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말싸미] 요즘 대세는 '시간여행'…과거에서 꺼내 온 2020년

김혜란 / 기사승인 : 2020-01-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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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아일랜드' 캡처


이른바 'Y2K(밀레니엄버그)'로 시끌벅적했던 세기말도 벌써 20년 전의 일이 돼버렸다. 이에 비해 2010년은 세계 금융위기의 회복으로 차분하고, 담담한 전환을 맞았다. 21세기의 세 번째 10년은 어떨까.

SF 장르 중에는 유독 2020년을 배경으로 한 것들이 많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재빠르게 과거의 작품을 강제 소환하며 시간 여행 놀이에 빠졌다. 30년 전 국산 애니메이션 '2020원더키디'를 복원한 유튜브 영상에는 수년 전부터 2020년을 기다리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또 지난 7월 19일에는 영화 '아일랜드'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2005년 개봉 당시 미래로 그려진 2019년이 현재가 되었던 것. 영화에는 '오늘은 2019년 7월 19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새해부터 #역주행

▲ 소설가 김승옥이 1970년 4월 1일자 동아일보에 단편 소설을 게재했다. [동아일보 홈페이지 캡처]


29세 김승옥은 2020년을 '귀요미'의 원년으로 묘사했다. 소설 <무진기행>(1964)을 펴낸 그는 1970년 동아일보에 '50년 후, Dπ9 기자의 어느날'이라는 SF단편 소설을 게재했다. 2020년의 신문기자 준은 과학자 연쇄살인사건을 취재 중이다. 그는 'GUIYOMI19(귀요미19)'라는 초소형 전기차로 출근하는데 운전은 레이더와 컴퓨터가 대신한다. 또 부산-서울-평양-신의주 구간을 30분 만에 달릴 수 있는 '지하 진공 철도' 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나와 통일의 미래를 엿보는 재미가 있다.

▲ 영화 '리얼스틸'은 2020년을 배경으로 인간이 아닌 로봇이 격투 시합을 벌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드림웍스 제공]


'미션 투 마스'(2000),'예스터데이'(2002),'리얼스틸'(2011)은 2020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미션 투 마스에서는 화성 착륙에 성공한 우주 비행사들이 인류의 기원을 만나고, 예스터데이는 통일 한반도를 무대로 복제인간끼리의 암투를 그린다. 리얼스틸은 안드로이드(인조인간)가 사각의 링 위를 지배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는다. 물론 2020년 현재 UFC에서 '코리안 좀비'로 불리는 파이터는 인간 '정찬성'인데 말이다.

#정부가꿈꾼 #2020한국

▲ 2007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혈관청소용 의료로봇이 2018년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았다. [셔터스톡]


2020년 어느 날, 직장인 한가람(가명) 씨는 아침부터 '셀프검진'에 한창이다. 자기 전에 삼킨 소형 로봇이 혈압, 혈당 상태를 휴대폰 창을 통해 알려준다. 이 휴대폰은 한 번 충전으로 2개월을 쓸 수 있는 최신형이다. 한 씨는 '디지털코'라는 장치를 통해 시향을 해가며 온라인 향수 쇼핑을 한다.

한 씨의 하루는 2007년 정보통신부(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IT 기술예측 2020'에 따른 것이다. 정통부는 1분 충전으로 2개월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배터리 기술은 2012년에 상용화할 것으로 예상했고, 2015년에는 초고속인터넷망으로 향기를 전송할 수 있다고 보았다. 또 혈관청소용 의료로봇은 2018년 상용화를 목표로 했는데 당시 정통부는 이 로봇으로 '질병 없는 사회'를 꿈꿨다.

▲ 국방부는 2008년 2월 26일 "한국형 방탄헬멧과 전투복을 3단계 기간으로 나눠 성능을 개량, 2020년께 최첨단 제품을 장병 개인에게 보급할 계획"이라며 '미리 본 한국군 모습'을 제시했다. [SNS 갈무리]


한편 2008년 국방부가 꿈꾸는 2020년 한국군은 흡사 '어벤져스'와 같았다. '입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군복은 GPS가 탑재되어있고, 냉난방 기능까지 있다. 실제 2020년 한국군은 이러한 '최첨단'을 입지는 못하게 됐지만, 패딩은 얻게 되었다. 2019년에는 전방부대 12만4000명에게 보급됐으며, 2020년부터 전 장병에게 동계 점퍼가 지급될 전망이다.

#다시 현실로

▲ KBS 유튜브 '옛날티비' 캡처


앞서 비현실적인 2020년에 현실감을 더하는 '주머니 사정' 소식이 있다. 2020년 최저임금이 올해(8350원)보다 2.9% 오른 시간당 8590원으로 결정됐다. 또 2020년에는 '동전 없는 사회'로 한 발 내딛게 되는데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현금 계산 후 잔돈을 계좌로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된다. 거스름돈은 모바일 현금카드 등과 연결된 본인 계좌에 입금할 수 있다.

과거에서 온 미래의 모습처럼 당장 '귀요미' 같은 첨단 장비를 가지고 출근을 하거나 내 옆의 복제인간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게 됐다. 그러나 초미세먼지로 뒤덮인 지금의 도시는 2020원더키디에 나오는 잿빛 하늘과 닮은 듯해 환경오염에 대한 경고만은 과거의 예언이 적중한 셈이다.

영국 정부는 '디스토피아(Dystopia)' 미래를 막기 위해 앞장섰다. 2019년 1월 플라스틱 쓰레기 퇴치를 위한 25개년 환경계획을 발표했는데 2020년 4월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면봉, 접시 등의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오는 2042년까지 영국에서 가능한 모든 플라스틱 쓰레기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Y2K
'Year 2000'을 줄인 말. Y는 연도(Year), K는 1000을 뜻하는 킬로(Kilo)를 의미한다. 초창기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이 메모리 용량을 줄이기 위해 4자리 연도표기 중 앞의 2자리인 '19'를 생략하는 바람에 컴퓨터가 2000년을 1900년으로 오인해 버그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공포의 핵심이었다.

#2020원더키디
1989년 KBS2에서 첫방송된 13부작 애니메이션. 주인공 '아이캔'은 인구 폭증과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으로 인해 황폐해진 지구를 대체할 행성을 찾아 떠난다. 주인공의 단짝인 인공지능 로봇 '코보트'는 자동차가 됐다가 비행기로도 변신하며 우주를 누빈다.

#디스토피아
가공의 이상향, 즉 현실에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나라'를 묘사하는 유토피아(Utopia)와는 반대의 말이다. 인간소외, 환경파괴 등 가장 부정적인 암흑세계의 픽션을 그려냄으로써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문학작품 및 사상을 가리킨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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