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순열칼럼] 민주당이 친서민 정당이라는 거대한 착각

류순열 / 기사승인 : 2020-12-22 17: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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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은 친재벌, 더불어민주당은 친서민 정당일까.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국민의힘이 친재벌이라는데 동의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건 '거대한 착각'이다.

엉터리 대통령 박근혜 덕분에, 그를 권좌에서 끌어내린 촛불혁명 덕분에 민주당은 쉽게 정권을 잡았다. 그렇게 탄생했으니,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의 여망을 과감하게, 절박하게 이행했어야 했다. 반칙과 특권을 깨부수고, 양극화의 간극을 메워 기회는 균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한톨의 영혼까지 모두 끌어모아 바쳤어야 했다.

문재인 정권은 그러지 않았다. 콘크리트 기득권에 균열을 내 반칙과 특권을 깨부수기는커녕 오히려 기득권을 강화하는 쪽을 선택했다. 대표적인 게 부동산 정책이다. 입으로는 "사는 집 말고 파시라"고 해놓고, 손발은 집을 사면 살수록 대박나게 하는 정책을 폈다. "집값 반드시 잡겠다"더니 어처구니없게도 주택 투기에 꽃길을 깔아준 것이다. 망국적인 '미친 집값'은 이런 정책 사기의 결과물이다.

그 대국민 사기극의 피해자가 누구인가. 집값 만큼은 꼭 잡아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이땅의 서민들이다. 서민과 청년들은 집값에 잔뜩 낀 거품을 빼주기를 바랐지만 문재인 정부는 아파트값 거품을 더 키워버렸다. 그 결과 "지난 3년간 2500조 원의 부동산 거품이 생겼고, 그 천문학적 불로소득이 0.1%의 재벌 토건회사, 공기업, 투기세력에 돌아가 불평등이 심화"(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운동본부장)했다. 관료와 재벌, 투기세력이 정책 사기의 수혜자로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동안 서민들은 정부만 믿고 기다리다 쪽박을 차고 만 것이다.

이런 정당, 이런 정권이 어떻게 '친서민'인가. 서민 폄하발언을 한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술에 취해 택시기사 멱살이나 잡는 이용구 법무차관은 국민의힘 사람들과 뭐가 다른가.

역설적이게도 화끈한 친서민 정책은 오히려 친재벌 정당 국민의힘 계열에서 나왔다. 노태우 정부의 토지공개념, 이명박 서울시장의 버스노선체계 개편, 오세훈 서울시장의 '부동산 3종 세트'(분양가 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후분양제) 같은 정책들로, 하나같이 콘크리트 기득권을 깨부수는, 가히 혁명이었다.

토지공개념은 땅에 투자해 불로소득으로 부자가 되는 것을 막겠다는 것으로, 기득권층의 이해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노태우 정부는 과감하게, 꿋꿋하게 밀어붙였다.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부동산값 상승이 불평등 심화, 국민생활 빈곤화의 근본원인이라고 보고 이 제도의 도입 필요성을 누차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서울시장 이명박의 시내버스 운행 시스템 개편도 혁명적이었다. 2004년 12월 28일 한나라당(국민의힘 옛 이름) 출입기자 오찬간담회에서 이 시장은 "버스노선 개편은 거의 사회주의적으로 했다. 때론 이런 방법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배석한 강승규 홍보기획관은 "엄청난 이권인 노선을 사업자에게서 모두 회수해 노선을 재편한 것 자체가 혁명"이라고 말했다.

2006년 9월26일 오세훈 시장의 '오세훈 3종 세트' 발표도 마찬가지다. 당시 노무현 정권도 주저하거나 반대하는 정책을 야당 시장이 치고 나가 법제화를 주도했다. 결국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4월 분양가상한제, 분양원가 공개, 토지임대부 건물 분양 등 소비자 중심 정책과 법이 마련됐다.

민주당이 이렇듯 과감하게, 화끈하게 개혁해본 적이 있던가. 국민의힘 사람들도 하는 것을 하지 않으면서 친서민·진보라고 말하는 건 위선이다. 김헌동 본부장은 "진보를 가장한 무능한 정치세력"이라고 일축했다.

결론. 민주당은 친서민도, 진보도 아니다.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어느새 '배부른 돼지'가 된, 기득권 보수 정당일 뿐이다. 친일·독재의 DNA가 박힌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화운동 역사를 간직했다는 게 그나마 비교우위라고 할까.

홍세화 전 진보신당 대표의 촌평(최근 신동아 인터뷰)은 보다 신랄하다. "지금의 보수는 보수가 아니듯, 진보도 진보가 아니다. 분단체제에서 수구 세력, 즉 극우적인 반북 국가주의자들이 보수를 참칭했고, 반일 민족주의를 앞세운 자유주의 보수세력이 진보를 참칭한 것이다."

그는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운동권'에 대해서도 "제대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돈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는 민주건달"이라고 했다. 그래, 민주건달! 무릎을 치게 하는, 기막힌 통찰이다.

▲ 류순열 편집국장

U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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