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 칼럼] 민생 질식하는데 이명박·박근혜 사면하겠다는 文정권

류순열 / 기사승인 : 2021-01-04 16:4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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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은 사면카드로 2021년을 열었다. 새해 벽두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었다. 이낙연 여당 대표가 물꼬를 텄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사전 교감이 있었을 것이다. 사면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 고유 권한이다.

감동은 없고 실망이 또 쌓였다. 왜 지금인가. 코로나19로 민생은 질식할 지경이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이 무슨 소용인가. 민생의 눈물 대신 정치공학의 기름 냄새만 진동한다. 과연 국정지지율이 곤두박질치고,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정치 상황과 무관한 일인가.

국면 전환 카드가 필요했겠지만 게도 구럭도 다 잃는 패착이다. 사면카드를 꺼내든 순간 문 대통령의 거짓말만 하나 더 늘었다. 2012년 대선 때부터 문 대통령은 사면권 제한을 약속했다. 뇌물, 알선수재, 알선수뢰, 배임, 횡령 5대 부패범죄자에 대해선 사면권을 제한하겠다고 했다. 기회 있는대로 읊던, 오랜 약속이다. 그래놓고 궁지에 몰리니 슬쩍 뇌물과 횡령, 국정농단으로 얼룩진 두 전직 대통령 사면카드를 꺼내든 것인가.

이제 놀랍지는 않다. 문 대통령의 공약 파기는 이어지고 있다. 국민과 열심히 소통하겠다더니 실제로는 불통의 박근혜와 다르지 않았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더니 거꾸로 투기에 꽃길을 깔아줬다. 보궐선거 원인 제공하면 후보 내지 않겠다더니 아무런 말이 없다. 사면카드도 바통을 넘겨받아 공약 파기 대행진 트랙을 달리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면은 '촛불정신'에 대한 배신이다. 반칙과 특권을 없애고 적폐를 청산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라고 권력을 쥐여줬더니 거꾸로 가는 것이다. 대통령 사면의 유일한 명분은 '국민 화합'이다. 당사자 반성과 국민 공감은 필수다.

그런데 두 전직 대통령은 어떤가. 결백을 주장한다. 정치 보복이라고 우긴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이재오 전 의원은 "억울한 옥살이"라고 했다. 죄 짓지 않았다는 이에게 면죄부를 준다고? 원칙도, 철학도 없는 정치공학이자 비겁한 타협이요, 새로운 적폐일 뿐이다.

'반성 없는 사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자명하다. 전두환 씨가 생생한 증거다. 1990년대 중반 전 씨는 '내란수괴죄'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최종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지만 어차피 의미 없는 선고였다. 1997년 12월 대선 직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12·12, 5·18사건은 법적으로 단죄되었지만 그는 죗값을 온전히 치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의 삶은 익히 아는대로다. 전 씨는 옛 권세의 연장선에서 살았고, 살고 있다.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더니 돈만 잘 쓰고 다닌다. 학살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시 사면의 명분도 '국민대화합'이었다. 결과가 뭔가. '반성 없는 전두환 '이다. 화합은 커녕 반목과 갈등만 남았다.

대통령 사면은 사법부의 심판을 '없던 일'로 돌리는 일이다.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특권이다. 그런 만큼 확고한 원칙, 엄정한 절차는 필수다. 지킬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사면권 폐지 논의를 시작하라.  그게 '촛불혁명' 정부다운 결단이다.

전 씨가 사면됐을 때 검사 A는 한숨을 토하며 말했다. "법치주의요? 대통령 사면권부터 없애야죠."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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