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발 귀순' 감시장비 8번 잡히도록 파악 못 해…구멍 뚫린 군

김광호 / 기사승인 : 2021-02-23 14: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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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조사발표…경보음 2차례 울렸으나 오작동 판단
6시간만에 신병 확보…뚫린 배수로 관리목록서 빠져
합참 "작전 기강 확립하고, 경계체계 운용 보완할 것"
동해 민통선 인근에서 신원이 확보된 월남자는 우리 군의 감시 장비에 8번 포착될 때까지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남성이 남쪽으로 내려오는 데 이용했던 해안 철책 배수로는 전부터 이미 훼손돼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9년 12월 30일 강원도 고성군 해안에서 철책을 따라 수제선 정밀 정찰 중인 육군 22사단 장병들의 모습.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뉴시스]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 남성의 월남 경위에 대한 현장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참은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지난 16일 북한 모처에서 잠수복을 입고 해상으로 헤엄쳐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군은 이 남성이 수영 당시 잠수복 안에 패딩 형태의 옷을 입고 있었고, 수경과 호흡 빨대도 발견되지는 않았지만 착용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해류는 북쪽에서 남쪽으로 흘렀으며, 해수 온도는 6도에서 8도 사이였다. 

이 남성은 16일 오전 1시 5분 쯤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 인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버렸다.

이 과정에서 오전 1시 5분부터 38분 사이 군 감시카메라 4대에 5번 포착됐고, 경계시스템에서 알림도 2차례 작동했지만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군은 당시 근무자가 바람 때문에 경보가 오작동했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남성은 이후 오전 1시 40분~50분쯤 철책 아래 배수로를 통과했는데, 차단물의 부식 상태를 따져봤을 때 남성이 통과하기 전부터 배수로는 훼손돼있었던 것으로 군은 파악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7월 탈북민 김 모 씨가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직후 모든 부대의 배수로를 일제 점검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 남성이 통과한 배수로를 포함한 3개 배수로는 해안수색부대 관리 목록에서도 빠져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배수로를 통과한 북한 남성은 배수로 통과 뒤 철로와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고, 이후 오전 4시 12분~14분에 7번 도로를 비추는 해군 합동작전지원소 울타리 경계용 CCTV에 3차례 추가 포착됐다. 그러나 알람이 울리지 않았고 위병소 근무자도 이 남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군은 결국 4분 뒤인 오전 4시 16분 제진검문소 북쪽 7번 도로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남성을 CCTV를 통해 포착하고 초동조치를 했으며, 4시 47분이 돼서야 경계작전과 감시 형태를 격상했다. 약 1시간 50분 뒤 경계태세 1급 경보 '진돗개'를 발령하고, 50분쯤 뒤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월남한 남성이 우리 안에 상륙한 뒤 군이 인지하는 데는 3시간 이상이, 신병 확보에는 6시간 20분이 걸린 것이다.

이번 귀순 과정에서 이 남성의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은 모두 10번이었지만 앞선 8번에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군은 9, 10번째 포착됐을 때야 식별하고 상황을 전파했다.

군 관계자는 이 남성을 식별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상황 간부와 영상 감시병이 임무수행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며 "지난해 7월 강화도에서 배수로를 통과해 월북한 사건이 발생한 뒤 전방 지역 수문과 배수로를 일제 점검해 근본적 보완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시설물 관리가 부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검문소 북방 7번 도로 상에서 이 남성을 포착한 뒤 초기 상황 판단도 안일했고, 매뉴얼도 지키지 않는 등 작전 수행도 미흡했다"고 설명했다.

합참은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며 "지휘관을 포함한 경계작전 요원의 작전 기강을 확립하고 발견된 문제점을 토대로 경계체계 운용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 "철책 하단의 배수로와 수문은 전수조사를 통해 조속히 보완하고, 이 지역 경계를 맡은 22사단의 임무 수행 여건을 진단해 인원 편성과 장비 보강 등 대책도 세우겠다"고 덧붙였다.

U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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