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의 장관에 숨 멎다

UPI뉴스 / 기사승인 : 2019-03-01 18: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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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1]

전세계인들이 손꼽는 버킷리스트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의 절경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 끝없는 바다 위에 서 있는 것 같은 우유니 소금사막. 우기에는 사막에서 호수로 변해 장관을 연출한다. [셔터스톡] 

우유니(Uyuni)? 마시는 우유를 말하나. 소금사막이라니? 염전 아닌가. 처음 이름을 들었을 때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남아메리카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반드시 가야 할 곳으로 첫손에 꼽는다. 


마침내 그곳에 섰다. 주변은 망망하고 마음은 막막하다. 하늘과 땅을 가르며 길게 그어진 선은 수평선일까 지평선일까. 몸을 한 바퀴 돌려봐도 변함없이 따라온다. 낮게 내려앉듯 펼쳐진 하늘에는 다양한 모양의 구름이 자기 땅을 차지한 양 몰려다니고, 사람들 눈이 닿는 곳에는 목표물로 지적할 만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뿌옇게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 있는 듯, 꿈속을 헤매듯 아득하기만 하다. 멀고 가까움의 거리감도 낯설다. 이럴 수가!

라파스서 12~14시간 밤 버스 타고 우유니 마을로 


▲ 물이 들어찬 소금사막에서는 원근감이 없어 거리를 둔 물병 바로 위에 손이 있는 것처럼 찍힌다. (필자 모습)

 

볼리비아의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우유니로 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다. 12~14시간 동안 밤 버스에 시달리다 새벽에 우유니 마을에 도착하면 일단 숙소를 구해 아침이 올 때까지 잠시 휴식 시간을 갖는다. 그 뒤 장이 열리면 그곳에서 아침을 먹고 필요한 것들도 준비한다.

 

소금사막의 동쪽, 해발 3600m의 고지대에 있는 이 작은 마을은 볼거리는 별로 없으나 우유니 사막 관광을 위해 물품을 보급하는 전초기지로서 만만치 않은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우유니 투어’를 시작하는데, 대부분 2박 3일 일정을 선택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을 비롯해 국립공원 곳곳을 구경하고 칠레의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로 넘어가는 것이다. 여행 준비를 마치면 차를 몰고 온 기사들과 만나 짐을 옮긴다. 

 

차량은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만든 대형 4륜구동 SUV ‘랜드크루져’가 인기다. 튼튼하게 생겨 큰 사고 없이 잘 달릴 것 같다. 이런 차를 가졌으니 이곳의 기사들은 다 부자가 아닐까. 그런데 돈 많은 사람이 차량을 사서 빌려주고 기사들과 수익을 나눈단다. 역시 자본이 지배하다니 조금은 씁쓸했다. 

 

얼핏 소금 위를 달리면 차가 망가질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뭐, 그 사람들은 하루 이틀 다닌 게 아니니 당연히 대책도 있겠지. 차 한 대에 기사와 승객 6명이 탄다. 짐은 모두 차량 위 선반에 올리고 단단히 묶어 맨다. 짐까지 내부에 실으면 아무래도 자리가 좁아져 편안함이 덜하니 좋은 생각이다. 


선도차가 움직이면 나머지도 앞차의 꼬리를 물고 길로 나선다. 소금사막에 가기 전 기차무덤에 들른다. 허허벌판을 달리고 있는데 고철더미(?)처럼 보이는 낡은 기차들이 덩어리가 되어 길을 막는다. 해체되기만을 기다리는 듯 드러누워 속을 드러내고 있는 기차에는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마치 옛날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든 세트장을 보는 듯하다. 갱단 조직원들이 구석구석 어디엔가 숨어 총을 들고 사람을 겨누고 있을 것만 같다. 


볼리비아는 19세기 말 광산에서 채취한 광물을 운반하기 위해 철도를 놓고 열차를 운행했는데 1940년대 들어 광물이 고갈되면서 열차가 쓸모 없어지게 되자 그것들을 그대로 방치한 것이 오늘날 무덤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세월의 더께가 그 무게만큼 무겁게 얹힌 듯하다. 우울한 사연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관광객들은 이리저리 오가며 사진 찍기에만 바쁘다.

우기에는 물이 채워져 소금호수로 변신


▲ 라구나 콜로라다

 

중간 기착지 콜차니(Colchani) 마을에서 점심을 먹고 이제 소금사막으로 들어간다. 우기인 12~3월에는 20~30cm 정도 물이 고여 얕은 호수로 변한다. 앞에서 달리는 차를 보니 물을 헤치며 스르륵 미끄러지는 것처럼 보인다. 소금물이라 그런지 물은 왠지 묵직하게 느껴진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사방은 고즈넉하고 바람소리조차 사라진 듯 완벽한 정적 속에 있다. 장화를 준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샌들을 신고 조심스레 발을 물에 담근다. 발가락도 꼼지락거려 본다. 차츰 걷기도 하고 물을 첨벙이며 달리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찍어 물을 맛본다. 심하게 짜지는 않다. 

 

옛날 지각변동으로 바다였던 곳이 고지대로 바뀌었다는데, 그런 지질학 이론보다는 동화책에서 읽었듯 소금이 가득 찬 가마니가 가라앉아 있어 끊임없이 소금을 풀어내고 있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함께 온 사람들은 모두 재미있는 사진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서로 엉겼다 풀어지고, 각종 장난감을 들고 오는 등 일생의 ‘인증샷’ 찍기에 바쁘다. 물에 비친 그림자는 모두 자기 키만큼이다. 길게 늘어지지 않는다. 과학적인 근거는 모르겠지만 물결의 일렁임이 일정해 수평선을 기준으로 정확히 대칭의 그림을 그려낸다고. 

 

원근감이 없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찍으면 과자통이나 물병 위에 사람이 올라서기도 하고,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그러다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안개처럼 윤곽이 흔들리는 형체가 멀리서 떠오르기라도 하면 현실 세계가 아닌 곳, 이상한 나라로 걸어가는 듯한 몽환(夢幻)에 빠져들기도 한다. 한 가지 아쉬움은 호수에 물이 많이 차는 바람에 선인장이 가득한 물고기 섬(Isla del pescado)에는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하늘이 짙어지자 해넘이 장소로 움직인다. 명확한 지점이 있는 것 같지도 않고, 길도 뚜렷하지 않은데 차는 헤매지 않고 잘도 간다. 어차피 이곳은 주민의 길 안내가 없으면 애초에 들어올 수 없다. 주위가 어둑해지자 마음은 다소 가라앉는다. 그러나 차에서 내려 하늘과 땅이 합세해 빚어낸 데칼코마니의 장관과 마주치자 기분도 다시 들뜬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해와 그 해를 삼키듯 뱉어내듯 스쳐 지나는 거무스레한 구름들, 태양은 더욱 붉어져 보고 있는 사람들 마음까지 물들이고 땅은 그 모든 풍광을 고스란히 받아들인다. 샴페인 한 잔을 곁들여 넘어가는 해와 내일의 새로운 만남을 약속한다.
 

우유니 소금사막은 면적이 1만 2000제곱킬로미터로 세계 최대 규모다. 전체 소금의 양은 최소 100억 t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볼리비아 국민이 수천 년을 먹고도 남을 만큼 막대한 것이라고. 예전에는 지역 주민들이 소금을 채취해 생필품 마련에도 사용했으나 이제는 정부에서 허가한 회사가 맡아서 하고 개인은 채취하지 않는다.

다양한 색깔의 호수들, 다채로운 매력 선사


▲ 오야구에 화산

 

소금사막을 즐기고 난 뒤에는 주로 차를 타고 움직이면서 국립공원 곳곳을 둘러본다. 우유니 남쪽 일대는 에두아르도 아바로아 국립보호구역으로 자연 생태계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오야구에 활화산(5820m)은 연기를 내뿜고 있고, 화산지대 곳곳에는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호수가 줄지어 형성되어 있다. 라구나 카나파, 라구나 에디온다, 라구나 온다, 라구나 치아르코타, 라구나 라마디타스 등등. 라구나(Laguna)는 스페인어로 호수를 뜻한다.

 

또 실롤리(Siloli) 사막지대에는 갖가지 형상의 돌들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나무처럼 생긴 ‘돌나무(아르볼 데 피에트라)’도 있다. 이 모두가 바람의 솜씨라고.


마지막 날에는 아침 일찍 간헐천을 찾는다. 수증기가 피어올라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쌀쌀한 공기를 뚫고 발을 담그니 따뜻한 온기가 부드럽게 퍼지면서 피곤도 한결 덜하다. 칠레를 향해 떠나는 일행을 라구나 베르데와 리칸카부르 화산(5920m)이 배웅해 준다. 


우유니 투어가 주는 매력은 해발 4000m에 이르는 고지대에 펼쳐진 자연의 향연과 함께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버킷리스트’나 ‘평생 한 번’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다. 

 

열정 가득한 햇살과 푸른 하늘, 다양한 모습의 구름이 이뤄내는 한낮의 절경과 밤이면 하늘의 별이 모두 모인 듯 곳곳에서 세력 다툼을 하는 은하수. 소금사막 뿐 아니라 활화산, 갖가지 호수들, 간헐천, 기기묘묘한 형상의 거대 암석들. 온전히 자연에 푹 젖어 보냈던 선물 같은 시간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매일경제>, <중앙일보>, <문화일보> 편집기자와 데스크 등을 거치고 <메트로>와 <포커스>신문 편집국장 등을 지낸 뒤 <문학뉴스> 편집고문 겸 전세계 오지까지 탐방하는 여행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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