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의 직설] '보수화' 20대를 비난하는 건 꼰대의 특권인가

이원영 / 기사승인 : 2021-04-07 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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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보수화' 비난 점점 거세져
꼰대 약점은 역지사지 잘 못해
상대에 대한 존중심 잣대 돼야
문재인 정권에 대한 40대의 '콘크리트 지지'는 경제적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의 분석이 흥미롭다.

그는 40대가 문 정권 들어 급상승한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수혜층 중 하나이며, 일자리 문제도 "노동시장 진입이 안 되고 있는 20~30대, 은퇴를 고려해야 하는 50대 이상과 달리 40대는 정규직이 대부분에다 수입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에 최근 고용 타격도 적었다"고 분석했다.(한국경제, 2021년 4월 5일)

나는 이 분석에 대체적으로 동의한다. 더 나아가 문 정권에 대한 20대의 낮은 지지율도 이런 경제적 분석을 원용해 설명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물론 경제적 요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이유들도 있겠지만, 핵심 요인은 경제이며 '공정' 등과 같은 다른 이유들도 대부분 경제에서 파생된 이슈로 보는 게 옳다는 것이다. 따라서 최근 고개를 다시 내밀고 있는 '20대 보수화론'이나 '20대 정치 무관심론'은 번지수를 전혀 잘못 찾았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진보'를 자처하는 사람들의 '20대 보수화' 비난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아예 대놓고 욕설을 퍼붓는 유명인사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다 '꼰대'라는 사실이다. 누구에게건 소셜 미디어를 통한 배설의 자유는 있는 바, 그 자유에 시비를 걸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세대 경험에 몰입한 나머지 자신의 경험으로 다른 사람들의 경험까지 평가하고 모욕하는 건 결코 아름답지 않다.

꼰대의 치명적인 약점은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하지 않으면서 내로남불이 매우 심하다는 점이다. 또한 꼰대는 위계를 중시한다. 물론 나이도 위계를 세우는 데에 중요한 기준이다. 자신의 경험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면 스스로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차분하게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고 무턱대고 훈계하면서 가르치려고 든다. 제풀에 흥분해 해선 안될 몹쓸 말까지 함부로 내뱉는다.

꼰대는 이념을 초월해 존재한다. '보수 꼰대'와 '진보 꼰대'의 차이는 무엇인가? 사회학자 오찬호 박사가 <당신은 꼰대가 아니십니까>라는 글에서 그 차이를 잘 제시한 바 있다. "살다 보니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있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특권을 자연적 질서로 이해하면서 불평등을 부정한다"면 그들은 보수 꼰대다. 반면 "거시에만 몰두해 일상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수순을 깡그리 무시하는" 사람들은 진보 꼰대다. 그는 진보 꼰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들은 일상생활 속에 등장하는 해프닝조차 구조악의 표출이라면서 폭력, 권력, 기득권 등의 무서운 단어를 오용하여 상대를 공격하고 발가벗긴다. 사회운동의 당위에 지나치게 집착해 적을 설득시키기는커녕 동일한 목표를 지향했던 아군마저 등을 돌리게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들에게 공격받은 이들은 상처를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며 살아간다."

우리 사회엔 진보 꼰대들이 많다. 이들이 결정적으로 놓치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진보'니 '보수'니 하는 개념을 일반 대중, 특히 젊은이들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민생의 관점에서 보자면 자칭 '진보' 중엔 진보의 구호를 자기 밥그릇 키우는 데에 이용하는 '수구'가 많다. 누가 누구에게 감히 진보의 이름으로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싫으면 그냥 싫다고 할 일이지, 그 싫음에 진보의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해 욕하는 버릇이 있다.

20대에게 그 어떤 문제가 있다 해도 그들에겐 정치를 신앙으로 대하진 않으며, 절차적 공정 의식이 강하고 부당한 갑질을 참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의 미래를 돌보지 않는 당파싸움으로 인해 '두개로 쪼개진 한국'을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가 그들에게서 나올 수 있다. 꼰대가 꼭 나이의 문제만은 아니다. 요즘 '젊은 꼰대'가 좀 많은가. 나이와 이념과 정치적 성향을 초월해 상대에 대한 존중심이 있느냐 하는 게 꼰대를 판별하는 기준이며 그렇게 되어야 한다. 20대 비난이 꼰대의 특권은 아니며 그래선 안 된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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