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jpg] 김정은이 '1호 기념사진' 남발하는 까닭

김당 / 기사승인 : 2021-01-29 14:3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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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기념사진' 한 프레임에 담긴 최대 인원 5000명
픽셀·점으로 표시돼 인물 식별 불가능해도 '귀한 선물'
'1호 기념사진'은 '면죄부', 군인·당간부 승진에도 영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2년에 집권한 이후 36년만에 당대회(2016년, 제7차)를 개최하는 등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면모를 보였습니다. 또한 김정일의 '선군 정치'에서 핵무력·경제 병진노선으로 국가전략을 전환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표방하는 등 혁신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지속된 경제제재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친 가운데 5년 만에 개최한 이번 8차 대회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실패를 자인하면서도 핵무력 사용의 원칙으로 '선제 및 보복전략'을 명시하는 등 과거로 퇴보하는 면모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최고 지도자가 나오는 사진을 '1호 사진'이라고 부릅니다. '1호 사진' 속에는 최고 지도자의 '심기'뿐만 아니라 '권력 서열' 그리고 '정책의 우선순위' 등 많은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10년을 맞이해 [김정은.jpg]라는 연재로 이미지 분석을 통한 김정은 다면 평가를 시도합니다.

 

▲ 노동신문 15일자에 실린 김정은 총비서가 제8차 당대회 참가 대표자들과 찍은 기념사진 [노동신문 캡처]


퀴즈 하나. 위 사진은 노동신문 15일자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당 제8차대회 대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으시었다' 제목의 기사에 실린 것이다. 도대체 위 기념사진에 등장하는 인원 수는 얼마나 될까? (퀴즈 정답은 뒤에서 밝힌다).

 

북한은 외부인에게 불가사의한 나라이다. 기자로서 십수 년 북한 관영 매체를 탐독하고 대학원에서 북한 사회를 전공해 탐구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이해하기 힘든 것들로 가득 차 있다.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특정 대회나 행사의 수백, 수천 명의 참가자들과 찍는 단체 기념사진도 그 중의 하나이다.

 

위의 노동당 8차대회 대표자 기념사진을 보면 한 프레임 안에 너무 많은 인원이 들어가 있어 누가 누구인지 인물 식별은커녕 인원의 수효를 헤아리기조차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북한 당국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는 '1호 행사' 때마다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인물 식별도 안되는 사진을 '귀한 선물'로 나눠준다.

 

실제로 이번 당대회에서 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당대회(1. 5~12)가 끝나자 각종 기념사진을 찍는 '시전'을 남발(?)했다.

 

▲ 29일자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인터넷 홈페이지 초기화면. 당대회가 끝난 지 17일이 지났지만 당대회 관련 1호 기념사진 기사와 사진들로만 채워져 있다. [조선중앙통신+노동신문 캡처]

 

당대회가 끝난 지 17일이 지난 29일 현재 〈노동신문〉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초기화면에 △새로 선거된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1. 19)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회의에서 새로 임명된 내각 성원들(1. 19) △8차대회의 성과적 보장에 기여한 출판인쇄부문 근로자들(1. 19) △8차대회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1. 17) △8차대회 방청자들(1. 17)과 찍은 기념사진 기사로만 채워져 있다.

 

29일 현재 관영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도 노동신문과 마찬가지로 '혁명활동소식'은 김정은 총비서와 찍은 기념사진들로만 채워져 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최고 지도자가 국가 행사를 기념해 참가자들과 사진을 찍는 것 자체는 정상적인 의례이다. 한국도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의 마지막은 대통령과 참석자들이 다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는 이벤트로 장식하곤 한다.

 

대통령 기념사진 중에서 한 프레임에 가장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행사는 사관학교 졸업 임관식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 전속사진가로 일했던 두 전·현직 사진가에게 물어보니 공통으로 '그렇다'는 답이 돌아왔다.

 

▲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울시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거행한 제62기 육사 졸업 임관식(2006년 3월 3일) 기념사진 [노무현사료관 캡처]


위의 사진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 서울시 공릉동 육군사관학교 화랑연병장에서 거행한 제62기 육사 졸업 임관식(2006년 3월 3일) 기념사진이다. 이 사진에 등장하는 졸업생 수는 200명 정도이다.

 

이 사진을 찍은 장철영 당시 청와대 전속사진가에 따르면, 대통령 기념사진은 한 프레임에 50명 정도가 최적이다. 하지만 사관학교 임관식처럼 참석 인원이 많을 경우 100명 단위로 나눠 찍기도 하고, 위 사진처럼 200명을 한꺼번에 찍기도 한다.

 

50명 정도가 최적 인원이지만,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의 해상도가 좋아져 굳이 중대형 카메라가 아닌 DSLR로 200명까지 담아도 확대 인화하면 식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전속사진가로 현재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홍성규 사진가에 따르면, 행사 장소가 실내(청와대 세종실, 인왕실 등)이면 100명 이내로 찍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야외이면 사관학교 졸업·임관식처럼 인원이 많아도 200명 정도를 DSRL로 찍는다.

 

그에 따르면 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필름으로 찍어 프린트해야 해서 대상 인원이 많은 경우 중형 카메라로 찍었다. 하지만 DSLR이 보편화되면서부터는 청와대 영빈관 같은 실내에서도 계단식 나무단을 만들어 100명 단위로 찍었고, 육사 졸업·임관식 기념사진은 계단이 잘 돼 있고 찍는 장소가 정해져 있어 200명을 한꺼번에 찍었다.

 

동아일보 현직 사진기자로 〈남북한 최고통치자의 보도사진 프레이밍 비교〉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변영욱의 논문 〈김정은의 이미지 관리 전략: 노동신문 '1호 사진'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김정은 사진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등장인물의 숫자가 100명이 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인데, 수백 명이 등장하는 기념사진이 신문에 하루 10여 차례 이상씩 나오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는 보기 어려운 특수한 형태이다.

 

변영욱이 김정은이 집권한 2012년 1월부터 2013년 5월까지 17개월 동안 노동신문에 실린 1호 사진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한 프레임에 최다 인원이 등장하는 것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 참가자 2만400여 명과 20차례로 나눠 찍은 기념사진이다.

 

'1호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한 프레임에 최다 인원이 담긴 사진은 평균 1020명이 등장하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 기념사진이다. 변영욱은 기념사진 촬영연단의 세로줄과 가로줄의 인원 수를 세어 전체 인원을 추산했다.

 

그런데 위의 8차 당대회 대표자 기념사진에 등장하는 인원은 무려 5000명이다. 역대 최대이다. 한국의 육사 졸업·임관식 기념사진(200명)과 비교하면 25배이고, '역대급'이라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 기념사진(1020명)과 비교해도 5배 정도이다.

 

▲ 노동당 제8차 당대회 경축 기념 열병식에서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처음 공개되고 있다. ['조선' 화보 특간호 캡처]

 

김정은은 이번 8차 대회 경축 열병식 참가자들과도 기념사진을 찍었는데 인원이 많아 두 번으로 나누어 찍었다.

 

〈조선일보〉가 '정통한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본행사에 참가한 병력은 1만2000~1만3000명인데, 이 가운데 약 8000명이 자대에 복귀하지 못하고 평양 미림비행장 부근에서 숙영하며 당대회 열병식을 준비해 왔다.

 

열병식 참가자가 8000명이고 두 번으로 나눠 찍은 점을 감안하면 열병식 기념사진의 한 프레임에 담긴 인원은 4000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김일성광장에서 찍은 열병식 기념사진의 한 프레임에 담긴 인원이 당대회가 열린 4·25문화회관에서 당대표자들과 찍은 기념사진보다 더 많아 보인다. 이는 열병식 본행사에 참가한 병력뿐만 아니라 열병식을 준비해온 병력들까지 포함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당의 국가'인 북한에서는 노동당 창건일이 건국일보다 더 중요한 국경일이다. 또한 노동당 당대회는 당의 노선뿐만이 아니라 국가전략 및 정책을 토의 결정하는 최고 의결·지도기구이다.

 

제7차 당대회(2016. 5. 6~9) 이후 5년 만에 열린 이번 8차 당대회(2021. 1. 5~12)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총비서'로 추대되고 당 중앙위원회와 당 중앙검사위원회 사업총화, 당 규약 개정, 당중앙위원회 인선 등이 이뤄졌다.

 

▲ '조선' 화보 특간호의 표지 ['조선' 화보 캡처]


북한은 당대회 기간에 진행된 사업총화 및 부문별 협의회 내용을 노동신문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한 데 이어, 지난 23일 발행한 월간 화보 〈조선〉 특간호(80쪽 분량)에 8차 당대회의 성과를 집대성해 보도했다.

 

〈UPI뉴스〉가 입수한 〈조선〉 화보 특간호에 실린 사진들은 대부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것들이지만 더러는 다른 사진도 있다.

 

또한 〈조선〉에 실린 사진들은 화보의 특성상 신문·통신에 실린 사진들에 비해 해상도를 결정하는 화소(pixel)가 크기에 화질(픽셀)이 더 뛰어나다. 그래서 신문·통신 사진에서는 식별되지 않은 인물과 사물이 화보 사진을 통해 식별이 되곤 한다.

 

▲ '조선' 화보 특간호에 실린 제8차 당대회 대표자들(5000명)과의 기념사진 ['조선' 화보 캡처]

 

이를 테면 〈조선〉 화보에 실린 위의 8차 당대회 대표자들 기념사진은 앞서의 노동신문에 실린 같은 사진보다 화소의 크기가 크고 화질이 좋아 앞서 낸 퀴즈를 맞출 수 있는 인원 수(5000명)의 식별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 '조선' 화보 특간호에 실린  4·25문화회관 전경과 앞에 서 있는 대형 버스들 ['조선' 화보 캡처]

 

〈조선〉 특간호에서 주목을 끄는 다른 사진은 4·25문화회관 앞에 서 있는 대형 버스 10대이다. 그보다 더 앞쪽에는 작은 차량들도 보이지만, 버스 1대에 40명 이상 탄다고 계산하면 지방에서 올라온 당대회 대표자는 최소 400명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북한 당국은 지역 대표자 인원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북중 국경지방의 대북 소식통을 인용한 자유아시아방송(RFA) 보도에 따르면, 8차 당대회 참가했던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왔는데, 이번에는 당대회 참가자들에게 큰 선물을 주지 못하고, 노트와 볼펜, 그리고 '1호 기념사진'만 선물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1호 기념사진'을 받아들고 귀향한 당대회 참가자들은 하나의 픽셀 또는 도트(점)로 표시된 자신을 식별할 수 있을까?

 

탈북 수의사 출신의 조충희 (사)굿파머스 연구소장은 "북한 언론에 보도된 사진의 사이즈는 작지만 본인한테 나눠주는 사진은 40X30 센티미터 크기의 액자에 담아 전달하는데 이번에는 액자 전달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40X30 센티미터 크기로 인화해도 5000명이 담긴 사진에서 식별은 어렵다. 다만 조 소장은 "다른 사람은 누가 누구인지 식별할 수 없지만 당사자는 자기가 어디 줄에 서 있는줄 아니까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당대회 대표자들에게 사진을 액자에 담아주지도 못할 만큼 물자난에 허덕이면서도 왜 '1호 기념사진'을 남발하는 것일까?

 

탈북 외교관 출신의 태영호 의원은 1호 기념사진을 남발하는 이유를 자신의 책에 이렇게 썼다.

 

"북한에서 최고 지도자와의 기념사진은 그것만으로도 권력이다. 한 가정이 어느 정도 핵심계층인가를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집안에 김일성이나 김정일과의 기념사진이 많이 붙어 있으면 목에 힘을 주고 살 수 있다. 핵심계층에 속하지 못한다고 비관에 빠져 있는 주민도 어쩌다 최고지도자와 기념사진을 찍으면 자신은 이제 동요계층에서 빠져나왔다고 믿게 된다.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할 때마다 기념사진을 계속 찍어대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김씨 가문의 사진정치는 북한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 중의 하나다."

 

▲ '조선' 화보에 실린 제8차 당대회 경축 기념 열병식 참가자들과의 기념사진 ['조선' 화보 캡처]


실제로 태영호 의원은 아버지가 안전원의 숙박검열에 걸려 곤경에 처했으나 집안에 걸어둔 중국 유학 시절 베이징을 비공식 방문한 김일성 주석과 찍은 1호 기념사진이 '면죄부'로 작용한 경험을 직접 겪었다. 1호 기념사진은 군인과 당간부의 승진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충희 소장에 따르면, 북한은 간부이력서에 '1호 접견' 여부를 적는 칸이 있는데 여기에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접견 여부와 이들의 친필서명이 들어간 표창장·명함시계 수여 여부 그리고 '1호 기념사진'을 기록하게 돼 있다. 

김정은이 이미지 정치의 수단으로 1호 기념사진을 남발하기에 '1호 기념사진'의 가점 우선순위는 접견이나 표창장보다 후순위이지만, '접견+1호 기념사진' 특히 단독사진을 찍을 경우는 엄청난 가점이 부여돼 다른 결함이 있어도 승진 서류심사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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