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 21일 본격 가동…실효성 있나

김이현 / 기사승인 : 2020-02-16 10:5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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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행위 못잡고 거래만 줄어…매물잠김·시장왜곡"
국토부 "편법증여·불법거래 엄단…시장교란행위 색출"
▲국토부는 이달 21일부터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가동한다. 롯데월드 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정병혁 기자]

20대인 A 씨는 지난해 6월 서초구에 있는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했다. 매입금액 중 상당 부분은 '부모님 찬스'를 이용했다. 부모님을 세입자로 등록해 전세보증금 형태로 4억5000만 원을 받은 것이다. 나머지 5억5000만 원은 자기 자금 1억 원과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4억5000만 원으로 마련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B 씨도 '꼼수'를 택했다. 세 살배기 딸 명의로 고가의 주택 두 채를 매입하면서, 구매에 들어간 돈 일부만 신고했다. 주택 취득과정에서 들어간 임대보증금은 할아버지 C 씨가 대신 갚아줬다. 가족 간 '불법 거래'로 세 살배기는 단번에 수십억 원대 부동산 부자가 됐다.

국세청에 적발된 이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이다. 지난해 8~10월 신고된 서울 지역 주택 이상거래 사례는 1333건이었고, 이 중 탈법 사례로 적발된 건만 768건이다. 편법 증여, 실거래 허위신고, 청약통장 불법 거래 등 수법은 갈수록 다양해진다. 전형적으로 시장을 교란시키는 행위다.

이에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오는 21일부터 수상한 주택거래를 조사하는 전담조직이 가동된다. 일명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을 국토부 1차관 직속으로 설치하고, 특별 조사에 들어간다. '전국구 투기꾼'을 타깃으로, 부동산 시장을 교란하고 집값 안정을 저해하는 불법행위를 엄단하겠다는 것이다.

핵심은 자금 흐름을 꿰뚫는 '고강도 조사'다. 주요 조사·수사 대상은 불법 전매와 청약통장 거래, 무자격·무등록 중개, 주택 구매 자금 조달 과정의 증여세·상속세 탈루 등이다. 각 지자체 내 부동산 특사경이 있지만, 앞으론 국토부가 중요 사안은 직접 조사한다. 국토부 내 부동산 불법거래를 수사하는 작은 경찰 조직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조사 속도도 훨씬 단축된다. 국토부에 있는 부동산 특사경 6명 외에 추가로 7명의 특사경을 증원한다. 여기에 국세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감정원 등에서 직원이 파견된다. 각 기관별로 통보하고 자료를 넘겨받아 다시 조사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한지붕 아래 모인 각 기관 직원이 바로 필요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이들의 고유업무는 '부동산 불법 거래 조사'가 된다.

특히 3월 중순부터는 부동산 구매 자금조달계획서 내용이 대폭 보강된다. 주택 구매 자금 중 증여받은 돈이 있다면 누구에게 증여받았는지 밝혀야 한다. 계좌이체 대신 현금을 줬다면, 그 이유를 소명하는 등 신고서 내용이 매우 깐깐해진다. 투기과열지구 9억 원 초과 주택 매수자는 계획서 내용을 증빙할 서류도 직접 제출해 자금 흐름을 증명해야 한다.

아울러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도 확대된다. 기존 투기과열지구 내 3억 원 이상 주택에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3억 원 이상 주택과 비규제지역 6억 원 이상 주택이다. 또 실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일 60일 이내에서 30일 내로 단축된다. '9‧13, 12‧16 부동산 대책' 등 대출 규제와 세금 강화 기조에 이어 철저한 세무조사를 병행해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의지다.

▲ 2019년 10월 18일 서울 마포 대단지 아파트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 등 지자체의 부동산시장 합동 현장점검반이 위반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대치동 공인중개업소 대표 A 씨는 "작년에 부동산 거래질서를 세운다면서 국토부 점검팀이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를 돌아다녔는데, 불법거래는 못잡고 매물만 줄어들었다"면서 "이번에도 요식행위일 뿐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 공인중개업소 B 대표는 "비정상적인 거래는 검증하는 게 맞지만, 정작 부동산 규제를 강화해서 집값을 올려놓은 건 정부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대책은 투기꾼 혹은 아이들한테 증여해주는 것에 대한 조사인데, 그것으로 인해 주택 가격이 안정화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불법과 편법 행위를 압박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불법과 탈법 행위가 있다면 당연히 엄벌해야 하지만 방법이 잘못됐다"면서 "가격이 오른다고 규제해서 투기꾼을 잡으려고 하지 말고, 우선 가격이 오르는 근본 원인인 재건축‧재개발을 완화해서 공급을 늘리고, 수요가 많으면 분산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중개협회가 징계권이나 조사고발권 등을 가지고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권한이 없다"면서 "정부가 조사한다고 해서 부동산 거래가 투명한 환경이 조성되는 게 아니라, 중개사무소에 대한 지속적 관리와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감시팀을 만드는 것은 단지 선언적 의미"라면서 "타깃을 잡아서 표적이 되면 희생양이 되면서 국민들에게 매수 위촉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 잠김 현상이 일어나면 정작 실수요자들이 부동산을 사지 못하는 왜곡 현상이 일어난다"면서 "수요가 위축되면서 가격안정에는 기여하는 효과는 있지만, 계속된다면 또 다른 풍선효과로 인해 부작용이 더 크게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은 "공직자가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일을 이때까지 하지 않다가 별도로 팀을 만든다는 건 평소에 제대로 일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면서 "전형적인 가짜 엄포"라고 비판했다. 이어 "부동산 투기를 하면 세금을 내도 이익이 되니까 하는 것인데, 이제 와서 세무조사를 하고 부동산 안정화를 외치는 자체에 전혀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강조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거래를 하는 사람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 "편법증여나 대출규제를 위반해서 자금출처가 법규정에 맞지 않는다든지 하는 사람만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장 거래를 위축시킨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상적인 거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면서 "기존에 있던 불법거래를 바로잡고 올바른 시장으로 가도록 만들면서 안정화로 연결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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