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치이고 '클럽하우스'서 반전 노리는 여권 인사들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21-02-22 17: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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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정 "오빠 나 진지충 아냐?"…정치인 놀이터 변화
유권자와 스킨십 강화…2030 투표장으로 이끌 가능성
일상적 정치·권위주의 탈피 vs 정치의 연성화·중우정치
실로 정치인은 '말'로 먹고산다. 정치는 말로 하는 예술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모든 정치는 근본적으로 말이 매개다. 날카로운 수사는 상대의 폐부를 찌르고 지지층을 결집한다. 이로 인해 말을 전달하는 수단인 소셜미디어를 누가 선점하느냐는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10년 전 팟캐스트로 시작된 뉴미디어 선거의 전장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넘어갔고 2020년 유튜브로 격전지가 확대됐다. 오는 4월 재·보궐 선거와 내년 대선 역시 소셜미디어 선거가 될 것이라는 건 과장이 아니다. 마침 '클럽하우스'라는 새로운 어플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정치인들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여기에서만큼은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발버둥이에요."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21일 밤 11시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의 가입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으면 정치현실을 오독하기 쉽다. 현재까지 범여권 인사들에 점령된 클럽하우스는 진보 진영이 세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보인다. 야권 의원들의 존재감은 거의 없다. 클럽하우스는 향후 선거에서 어떤 변수가 될 것인가.

클럽하우스가 뭐길래

초대를 기반으로 한 실시간 음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2020년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창업가 폴 데이비슨과 구글 출신인 로언 세스가 만들었다.

"줌의 음성버전, 말로하는 트위터, 쌍방향 팟캐스트…." 비유가 다양하다. 한마디로 '음성 기반 소셜미디어'인 클럽하우스는 기존 소셜미디어와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폐쇄적이면서 동시에 개방적이다. 가입절차는 다소 폐쇄적이다. 초대장을 받아야 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등 애플 iOS에서만 이용 가능하다. 하지만 가입만 하면 모든 대화방이 개방된다. 정치·예술·이슈 등 다양한 주제의 대화방에 오갈 수 있다.

또 수직적이면서 동시에 수평적이다. 클럽하우스에 가입하면 여러 주제의 방이 있다. 마음에 드는 방에 입장해 실제 발언권을 갖는 과정이 수직적이다. 일단 방에 들어가면 청중(Audience)이 된다. 청중으로서 발언을 하기 위해선 손을 들고 방 개설자인 관리자(Moderator)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관리자가 거부하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다. 그러나 관리자의 지인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관리자가 직접 방으로 초대한 참여자(Speaker)는 청중과 달리 관리자의 허락 없이도 말을 할 수 있다.

다만 어쨌든 모두가 화자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은 수평적이다. 스스로 방을 만들어 직접 목소리를 낼 수도 있다. 지인을 초대해 불특정 다수 앞에서 의견을 피력할 권한이 있다. 같은 방의 다른 청중들도 기꺼이 인내심을 발휘해 화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동종 업계 관계자, 전문가들을 초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 정세균 국무총리 클럽하우스 프로필 [클럽하우스 캡처]

익명과 실명이 자율적으로 공존한다. 클럽하우스는 실명 사용을 '권고'할 뿐이지만 대다수가 실명으로 활동한다.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실명을 노출하고 경력과 프로필 사진 등을 올려놔야 대화방에서 발언권을 얻기 쉽다. 인맥도 확장할 수 있다. 물론 익명 사용자도 있다. 정치인이나 만화 캐릭터를 성대모사 하는 '성대모사방' 참여자들이 대표적이다.

'물관리'가 되는 점도 특징이다. A라는 이용자가 B의 초대를 받아 서비스에 가입하면 A의 프로필에 'B에 의해 초대가 된 인물'(nominated by B)이라는 글자가 새겨진다.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지인에 의해 A 활동의 지속성과 신뢰성이 보증되는 셈. 일례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 의해 초대가 된 점이 화제가 됐다.

정치인들의 클럽하우스 사용법

정치권의 클럽하우스 이용자는 범여권 의원들이 월등히 많다. 정세균 국무총리부터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영선 서울시장 예비후보,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 김경수 경남지사, 민주당 고민정·송영길·양이원영·이소영·이재정·박용진·박주민·정청래, 열린민주당 김진애 예비후보·최강욱 의원, 정의당 장혜영,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등이 가입했다.

국민의힘에선 원희룡 제주지사와 권영세 의원, 김세연 전 의원 등이 가입자로 확인됐다. 민주당에 비해 현저히 작은 인원이다. 보수 진영이 선점한 유튜브에서 힘겨운 도전을 해오던 진보 진영이 클럽하우스에서 뉴미디어 재전복을 꾀하는 모습이다. 페이스북, 유튜브와 달리 댓글창도 없고 발언 역시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다는 휘발성 때문에 범여권 인사들은 '말꼬리 잡힐 우려' 없이 다양한 주제의 방을 개설하고 국민들과 소통하고 있다.

▲ 지난 20일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정청래의 알콩달콩' 방(왼쪽), 지난 21일 오후 11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개설한 방 [클럽하우스 캡처]

이들의 클럽하우스 활용법은 '웃기거나 진지하거나'다. 청중의 소소한 질문에 진지하게 상담해주기도 하고, 지인을 초대해 유머를 곁들인 사담을 나누기도 한다.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지난 19일 오후 1시 '정청래의 알콩달콩'이라는 제목의 방을 열고 시민들과 소통했다.

한 시민이 "방을 만들었지만 사람들한테 외면 당해 속상하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하자 정 의원은 "그럼 방 이름을 '아무나 들어오는 방' '물레방앗간'으로 만드세요(하하)"라며 답해줬다. 프로필 사진을 스티브잡스라고 해놓은 시민에겐 "스티브잡스님 들어오셨습니다. 어서오세요"라며 말을 걸기도 했다.

같은 날 정세균 총리 역시 정 의원의 방을 통해 클럽하우스에 데뷔했다. 청중들은 정 총리에게 "국무총리와 국회의장 둘 중 뭐가 더 힘든가", "어디 공관이 더 큰가", "월급은 어디가 많나" 등의 가벼운 질문부터 "여야가 왜 협치를 못하나", "코로나19 백신 진행상황에 대해 말해달라", "소심한 청년들이 자신감을 얻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다소 진중한 질문을 던지며 실시간으로 질의응답을 했다.

보통 정치인들은 질문을 듣는 사람이지만, 클럽하우스에선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대표적이다. 20일 용 의원은 '386의 코털을 건드렸다가…[386세대유감] 저자들과의 수다'라는 제목의 방에 들어가 "386 콧털 건드렸다가 무슨 일이 있었나"라고 물었고, 저자는 "변화는 못 만들고 핀잔이랑 면박만 들었죠"라고 답했다.

인맥 기반 소셜미디어답게 의원들의 인맥도 살펴볼 수 있다. "나 지금 긴장하는 것 보이지. 오빠 나 어떻게 해. 나 너무 진지충되고 있어요?"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개설한 방에서 스피커로 가수 하림이 들어오자 고 의원이 던진 말이다. 고 의원은 하림을 오빠로 부를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민정님 잘 부탁드려요(하림)", "제가 잘 부탁드려야죠(민주당 이소영 의원)" 등의 대화도 오갔다. 편집이 없는 날 것 그대로의 대화를 노출시키는 것은 수용자와의 친밀감을 높인다.

선거에서 어떻게 활용될까

소셜미디어에선 선거 때마다 치열한 고지전이 펼쳐진다. 정치에 무관심했던 2030세대가 자극받아 투표장으로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판세에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현재까지 클럽하우스 수용자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이용자 수가 60만 명 선이었지만, 유명 인사가 활동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지난 1월 200만 명을 넘어선 데 이어 최근 6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클럽하우스가 서울시장 경선에선 크게 승패를 가를 변수는 아니지만 내년 대선에선 스킨십을 강화하는 보조적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현재 해외 교민들이 이용자의 절반 정도 되니까 재보궐 선거에서 직접적 영향을 주긴 어렵겠지만, 대선에선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 지난 20일 클럽하우스에 개설된 기본소득당 질의응답 방(왼쪽), 같은 날 김진애 서울시장 후보가 영화 유튜버 '거의없다'와 콜라보하고 있다. [클럽하우스 캡처]

서울시장 후보인 김진애 의원은 "목소리 소통 오디오는 그 사람의 내공, 본질, 캐릭터가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클럽하우스가 오디오 공론의 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음성 기반인 클럽하우스도 다른 소셜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선거철 정보 편향을 가중시키고 가짜뉴스의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청각 기반 미디어는 마치 내가 상대방과 일대일로 대화하는 듯한 환상을 심어주지만, 실제로는 발언 권한을 가진 소수가 다수 청중을 상대하는 구조"라면서 "발화자가 대화 방향을 맘대로 제어할 수 있는 만큼, 가짜 뉴스나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IT매체 바이스는 코로나 백신에 낙태아 세포가 들어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클럽하우스에서 광범위하게 유통되고 있다고 했다. 클럽하우스가 정치의 일상화·권위주의 탈피를 가져올지, 아니면 정치의 연성화와 중우정치를 확산할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U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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