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만 불티…코로나 불황 속 씁쓸한 한국사회 자화상

강혜영 / 기사승인 : 2020-09-16 15:5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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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 2조6208억원…2005년 이후 최고치
"확률 낮아 살수록 손해여도, 살림 팍팍해지면 기대감 높아져"
'고통없는 세금'인 동시에 '빈자의 세금'…소득 역진성도 문제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이 2005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복권은 삶이 팍팍할수록 잘 팔리는 대표적인 '불황형 상품'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업자가 늘고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지면서 복권으로 일확천금을 노려보려는 심리가 만연해진 것이다.

복권은 정부에게 '고통 없는 세금'을 거둬들일 수 있는 효자상품이지만 소득이 낮을수록 구매 경향이 높다는 점에서 '빈자의 세금'이라고도 불린다. 정부가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사행성을 조장해 서민의 주머니를 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특히 경기 하강기에는 복권이 단순 심심풀이 수단을 넘어 생활고에서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져 큰 금액을 투자할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복권방의 모습. [뉴시스]

코로나19에 복권 판매액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16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복권 판매액은 2조6208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1% 증가했다. 복권위원회가 상반기 기준 복권 사업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올해 상반기에 로또6/45가 2조3082억 원 어치 팔렸다. '스피또500' 등 인쇄복권 판매액은 1117억 원, 연금복권이 855억 원, 전자복권이 408억 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연금복권 판매액은 작년 상반기 508억 원과 비교해 68%가량 급증했다. 복권위원회가 지난 4월 연금복권 당첨금을 20년간 월 500만 원에서 20년간 월 700만 원으로 늘리고 가격은 1매당 1000원으로 동결하자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2020년 상반기 복권 판매사업 내역 [복권위원회 제공]

복권은 일정한 사행심을 전제로 국민에게 건전한 오락기능을 제공하고, 복권판매에 따른 재원은 공익적 사업에 활용해 국민 복리 증진에 기여하는 제도라고 복권위원회의 '복권백서'에 규정돼 있다. 공공 부문이 사행산업을 직접 시행해 사회에 비교적 덜 해로운 방향으로 소득을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다.

정부에겐 '고통 없는 세금'이지만, 소득 역진성은 문제

정부 입장에서 복권 사업은 남는 장사이다. 복권 수익금은 판매액에서 당첨금과 사업비를 뺀 금액으로 산출되는데 올해 상반기 기준 1조718억 수준에 달했다. 당첨금은 판매액의 절반을 조금 넘는 1조3523억에 불과하다.

세수 확보에도 용이하다. 일반적으로 정부가 세금을 거두려고 하면 납세자들의 저항이 강하지만, 복권은 그렇지 않다. 제3대 미국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은 복권을 두고 "고통 없는 세금"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강제력을 수반하지 않고 공공재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복권 당청금은 소득세법 21조 1항에 따라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 당첨금이 5만 원 이상 3억 원 미만일 경우에는 22%(기타소득세 20%+지방소득세 2%), 3억 원을 넘으면 33%(기타소득세 30%+지방소득세 3%)를 적용한다. 5만 원 이하의 당첨금은 비과세 대상이다.

하지만 복권은 담배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기 때문에 소득 역진성이 심하다는 문제가 있다. 복권이 '빈자의 세금'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정부가 사행성을 조장해 가난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세수를 혹보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복권 수익금으로 조성된 복권기금의 35%를 법정배분사업, 65%는 공익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대부분 저소득층을 위한 주거안정 지원 사업, 장애인・국가유공자・청소년 등 복지사업에 활용된다.

기댓값으로 따지면 살수록 손해…불경기에는 기대감 높아져

복권은 극도로 낮은 확률 탓에 기댓값을 계산하면 사면 살수록 손해이다. 기댓값은 당첨금액에 당첨 확률을 곱한 것으로 우리나라 복권의 경우 당첨금 기댓값은 복권 구매 가격의 약 50.0~64.8% 수준이다.

1000원짜리 복권을 한 장 살 때마다 평균적으로 352~500원 가량의 손해를 본다는 뜻이다. 즉 살 때마다 손해 보는 구조인 것이다.

로또6/45 상품의 경우에는 1등 당첨 확률이 814만5060분의 일이다. 2등의 경우에도 135만7510분의 일에 불과하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시경제 상황이 안 좋아지면 일반적으로 불경기라고 느끼게 되고 로또 소비가 늘어나게 된다"면서 "당첨 확률이 낮아 기대 수익률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가 나도 당첨 금액이 크기 때문에 '혹시라도 되지 않을까'하는 심리가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복권은 기금을 통해 어려운 계층을 도와주고 서민층에게 희망을 주고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서 "사행심을 조장하고 복권에 당첨되지 않으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뺏는 게 아니냐는 단점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권이 사상 최대로 판매됐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라며 "경기 상승기에는 심심풀이로 하던 것이 경기 하강기 때에는 생활고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어 복권에 큰 금액을 투자하게 돼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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