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인스타 사칭…운영자 처벌 어려운 이유는

이민재 / 기사승인 : 2020-08-04 10:59:05
  • -
  • +
  • 인쇄
전문가 "온라인상 단순사칭 처벌 어려워…관련법 미비"
'사칭 계정' 삭제…'팬페이지' 만 명시한 유사 계정 등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칭한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처벌받을까. 해당 계정을 삭제했을 뿐 운영자 처벌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상에서 벌어진 단순 사칭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 논란이 된 이재용 부회장 사칭 계정. 해당 계정은 4일 현재 삭제된 상태다. [인스타그램 캡처]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이 부회장의 이름과 사진 등을 내건 'jaeyong_3831'이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의 존재를 확인하고 삭제 조치에 나섰다. 해당 계정은 4일 현재 삭제된 상태다.

해당 계정은 진짜 이 부회장이 운영하는 것처럼 꾸며졌다. 계정 운영자는 이 부회장의 행보나 삼성전자 제품 관련 게시물 등을 올렸다. 지난달 21일 이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을 만난 날에는 '현대차 남양연구소 방문'이라는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또 운영자는 "인류의 공동이익과 풍요로운 삶. 인류공동체 일원으로서의 사명. 대한민국 그리고 삼성전자가 함께합니다"라는 문구를 써놨고,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도 링크했다.

사실상 이 부회장 행세를 한 것이지만 현행법상 해당 운영자를 처벌하긴 어렵다. 온라인상의 단순 사칭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미비한 상황이다. 사칭에 대한 법적 대응을 하려면 명예훼손이나 사기 등 피해가 발생해야 하지만, 이 부회장 사칭 건의 경우 법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단순히 누군가를 사칭한 것만으로는 처벌하기 어렵다"면서 "굳이 따지면 명예훼손과 연관된 범죄로 볼 수도 있지만 사칭 계정이 이재용 회장에 대한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를 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해 삼성전자 측이 해당 운영자를 고소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는 진행되지 않는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건에 대해 고소 절차를 진행하는지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의 단순 사칭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 사칭 자체를 처벌할 근거가 없으면 명예훼손이나 사기 등 2차 피해를 근본적으로 막기 어려워 피해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타인을 사칭하는 경우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날 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타인을 사칭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타인사칭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전화나 SNS상의 안전망을 보다 촘촘히 할 필요성이 있다" "개정안 통과에 만전을 기해 타인 사칭 범죄 자체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엔 'jaeyong_3830'이라는 계정이 새로 만들어진 상태다. 이 계정은 사칭 논란이 불거져 삭제된 이전 계정과 동일하게 이재용 부회장의 사진을 내걸고 유사한 소개 문구를 적는 등 같은 운영자가 계정 삭제 조치를 당한 후 새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전 계정과 다른 점은 게시물을 통해 "이재용 팬페이지 운영자입니다"라고 팬페이지임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사칭 논란이 불거진 'jaeyong_3831'계정 운영자가 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jaeyong_3830' 계정. [인스타그램 캡처] 


새로 만들어진 이재용 부회장 계정 운영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개인적 이야기 및 SNS가 존재하지 않아 가상의 팬페이지를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사칭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으면 계정 삭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스타그램 관계자는 "사칭한 것으로 볼만한 근거가 충분하면 삭제 조치를 한다. 사칭 당하는 이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이민재 기자 lmj@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핫이슈

만평

2020.12.2 0시 기준
35163
526
28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