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매수 힘겨루기에 거래절벽…다주택자 매물이 관건

김이현 / 기사승인 : 2020-09-16 15: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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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아파트 매매거래량 60% '뚝'…시장서도 "거래 없어"
급매물-신고가 경신 사례 맞물려…같은 동네도 단지별 차이
"급한 건 다주택자…내년 상반기 매물 쏟아지면 하락 가능성"
서울 아파트 시장이 매도인과 매수인 간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급매물이 나오면서 가격이 조정되는 분위기가 감지되는 반면, 곳곳에서 신고가가 경신되는 사례도 나온다. 안 그래도 매물이 많지 않은데,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절벽'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값이 본격 하락세로 진입하려면 하락매물이 쏟아지고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 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상가 공인중개사무소 정보게시판에 매물이 내려진 모습. [문재원 기자]

7월 이후 매매 거래량 감소세 뚜렷

16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이날 현재까지 4329건으로, 7월 1만651건 대비 60%가량 감소했다. 아직 신고기한(체결일로부터 30일)이 보름가량 남아 있지만, 거래량이 큰 폭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달 서울 지역 아파트 실거래 신고 건도 아직 399건에 불과하다. 패닉바잉과 영끌 현상 등으로 6월 거래량이 1만5000여 건까지 치솟았고, 7월에도 1만 건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가 확연한 셈이다.

서울 전역에서 신고가 경신과 급매물로 인한 가격하락이 혼재하지만, 거래량 자체가 유의미할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국토교통부 아파트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서울 성북구 석관동 석관래미안(전용 59㎡)는 이달 5일 7억5700만 원에 매매 거래됐다. 지난달 중순 7억7000만 원보다 1300만 원 떨어진 가격이다. 이와 달리 같은 동네 두산아파트(전용 84㎡)는 지난달 12일 8억15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노원구 공릉동 태릉우성아파트(전용 84㎡)는 이달 10일 6억 원에 거래되며 지난달 거래가격(7억300만 원)보다 1억 원 넘게 빠졌다. 같은 구 중계동 건영2차(전용 75㎡)도 이달 실거래가가 5억6500만 원으로 두 달 전(6억6500만 원)보다 1억 원 떨어졌다. 반면 옆동네인 하계동 극동(전용 84㎡)아파트는 이달 7일 8억3700만 원에 거래되며 지난달보다 1억 원가량 올라 신고가를 경신했다.

매도자-매수자 간 눈치싸움 치열

서초구 서초동 현대아파트(전용 84㎡)는 7월 초 14억6000만 원(4층)에 거래된 뒤 지난달 17일 14억9800만 원(5층)에 매매되며 가격이 올랐다가, 이달 5일 14억8000만원(2층)으로 소폭 조정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차(전용 131㎡)는 6월 초 30억5000만 원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3개월 동안 거래가 없다가 이달 3일 28억3000만 원(4층)에 매매됐다.

서초동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가격을 내리지 않으려고 하고, 매수 문의는 더 낮은 가격으로만 들어오니까 간극이 생긴다"며 "일단 매물 자체가 많지 않아서 아직 가격 하락이 기대되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압구정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급하게 팔려는 사람도 급매로는 잘 안 내놓는다"며 "전셋값 자체가 아직 높으니 매매도 상한선을 유지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성동구에서는 하왕십리동 센트라스아파트(전용 84㎡)가 이달 5일 16억4500만 원(11층)에 거래됐다. 직전 신고가인 6월 14억8700만 원(10층)보다 1억5000만 원 넘게 오른 수준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 14억5000만 원에 나온 급매물이 하나 있는데, 입주용은 아니다"라며 "매물 자체가 많지 않고, 거래도 이전보다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강서구 염창동 월드매르디앙(전용 84㎡)은 이달 9일 9억1000만 원에 거래되며 두 달 전보다 8000만 원 올랐다. 같은 구 마곡동 13단지힐스테이트(전용 59㎡)는 이달 3일 9억5000만 원에 거래됐다. 지난 달 최고가 10억 원에서 5000만 원 줄어들었다.

▲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매수우위지수 기준점 무너져…관건은 '하락 매물'

집값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관건은 '하락 매물'이 얼마나 나올지 여부다. 일단 우상향곡선을 그리던 집값 그래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는 서울 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이 3주 연속 0.01%를 기록했다. 부동산 규제로 세 부담이 커진 법인·다주택자의 매물이 증가하면,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이 조사한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도 지난주 96.2로 내려갔다. 이 지수가 기준점인 100 밑으로 내려간 건 3개월 만인데,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는 의미다. KB 관계자는 "2~3주가량은 지켜봐야 하지만 기준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꽤 상징적인 의미"라며 "주택시장 분위기의 선행지표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향후 보합 내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전월세 시장도 상승세…추세적 하락은 지켜봐야"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내년 7월부터 3기 신도시 등의 사전청약이 시작되는 만큼 상당수 매매수요가 청약 대기 수요로 전환하는 데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 때문에 매수자들 역시 가격 조정을 기다리고 있다"며 "내년 봄 다주택자 매물이 얼마나 나오느냐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지금 시장은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수요가 붙는데, 아직까지 매도자가 우위에 있다"며 "전월세 시장도 계속 상승세이기 때문에 더 마음이 급한 건 매도자가 아니라 무주택자"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하락 전환할 순 있어도 추세적으로 하락일지는 의문"이라면서 "임대사업자가 쥐고 있던 물량들이 쏟아지고,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이 예상대로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쯤 안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내년도 종부세 부과기준일을 앞두고 매물이 나오더라도 시장에서는 충분히 소진될 것"이라며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경우 관망세로 정체되는 시기는 있겠지만, 내년에도 집값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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