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톺아보기] 14. 북한의 '80일전투'는 '3중고' 극복전투

김당 / 기사승인 : 2020-12-28 11: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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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통신 '80일전투소식' 229건 기사의 키워드 분석해보니
'기·승·전·80일전투' 중 '방역' 31, '완수' 21, '80일전투' 20회
피해지역 7회, 살림집 5회, 새집들이 5회 등 재난복구 다수

미국의 북한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북한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와 평양종합병원 공사 현장의 진행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성사진을 게재했다.

 

▲ 원산갈마 해안지구를 촬영한 위성사진. [구글 어스  Maxar Technologies]


'38노스'는 갈마지구와 평양종합병원 일대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 분석 결과 "공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원산갈마지구나 평양종합병원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가경제 발전과 주민보건 향상을 위해 야심차게 추진했던 사업들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까지만 해도 부인 리설주와 함께 원산갈마지구 건설사업 현장을 네 차례나 찾는 등 관심을 기울였지만 지난해 4월 완공시점을 미룬 뒤로 공개적으로 이곳을 찾은 적이 없다.

 

김정은은 또한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직접 발파 단추를 누르고 인민대중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올해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일(10월 10일)에 맞춰 완공할 것을 지시했지만 북한 매체들은 아직 준공 및 개원 소식을 전하지 않고 있다.

 

원산갈마지구와 평양종합병원 모두 건물 외부 공사는 어느 정도 마무리했지만 장기간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한 국경봉쇄로 북-중 무역이 거의 실종돼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내장재나 의료시설, 장비 등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80일전투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은 특히 지난 여름 태풍과 수해로 극심한 자연재해를 입는 바람에 피해 복구에 건설 인력과 장비들을 우선 배치해 당창건 기념일을 맞이했고, 이어 곧바로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80일전투'를 치르고 있다.

 

북한에서 말하는 '전투'는 총칼을 들고 싸우는 전투가 아니고 '노력 전투', 즉 경제 부문에서 단기간 내에 비약적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 동원을 의미한다.

 

북한 관영매체나 대외선전매체를 보면, '모내기 전투'니 '김매기 전투'니 '풀베기 전투'니 하는 농사 분야의 각종 전투는 물론, '김장전투에 나서자'고 할 만큼 일상생활 속에 군사용어가 스며들어 있다. 그만큼 북한에선 각종 노력동원 전투가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분야가 정해진 전투는 해당 부문 일꾼들만 동원되는 것이어서 그나마 나은 편이다. 문제는 '70일 전투'니 '200일 전투'니 해서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한을 정해서 하는 총동원 체제의 전투이다.

 

후계자 지명을 앞둔 1971년 김정일의 발기로 시작된 '100일전투'부터 이번 '80일전투'까지 북한 인민들은 총 13번의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선군(先軍) 정치'를 표방한 김정일 시대에만 10번의 전투를 치렀다.

 

▲  북한의 각종 전투 선전화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 집권 이후로도 벌써 세 번째 노력동원 전투
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장기적인 대북제재 탓이 크다. 그럼에도 북한은 전시(戰時)는 물론 평시(平時)에도 전투가 아니면 유지가 안되는 시스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번 80일전투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이어 태풍수해 피해까지 겹친 '3중고' 속에서 내년 1월 당 제8차대회에서 성과를 내기 위한 고육책이다.

 

그렇다면 80일전투의 결속을 앞둔 지금 북한은 과연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을까?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부터 27일까지 3일 동안 '80일전투목표를 수행한 단위들이 늘어난다'는 제목의 기사를 연속적으로 1면에 싣고 "충성의 노력적 선물을 안고 당 제8차대회를 떳떳이 맞이하자"고 선전했다.

 

노동신문은 25일 아연 등 비철광물을 생산하는 검덕광업연합기업소와 기계공업부문 공장에서 80일전투목표를 달성했다고 보도한 데 이어, 26일에는 전력공업부문과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에서 "80일전투의 불길 높이 전투목표를 연이어 완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27일에도 "충성의 80일전투가 결속단계에 들어설수록 전투목표를 빛나게 완수한 단위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면서 함경남도의 공장∙기업소들과 경공업부문 여러 공장, 그리고 인민경제 여러 부문의 청년동맹 조직의 성과를 소개했다.

 

▲ 조선중앙통신은 홈페이지 우측에' 80일전투소식'을 전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하지만 북한 관영매체 중에서 유일하게 '80일전투소식'이란 별도의 섹션을 두고 '전투'를 격려하는 조선중앙통신의 관련 기사를 분석해 보면, 여전히 전투목표를 완수하지 못한 기업소와 작업장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앙통신의 '80일전투소식'에 실린 기사는 '평양시군민연합집회 진행'(10.13)부터 '자강도에서 1만천수백㎾의 발전능력 새로 조성'(12.27)까지 229건(27일 현재 기준)이다.

 

월별로 보면 80일전투가 개시된 10월에 63건, 11월은 80건, 12월은 86건(27일 기준)이다. 월별로 기사 제목의 키워드를 분석해보면, 10월에는 '궐기' '연합집회' '예술선전' 등 전투를 독려하는 단어가 자주 사용된 반면에 12월에는 '결속' '완수' 같은 성과와 관련된 단어의 빈도수가 높았다.

 

그렇다면 '80일전투소식'에 실린 총 229건 기사 제목 전체의 키워드 빈도수를 분석해 보면 북한 관영매체는 어떤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을까?

 

▲ 조선중앙통신 '80일전투소식'에 실린 기지 229건의 키워드와 지역별 빈도수 분석 결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80일전투'의 사용 빈도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229건의 기사 제목에서 가장 사용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방역'으로 31번이었다. 하위범주의 '비상방역'도 15번, '방역사업'은 8번이었고, 방역과 관련된 '소독사업'도 6번이었다.

 

즉, 북한 당국이 '방역' 그 자체를 '80일전투'의 핵심 부문으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당국이 80일전투 성과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망치지 않으려고 그만큼 '초긴장'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방역' 다음으로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완수'(21회, 초과완수 6회)이고, 그 다음이 '80일전투'(20회)로 나타났다. 이어서 '계획' 19회(생산계획 8회, 년간계획 5회, 인민경제계획 4회), '공장' 17회, '건설' 16회, '공업' 16회, '성과' 15회, '목표' 14회(80일전투목표 7회), '강화' 14회, '개건' 10회 순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현지료해(요해) 8회, 궐기∙결속∙피해지역 각 7회, 나무∙소독사업 각 6회, 대상건설∙ 살림집∙새집들이∙현대화 각 5회, 농장∙산림∙화선식 각 3회, 생산량∙예술선전∙5개년전략목표∙쟁취 각 2회 순이다(제목에 1번 나오는 단어는 분석에서 제외).

 

이 중에서 피해지역(7회), 살림집(5회), 새집들이(5회) 등의 단어는 모두 태풍∙수해로 인한 재난피해복구 건설사업과 관련된 것이다.

 

이처럼 '80일전투' 연관 기사에는 국제사회의 이른바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제재와 코로나 방역 속에서 재난피해를 극복하면서 SOC(사회간접자본)와 생필품을 생산해야 하는 '생존을 위한 3중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즉, '80일전투 = 3중고 극복전투'라는 등식이 북한 관영매체 기사의 키워드 분석을 통해 확인된다. 이처럼 북한이 처한 '생존의 3중고'는 실제로 산업 분야별 키워드 분석에서도 엿볼 수 있다.

 

'80일전투소식' 기사에서 빈도수가 높은 단어를 산업 분야별로 분류해보면, 발전소 9회, 방직 6회, 비료∙과일∙과수∙광산∙탄광∙금속공업∙철도운수 각 3회, 강철∙기계공업∙경공업∙석탄공업∙양어∙작물∙뜨락또르(트랙터) 각 2회 순이다.

 

유엔의 석탄∙석유 금수 속에서 생존을 위해 농축수산물과 생필품 생산을 늘리기 위해 전력과 철∙석탄 그리고 비료 생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80일전투소식' 기사에서 거론된 지역의 빈도수를 분류하면 역시 평양이 7회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자강도 5회, 강원도 4회 순이었다.

 

이어서 평안북도와 함경남도 각 3회, 양강도∙함경북도∙황해남도∙황해북도∙라선시 각 2회, 평안남도∙남포시 각 1회 순이었고 개성(공업지구)은 '80일전투소식'에서 한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행정구역상 일반 시∙군이 아닌 지구 중에서는 북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철금속 광산이 소재한 검덕지구가 '80일전투소식'에서 유일하게 3번이나 거론되었다. 검덕지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두번이나 방문해 '80일전투' 기간 동안 피해복구에 총력을 다할 것을 지시하는 등 각별히 신경을 쓴 곳이다.

 

그런데 '80일전투소식' 기사의 제목에 등장하는 인물의 빈도수로 분류해 보면 정작 '김정은'은 한 건도 찾아볼 수 없다. 김정은 관련 기사는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두 '혁명활동소식'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배경은 80일전투 같은 노력동원을 통한 국가경제활동은 기본적으로 내각총리와 다른 당중앙위 부위원장들이 '책임'을 지는 영역으로 간주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80일전투소식' 기사에서 인물별 빈도수를 분석하면 김덕훈 내각총리 4건, 박봉주 당중앙위 부위원장 2건,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2건 순으로 이들의 '현지요해' 건수는 총 8건이었다.

 

한편, 북한의 80일전투와 관련 외국 단체로는 유일하게 로씨야(러시아)가 2회 연대성을 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UPI뉴스 / 김당 대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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