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서 어려운말 쉬운말로 개선하면 수천억원 절감

김들풀 / 기사승인 : 2020-11-21 13: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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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르게] ⑪ 한글은 국가경영 위한 정보소통 표준
한글은 우수하다. 일찍이 벽안 이방인이 알아봤다. 미국인 호머 헐버트가 뉴욕 트리뷴을 통해 한글 우수성을 알린 게 1889년이다. 헐버트는 "한글은 완벽한 문자"라고 극찬했다. "최소 문자로 최대 표현력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나 정작 '한글의 주인'은 그 가치를 망각하고 사는 듯하다. 바른 한글 사용을 선도해야 할 정부부터 그러하다. 정부부처 공공문서엔 오염된 언어 투성이다. '공문서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는 국어기본법을 정부가 앞장서 위반하는 꼴이다. 이런 행태가 국민과 소통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음은 물론이다.

UPI뉴스는 43개 정부 부처의 공공언어 실태를 취재, 분석해 기획보도 [우리말 바르게]를 연재한다.

▲ 서울 광화문광장 앞 세종대왕 동상 [정병혁 기자]

지금까지 UPI뉴스와 한국어인공지능학회가 함께 정부 부처·청·위원회 43곳 주요 문서를 수집해 조사 분석한 결과 우리말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현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처럼 소통이 어려운 행정용어를 알기 쉬운 용어로 개선하면 수천억 원을 줄일 수 있다. 국립국어원이 2010년 현대경제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당시 순현재가치법(NPV, 어떤 사업 가치나 기대 효과를 나타내는 척도)에 따라 계산하면, 5년간 총 570억 원, 10년간 1168억 원, 20년간 2031억 원, 그리고 무한 지속하는 경우에 총 3431억 원이 절감될 것으로 추산됐다.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생소한 외국어나 어려운 용어 때문에 막대한 경제 손실이 빚어지고 있음이 이미 드러났는데도 10년이 지난 현재 공공언어는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선 요인 중 하나로 많은 이들이 한글을 꼽는다. 세종이 1446년 반포한 '훈민정음'은 당시 국가 경영을 위한 정보 소통 표준을 제시한 일대 혁명이었다는 것이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장은 "훈민정음 반포 과정에서 최만리 등 사대부들이 격렬하게 반대했지만 정작 반포 후에는 반대 상소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 이유는 실용성과 기능성 때문이다"고 말했다.

경제 활동에서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이를테면 1980년대 후반 미국 경우 경제상황은 2차대전 이후 최악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7년간 미국 상무부 장관으로 재직한 말콤 볼드리지(Malcolm Baldrige) 주도로 제조, 서비스, 기업, 교육 및 의료건강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표준 모델을 구축해 보급 확산시켰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 이후 산업계를 뒤흔들어 놓았던 벤치마킹 기법,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한 신경영 기법들이 탄생해 오늘날 미국은 정보통신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현대 사회에서 표준화는 필수 요건이다. 표준화를 통해 생산, 소비,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제품 품질을 개선시키고 생산 능률을 높일 수 있다.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보 유통이 끊어진다는 의미다. 따라서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이 사용하는 어려운 행정용어는 국민과 소통을 가로막고, 국민들에게 심리적인 불만감, 좌절감 등을 조장한다. 특히 국민이 어려운 행정용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앞으로 대국민 공문서에 사용되는 행정용어는 국민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새로운 정책용어 하나를 지을 때에도 모든 국민이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친근하고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UPI뉴스 / 김들풀 IT과학 전문기자 itnew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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