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권단체 활동가 "자두 살해범, 봉사자들 모욕했다"

김진주 / 기사승인 : 2020-01-14 19:3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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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학대범이 동물권단체에서 봉사하겠다니…"
변호인 "고양이 죽이려면 세제 아닌 쥐약 탔을 것"

"동물권단체 활동가로서 황당함을 넘어 극도의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잘못을 반성한다면서 항소하고는, 동물권단체에서 봉사를 하겠다니요? 피해자의 고통과 국민들의 분노에 불을 지른 피고인의 파렴치한 태도를 감안해, 재판부는 더욱 강력한 처벌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에서 반려동물 학대사건을 담당하는 김민경 활동가는 "자두 살해범의 발언을 뉴스에서 접하고, 순간 멍해졌다"라며, 분노와 황당한 심경을 전했다. 김 씨는 "동물학대범이 감히 동물권단체 봉사를 운운한 것은, 진심으로 동물들을 위해 헌신하는 분들 모두를 모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학대해 살해한 정모(40세) 씨의 항소심에서 검찰이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이내주)는 지난 13일 동물보호법 위반·재물손괴 혐의를 받는 정 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정 씨는 지난해 7월 1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인근에서 고양이 자두를 바닥에 내려치고 발로 밟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됐다. 정 씨는 1심에서 "세탁 세제를 섞은 사료를 고양이에게 먹이고 반응을 보려 했으나, 고양이가 거부하자 화가 나서 죽였다"라며 범행을 인정했으며, 지난해 11월 21일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됐다.

▲ 고통스럽게 살해 당한 고양이 자두를 추모하는 시민들이 남긴 메시지들. [피해자 예 씨]


검찰은 이날 "(정 씨가)세제를 섞은 사료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고양이를 죽일 의도가 있었으며, 피해자의 용서를 받기 위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6개월의 형도 거부하고 항소한 점을 볼 때,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라며 정 씨에게 1년 6개월 형을 선고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정 씨 측은 당시 정 씨의 상황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3년 전 한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변호를 시작한 정 씨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취업사기를 당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벌인 범행"임을 주장했다. 그리고 "고양이를 죽일 생각이었으면, 사료에 세제가 아닌 쥐약을 탔을 것",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례적"이라며 선처를 요구했다.

정 씨는 "제가 원래 소심해서, 법정에 서면 할 말을 잃으니 준비해온 글을 읽게 해달라"라고 양해를 구한 후, "이 죄인의 한순간의 어리석은 잘못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반려인들에게 고개 숙여 사죄를 올립니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글을 읽어내려갔다. 정 씨의 낭독이 "동물보호단체에서 받아주신다면, 봉사를 통해 사죄하겠다"라는 대목에 이르자, 방청석에서는 한숨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새어나왔다.

정 씨의 동물보호단체 봉사 발언에 대해, 재판을 방청한 시민 김모(40대, 합정동 거주) 씨는 "성폭행범이 피해자치유센터에서 봉사하겠다는 소리나 마찬가지 아니냐. 봉사자들은 물론, 피해자들도 모욕한 것이다. 재판 내내 욕이 튀어나오는 걸 간신히 삼켰다"라며 분노를 표했다. 김 씨는 "언론에서는 이례적 엄벌이라는 표현을 지양해달라. 다른 존재의 생명을 빼앗은 죄에 비해, 불과 몇 달의 징역은 결코 엄벌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 자두사건과 관련해 동물보호법 강화를 촉구하는 국민청원은 21만1240건, 항소심 탄원은 6914건에 달한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함께 재판을 방청한 마포구동네고양이친구들(40대, 이하 '마동친') 회원 이 씨(마포동 거주)는 "길동물들 구조하고 돌보면서, 경제적·육체적·정신적으로 무척 힘들 때가 많다. 사는 게 힘들면, 동물을 막 죽여도 되나? 정말 무서운 말이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해자 예 씨는 "피고인 측의 궤변에 정신적 고통이 가중됐지만, 함께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힘을 얻는다"라며, "마동친 회원님들을 비롯해 관심 가져준 모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 항소심 탄원을 해주신 분들이 6914명이나 됐다. 접수부 측에서도 깜짝 놀랐다"라며 감사를 표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정 씨의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 씨가 검거된 이후 유사범행 시도 신고가 접수돼 현재 파악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정 씨 및 정 씨의 변호인 측에서는 검찰 측 발언에 대해 부정하지 않았다.

정 씨의 선고재판은 한 달 후인 2월 13일 목요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방법원 406호에서 열릴 예정이다. 망원동 토순이 살해사건 선고재판도 같은 장소에서 오는 22일 수요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며, 두 재판 모두 시민 방청이 가능하다. 

UPI뉴스 / 김진주 기자 perl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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