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1주년 특별기획③]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빅데이터, 내 삶을 설계하다

손지혜 기자 / 기사승인 : 2019-07-22 11:04:14
  • -
  • +
  • 인쇄
'초개인화'로 할인·대출·투자 등 이익 극대화…소외·차별 심화 우려도

'Target knows your secrets.' 미국 대형 할인마켓 '타겟'은 고객의 비밀을 안다고?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12년 타겟은 한 고등학생에게 유아용품 할인 티켓을 보냈다. 부모는 쿠폰을 잘못 보냈다면서 항의했다. 그러나 그 고등학생은 실제로 임신 중이었다. 타겟은 부모도 모르던 임신 사실을 구매 이력으로 알아냈다. 평소 구매하지 않았던 영양제와 화학물질이 적은 로션 등을 구입했기 때문이다.


▲ 무의식적으로 클릭했던 인터넷 사이트 이력부터 사이트에 머무른 시간, 관심 있게 본 상품군 등 우리의 모든 행동은 데이터로 남는다. [셔터스톡]


무의식적으로 클릭했던 인터넷 사이트 이력부터 사이트에 머무른 시간, 관심 있게 본 상품군 등 우리의 모든 행동은 데이터로 남는다. 빅데이터가 나보다 나를 더 잘 알 수 있는 이유다. 빅데이터의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활용은 이미 세계적 흐름이다. 보험, 카드, 은행, P2P 등에서 빅데이터 활용이 활발하다.


인슈어테크, 보험료 할인부터 사기 적발까지

보험업권에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별로 개인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은 자신에게 해당 사항이 없는 서비스에 대해 더 이상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 현대해상은 '어린이 할인 자동차 보험'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의 경우 안전운전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특약이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어린이 보험 데이터와 자동차 보험 데이터를 합쳐서 분석했더니 어린이가 있는 고객의 손해율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다"면서 "자동차 보험은 의무보험이니 다른 회사들과 완전 경쟁을 해야 하는데, 자녀할인 특약을 통해 우량고객을 확보할 수 있으니 회사에도 좋고 할인 받는 고객에게도 좋다"고 설명했다.


▲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해 보험 사기를 적발하는 시스템을 만들었고, 현대해상은 빅데이터를 이용한 '어린이 할인 자동차 보험'을 출시했다. [DB손해보험·현대해상]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데에도 빅데이터 분석이 쓰인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초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IFDS(Insurance Fraud Detection System)'를 지난 4월 오픈했다. 이는 장기보상 리스크를 측정해 난이도별로 케이스를 산출한 후 보상을 담당하는 직원의 능력에 따라 배당하는 시스템이다. DB손해보험 관계자는 "질병의 종류, 병명, 접수 건수, 병원 정보 등에 따라 난이도 별로 케이스를 점수화한다"면서 "이는 보험사기를 잡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절한 담당자에게 사고 건을 배당함으로 고객에게 빠르고 정확한 보상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고 설명했다.

카드사 빅데이터, 소상공인·소비자 모두 '윈윈'

카드업권은 개인의 소비 패턴과 성향에 대한 데이터를 보다 방대하게, 가장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곳이다. 타인의 적극적 권유가 있어야만 가입하는 보험과는 달리 대다수의 소비자라면 카드를 자발적으로 만들고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카드사들은 더욱 정밀한 데이터를 가지고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빅데이터 기반 '링크' 서비스를 운영한다. 먼저 고객의 소비 성향을 파악한 후 맞춤형 가맹점을 찾아 그 가맹점에서 제공하는 할인쿠폰 등의 혜택을 전달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모든 가맹점에서 전 이용객을 대상으로 혜택을 뿌렸기 때문에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었고 이용률은 그만큼 나오지 않았다"라면서 "그러나 링크는 가맹점들에게 따로 마케팅 비용(링크 채널 이용료)을 받지 않으니 가맹점의 입장에서도 이익이고, 맞춤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고객에게도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는 개인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가맹점을 찾아 그 가맹점의 혜택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링크'와 '마이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삼성카드·신한카드]


신한카드는 아예 빅데이터 사업본부가 있다. 이들의 사업 키워드는 'TPO'(Time, Place, Occasion)다. 신한카드가 운영하는 '마이샵 서비스'는 고객 중심으로 재정비된 데이터를 이용해 필요한 시점에 최적의 맞춤 가맹점을 제시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이뿐만 아니라 국가기관들하고도 연계해서 빅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통계청이나 한국은행에 빅데이터 자료를 제공해서 경기예측이나 선행지수 도출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관광문화원 쪽에는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실태가 어떤지 알려줘서 도움을 주려고 한다"고 부연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찾아 낸 P2P 투자 황금률

P2P업체 '렌딧'은 투자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원금손실 위험을 대폭 감소시킨 투자 방식을 찾아냈다. 100개 이하의 채권에 분산한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이 11.2%로 나타났지만, 101~200개 구간으로 분산투자한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은 1.5%로 크게 감소했다. 분산투자 채권수가 200개를 초과한 경우 원금손실 가능성은 0.3%이었고 300개를 초과한 경우에는 0.1% 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렌딧은 고객에게 많은 채권에 분산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렌딧은 신파일러(Thin filer·금융거래가 거의 없어 관련 서류가 빈약한 사람들)나 이미 대출이 있는 고객 등 고금리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사람에게 빅데이터를 이용해 맞춤형 중금리를 제공했다. 렌딧 관계자는 "업권별 협회 공시 자료를 기준으로 산출한 은행과 대부업권을 제외한 업권 평균 금리는 14.7%"라며 "렌딧은 개개인에게 맞춤형 금리를 제공함으로써 업권의 평균금리보다 4.8%p나 낮은 9.9%의 평균금리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다.

▲ 렌딧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분산투자가 원금손실 위험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렌딧]


빅데이터 활용한 케이뱅크 앱 개편…이용자 편의 개선

지난 4월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앱을 개편했다. 순방문자수, 페이지뷰, 체류시간, 이용 상품 및 서비스 종류, 빈도 등에 따라 고객을 5개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별 이용 특징을 도출했다. 이를 통해 메인화면을 비롯한 앱 페이지의 전반적 구성을 만들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덕분에 고객 체감속도가 기존보다 평균 30% 이상 개선됐다"라고 설명했다.

심리적 안정감을 증진하기 위해 시선추적 기술도 사용했다. 조회, 이체, 상품 안내·가입 등 각 화면별 시선의 흐름을 분석해 버튼, 아이콘 등의 배치 및 이미지 디자인을 결정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인지심리학 관점에서 고객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 지난 4월 케이뱅크는 빅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도록 앱을 개편했다. [케이뱅크]


빅데이터의 역기능…소외계층, 차별 야기

"인슈어테크가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는 장점이 많지만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생명보험협회 세미나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우려했다. 아울러 "개인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정보보호의 날 기념 세미나'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빅데이터 리스크로 '정보주체 소외'를 꼽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노령 층의 경우 정보 소외가 가장 심하다"면서 "이번 G20 중앙은행 총재 모임 때도 나온 얘기지만 노령 층이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니 인터페이스를 개선하는 등 이들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인종, 성 차별이 발생한다는 점 또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AI에게 "예쁜 사람을 찾아보라"는 명령을 입력했더니 백인을 골랐다는 일화가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구글 온라인 광고 시스템이 여성보다 남성에게 고임금의 직업을 추천할 확률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빅데이터 기반의 알고리즘 활용이 개인에게 구조화된 차별과 계층 문제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 금융위원회는 빅데이터의 리스크 요인으로 정보주체 소외를 꼽았다. [금융위원회]


개인정보 보호 VS 핀테크 산업 발전

개인정보 보호와 핀테크 산업 발전의 갈등과 충돌도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당사자가 개인 데이터의 수집 중지 의사를 밝히지 않는 이상 기업의 데이터 수집을 허용하는 옵트 아웃(Opt-out)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당사자가 개인 데이터의 수집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는 옵트인(Opt-in)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사들이 세계적으로 빅데이터 산업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심각성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금융위 관계자는 "2014년도 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당시 개인정보보호법이 강화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면서 "(미국식 운영 방식이) 국민적 정서에도 맞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정보인권연구소 등 3개 연구소가 실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 시민은 4차 산업혁명의 산업적 가치보다 정보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2.8%는 '금융 및 신용정보'를 가장 보호가 필요한 정보로 꼽았다.


"편리하지만 소름끼친다." 빅데이터 기반의 쇼핑 사이트를 이용한 소비자 A 씨는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빅데이터 문화가 보다 활성화하기 위해선 소비자에게 정보 이용 범위를 결정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 생산자들이 없으면 빅데이터도 없다.


U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인물

+

만평

+

스포츠

+

'회색 머리' 류현진, 뉴욕 메츠 상대로 7이닝 무실점 호투

류현진이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최근 부진을 떨쳐냈다.류현진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2019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와의 방문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안타 2개를 허용하고, 볼넷 없이 삼진 6개를 잡아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류현진은 평균자책점(ERA)을 2.45에서 2.3...

'MOM 손흥민' 토트넘, 크리스탈 팰리스에 4-0 대승

토트넘 홋스퍼가 손흥민의 대활약에 힘입어 크리스탈 팰리스를 4-0으로 압도했다.​토트넘은 14일 밤 11시(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4-0으로 승리해 승점 3점을 챙겼다.이로써 시즌 초반 리그 중위권에 있던 토트넘은 승점 8점으로 3위로 반...

'손흥민 멀티골' 토트넘, 크리스탈 팰리스에 4-0 리드 [전반종료...

손흥민의 멀티골에 힘입어 토트넘 홋스퍼가 크리스탈 팰리스를 4-0로 리드했다.​토트넘은 14일 밤 11시(한국시간) 잉글랜드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9-2020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크리스탈 팰리스를 상대로 전반전부터 4-0으로 앞섰다.이날 손흥민은 시즌 마수걸이골과 2호골까지 성공시켜며 득점포를 가동했다. 선제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