩 안팎에서 각별한 관심이 쏠렸다. 이날 오후 8시 현재까지 양측간의 별다른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홍콩의 대규모 도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단체 민간인권전선은 이날 오후 2시반부터 빅토리아 공원에서 송환법에 반대하고 경찰의 시위 강경 진압을 규탄하는 '검은 폭력과 경찰의 난동을 멈춰라' 집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검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메웠으며 이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었다.

 

10만 정도를 수용하는 공원이 집회 참가자로 가득차는 바람에 시민들은 공원 바깥 도로까지 길게 줄지어 늘어섰다.

    

집회 시작 전 한 중국인 참가자가 국기인 오성홍기를 들고 집회 현장으로 들어와 '하나의 중국'을 외쳐 시위대와 충돌하기도 했다.


민간인권전선은 당초 빅토리아 공원에서 센트럴 차터로드까지 행진을 할 계획이었으나, 홍콩 경찰은 폭력 시위가 우려된다며 이를 불허하자 "경찰의 요구에 대응해 '유수(流水)식 집회'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유수식 집회는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집회장에 15분만 머무르다 빠져나가 집회가 흐르는 물처럼 무리 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시위에 참가한 시민들은 연단에 오른 지미 샴 민간인권진선 의장의 구호에 맞춰 '프리 홍콩(free Hong kong)' '자유를 위한 투쟁'(fight for freedom) 등을 연호했다.


또한  5대 요구사항 수용을 의미하는 '오대소구'(五大訴求)와 '홍콩인은 단념하지 않는다'는 뜻의 '홍콩인 심불사'(心不死)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완전 철폐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집회에서 민간인권전선 천쯔제(岑子杰) 간사는 이날 집회를 평화시위로 만들자고 거듭 촉구했다.

천 간사는 "오늘 하루 평화와 이성으로 비폭력 시위를 이루자"며 "홍콩인들은 용감하고 싸움에 능하지만, 또한 평화와 이성, 비폭력을 통해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우리의 요구에 응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직장인 미셸 웡(Michelle Wong·28) 씨가 18일(현지시간)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아래는 시위대가 나눠준 피켓 [홍콩=강혜영 기자]

그는 "오늘 집회의 목적은 경찰과 폭력배의 난동과 폭력을 규탄하고 우리의 5대 요구를 수용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캐리 람 행정장관이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홍콩을 갈등과 충돌의 길로 밀어 넣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빅토리아 공원의 집회장을 빠져나간 홍콩 시민은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애드머럴티, 센트럴 등으로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


가두행진이 시작될 즈음 비가 쏟아지자 시민들은 우비를 입거나 우산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도 시위대 행렬이 도로를 가득 채우자 도로 곳곳이 인파로 정체되기도 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집회에 3000여 명의 경찰과 100여 명의 폭동 진압 경찰을 투입하고 있지만 최근 시위 강경 진압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시위대와 충돌을 최대한 피하려는 분위기다.


▲ 18일(현지시간) 오후 대규모 송환법 반대 집회가 열린 홍콩 빅토리아 공원 인근 도로를 집회 참여자들이 가득 메웠다. [홍콩=강혜영 기자]


한 경찰 관계자는 홍콩 명보에 "시위대가 자유롭게 행진하는 것을 용납할 것이며, 시위대가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한 경찰도 무력을 동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된 송환법 반대 주말 시위는 지난달부터 평화 집회 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극렬하게 충돌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주말 시위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오른쪽 눈이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한 부상자가 속출했고, 무려 149명이 체포됐다.


▲ 18일(현지시간)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빅토리아 공원에 지난주 경찰의 빈백건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한 여성의 사진이 담긴 전단지가 놓여 있다. [홍콩=임혜련 기자]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12일부터 이틀간 홍콩국제공항 점거 시위에 나서 979편의 항공편이 취소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무장경찰도 홍콩 경계에서 10분 거리까지 전진 배치돼 사실상의 '무력시위'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따라 17일 송환법 반대 시위는 이러한 우려를 의식한 듯 주최 측과 경찰 모두 최대한 자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홍콩 도심 센트럴의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주최 측 추산 2만2000여 명의 교사가 모인 가운데 송환법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으며, 오전에 시작된 집회는 오후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오후에는 카오룽반도 훙함 지역에서 수천 명의 홍콩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송환법 반대 집회 및 행진이 진행됐으며, 행진이 끝나고 나서 수백 명의 시위대가 인근 몽콕 경찰서를 둘러싸고 경찰과 대치했다.

일부 시위 참여자가 육교 위에서 경찰 차량에 쓰레기통을 던지고 경찰이 이에 맞서 빈백건을 발사하기도 했으나 더 이상의 충돌은 없었으며, 시위대는 저녁 8시 무렵 대부분 해산했다.

이번 주말 시위가 큰 충돌 없이 평화적으로 끝나면 중국이 홍콩 사태에 무력으로 개입할 명분이 약해져, 첨예한 갈등으로 치닫던 홍콩 시위 정국이 안정을 되찾고 소강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UPI뉴스 / 홍콩=임혜련 기자 i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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