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20대는 반문, 40대는 친문 아성이 되었나

김명일 / 기사승인 : 2021-07-22 20: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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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 文 정권 반대-찬성 양대 세력으로 부상
20대 "경제, 부동산, 사회통합 등 총체적 실패"
40대 " 잘한것도, 못한것도 있지만 국힘은 안돼"
"이해 따른 투표 결과일 뿐 콘크리트 지지 없다"
대한민국 선거에선 늘 이념과 지역이 충돌한다. 좌냐 우냐, 보수냐 진보냐의 이분법이 작동한다. 영·호남 대결구도와 충청대망론 같은 지역주의도 여전하다.

하나 더 있다. 세대갈등, 세대전쟁이다. 대선이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금 여론 지형에서 세대별 특징이 두드러진다. 청년층과 중년층이 전례 없는 형태로 갈라진 양상이다. 20대는 30·40·50대 등 중장년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특히 20대와 40대가 극명한 대척점에 있다.

20대는 과반이 문재인 정권에 등을 돌렸다.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원한다. 40대는 과반이 문재인 정권을 지지한다. 여당의 정권재창출을 바란다.

20대는 왜 문재인 정권에 화가 난걸까. 이들은 60대 이상 노년층과 같은가, 다른가. 반대로 40대는 왜 콘크리트 지지층이 되었나.

▲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마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재원 기자]

지난 16일 SBS가 넥스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제20대 대통령선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8~29세(이하 20대)와 40대는 가장 멀리 있다.

20대 과반은 文정부 국정운영에 대해 "잘못하고 있다"(52.8%)고 답했다. 58.2%가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바란다고 했다. 이와 달리 40대는 文정부에 대해 "잘한다"(56.2%)고 평가했고, 53.2%가 여당에 의한 정권재창출을 바란다고 답했다.

20대가 보수화했다고 단정짓는 건 무리다. 20대 정당지지도를 보면 국민의힘 21.2%, 더불어민주당 20.1%로 동률이다. 반문재인 정서가 강하지만 그렇다고 국민의힘 지지도가 높은 것도 아니다. 40대가 민주당 39.5%, 국민의힘 13.2%로 민주당 지지도가 압도적인 것과 대비된다.

"우리는 보이지도 않나"…20대가 화난 이유


강 모(27) 씨는 대학 졸업 후 몇 년 동안 취업을 준비했지만 실패했다. 현재는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커피점 창업을 계획하고 있다.

강 씨는 "지지 정당이 특별히 없으며, 이념은 중도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과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늘어놨다.

강 씨는 "지난 대선 토론을 보며 모든 후보에 실망했고, 정치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거기서 거기란 생각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취업난과 부동산 문제 등 경제적 여건이 나빠짐을 느껴 현 정권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그는 코로나19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강 씨는 "처음에는 방역과 경제 위기 관리를 잘 하는 듯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못 하는 것 같다"며 "이번 달부터 거리두기를 완화한다고 했다 철회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위기가 끝나고 내수시장이 회복되어야 내 인생 계획도 차질없이 잘 될 텐데, 희망을 주기보다 실망을 주는 정치를 해서야 되겠나"라고 말했다.

박 모(28) 씨는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해 1년 정도 취업 준비 기간을 거쳐 중견 기업에 입사했다. 직장을 다니며 학업을 병행해 석사 학위 취득도 눈앞에 두고 있다. 경력을 쌓은 이후에는 대기업으로 옮길 생각이다. 일견 '잘 풀린 청년' 으로 보이는 박 씨도 지금 정부에는 불만이 더 많다고 했다.

박 씨는 "민주당을 지지했으나 현재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 이념 성향도 중도에서 보수로 변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문 정권을 매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며 "취임 때부터 적폐청산 등 도덕적 우위를 자신한 정권이 부패한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등은 지지했지만, 결국 북한문제도 사실상 실패했다"고 평했다.

박 씨는 "지난 재보궐에서 지자 현 정권 지지자들이 '이대남'이라는 식으로 '나쁜 계층'으로 몰아붙이는 모습에 더욱 실망했다"고 말했다. 또 "4차 대유행의 책임도 20대에만 떠넘기고 있다. 민주당 지지층으로 굳건한 4050에 책임을 물은 일이 한 번이라도 있었나"라 반문했다.

이 모(29) 씨는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3개 기업에서 반년씩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한 스타트업에 일정 지분을 투자한 후 일하고 있다. 취업과 지분투자를 동시에 한 스타트업이 상장 회사로 성장하는 순간을 맞이하는 것이 그의 꿈이다.

자신의 이념은 중도보수이며, 지지 정당은 국민의힘이라 밝힌 그는 "처음부터 문 정권은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말은 들었을 때부터 '글렀다'는 느낌이었다"며 "경제, 부동산, 사회통합 등 전방위에서 실패했다"고 말했다.

20대를 묶은 키워드 '공정성·부동산·페미니즘'

이러한 현실은 20대를 60대 이상에 이어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멀어진 세대로 옮겨놨다. 인터뷰에 응한 20대 셋 모두 "차기 후보로 윤석열을 지지하고,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여성가족부 폐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재인 정권의 실패로 부동산 문제를 첫 손가락에 꼽았다. 부동산은 청년층이 안정적 생활 또는 결혼과 자녀계획 등 장기적 인생 계획을 세우는데 첫 번째 조건으로, 그만큼 민감한 이슈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KB부동산 리브온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의 3.3㎡당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4358만 원이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2017년 5월에는 2325만 원이었다. 87.4%나 급등한 것이다. 이러한 상승세가 잦아들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가는 19일 기준 전주 대비 0.36% 올랐다. 부동산원은 "2012년 5월 첫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라 밝혔다.

공정성 또한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강 씨는 "우리 세대가 주거와 결혼을 걱정하고, 미래를 위한 노력보다 비트코인에 빠져든 것은 '공정하지 않은 사회이기 때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25차례에 걸친 부동산 관련법 개정과 대출 규제는 '없는 청년'에게 더욱 내집 마련 기회를 차단했다"고 평가했다. 박 씨는 "보수세력 집회와 민주노총 집회에 잣대가 달랐다"며 "20대를 적폐로 모는 것도 공정함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불을 지핀 여성가족부 폐지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 성별 갈등도 심각하다. 특히 이를 피부로 느끼는 연령층은 20대다.

박 씨는 "여가부가 청소년에게 '남성은 잠재적 성범죄자'라는 식의 교육을 하는 여성단체를 지원한다"고 폐지 찬성 이유를 밝혔다. 또 "성별할당제나 병역 등으로 남자가 취업과 시험 등에서 되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며 "40대 이상과 달리 우리는 남성우월주의는커녕 역차별을 받으며 자란 세대"라 말했다. 이 씨는 "페미니즘 운동도 강경주의 노선인 '래디컬'이 장악해 변질됐다"며 "여가부도 마찬가지"라 말했다. 세 명 모두 "여가부가 존재하는 한 성별갈등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의견을 밝혔다.

여론조사에서 20대는 여가부 폐지 찬성이 64.0%로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았다. 반면 40대는 43.7%로 가장 낮았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5월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참배를 마치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40대 "20대 심정 이해하지만 '국힘'은 안돼"

조 모(42·여) 씨는 미취학 아동 둘을 키우는 가정주부다. 조 씨는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현재는 지지정당이 없다"고 말했다. 자신을 중도보수로 평가했고 "소득주도성장, 민생경제 회복,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등 문 정부가 집권하며 시작한 정책들은 다 하다 만 것 같다"며 지지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그렇다고 조 씨가 완전히 돌아선 것은 아니다. 그는 "차기 대선 지지 후보는 아직 없다"면서도 "정권재창출을 통해, 한 번은 더 기회를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모(46)씨는 외국계 대기업 중간관리직으로 일하고 있다. 최 씨는 "코로나 대처, 수출 호조, 검찰 개혁 등 잘하고 있는 게 많다"며 "문재인 정권 비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상반기 3000억 달러 수출 및 8개월 연속 증가 등 성과를 언론도 대중도 잘 평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이들도 문재인 정부 실정은 인정했다. 특히 부동산에 대해서는 20대와 마찬가지로 비판적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사회 진입 후 10년 만에 수도권 집을 장만할 수 있었지만, 지금 20대는 잘 풀린다 해도 20년 이상"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 씨는 "고용지원과 청년임대주택 등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빨리 해야 했는데, 문재인 정권은 180석이라는 힘을 갖고도 제 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들에겐 국민의힘에 대한 반감도 컸다. 조 씨는 "박근혜 정권의 실정으로 얼마나 많은 피해를 국민이 봤냐"며 "국민의힘은 9년 정권서 벌인 실책을 현재도 전혀 넘어서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4대강 등에만 치중해 민생을 돌보지 않은 이명박 정권, 국정을 통째로 농단한 박근혜 정권 9년에 대한 실망감은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조 씨는 "민주당 정권이 여성과 아이를 위한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온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최 씨도 "헌법을 유린한 군사정권 출신 당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정통성을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을 욕하거나 북한 관련해 말 한 마디 잘못하면 집안이 내려앉은 그 시절을 우리는 직접 겪었다"며 "이명박 취임 후 권력기관 인사 독식, 사법체계 장악과 입맛대로 수사, 언론장악 등 민주주의 후퇴가 한두 건이었나"라 말했다.

40대 정서 = 국민의힘 반감 + 노무현 부채의식 

이처럼 40대의 문재인 정부, 민주당 지지의 기저엔 '보수정당에 대한 반감'이 똬리틀고 있다. 이게 다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실정에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데는 '노무현에 대한 부채의식'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2년 대선 당시 여당 대선주자 노무현 후보는 초반 지지율이 전체적으로는 2%대에 불과했지만 20~30대의 지지율은 높았다. 당시 노무현을 지지했던 세대로서, 노무현을 지키지 못한 부채 의식이 40대가 된 그들에게 남아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부채 의식이 "문재인만큼은 지켜야 한다"는, '묻지마 지지'로 연결됐다고 보는 분석이 많다.

조 씨, 최 씨도 그런 사례다. 이들은 모두 청년 시절 '노사모'로 대표되는 시민정치 바람에 적극 참여했다. 최 씨는 "한 번 쯤은 저쪽(국민의힘 계열)에도 넘겨봐야 한다는 것이 당시 친구들 사이에서도 돌던 말이었다. 민주화된 정부와 국가 시스템이 있으니 정치 보복은 없고 평화롭게 돌아갈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노 대통령을 잃고 말았다"고 말했다.

"20대 표심? 이념도 지역도 아닌 '내 이득'에 따라 좌우"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 모두 "영원한 민심은 없다"고 말했다. 조 씨는 "과거에는 이념과 지역이었다면 현재는 '내게 이득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가 표심을 좌우한다"며 "20대의 지지세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씨도 "전쟁과 이념전을 겪은 60대 이상과 50대 이하는 다르다"며 "정치가 실질적 혜택을 준다면 20대는 언제든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20대의 의견도 같았다. 강 씨는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취업난과 부동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20대의 꾸준한 지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올해는 이해관계가 투표 세대결로 이어지는 원년"이라 분석했다. 젊으면 진보이고 나이들면 보수라는 대전제가 40대 이하로는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40대는 IMF라는 혹독한 경제위기를 겪으며 사회에 진출해 진보정권 10년과 보수정권 9년을 다 겪어본 세대"라며 "그 결과 보수정권에서 자유가 퇴행하는 것을 목도하며 보수정당에 대한 비토 정서가 확산됐다"고 말했다. 20대에 대해서는 "작년 총선까지도 이들은 현 40대와 비슷한 정서였으나 자기들에게 현 정권이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한다는 판단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 소장은 "2030은 현 60대 이상과 달리 무조건적으로 보수정당에 투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해관계에 맞춰 지지는 늘 바뀔 것"이라 내다봤다. 그는 "20대의 성별갈등도 표심보수화도 결국 청년빈곤화가 원인"이라며 "현 정치권이 4050의 기득권에 맞춘 정치에 치중한 것이 청년층 반발을 부른 것"이라 진단했다.

여론조사기관 디오피니언의 박대석 고문(전 대표)은 "청와대 관계자까지 연루된 여권의 부동산 투기와 그에 대처하는 정부·여권의 자세에 전 세대가 실망했다"며 "20대만 분노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40대 과반 지지에 대해 "현 정권에 실망한 것은 동일하지만 '박근혜-최순실 사태까지는 아니다'라는게 이들의 생각"이라 분석했다. 또 "보수정당이 얻은 20대 표심은 현 정부에 대한 실망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며 "실익에 따라 언제든 지지정당을 바꿀 것"이라 내다봤다.

UPI뉴스 / 김명일·김해욱 기자 terr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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