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패딩' 후폭풍 "우리 아가 불쌍해"…'나쁜기업' 불매운동 확산

김지원 / 기사승인 : 2019-12-09 14: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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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커버리, 블루독, 베네통키즈, 네파키즈, 탑텐키즈, 페리미츠 '발암물질'
아가방앤컴퍼니 옷, 디자인스킨 매트에서 카드뮴·납 '중금속'
쁘띠엘린 에티튜드 세제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 검출
"배신감이 든다."

5살 아이의 엄마 A 씨는 울화통을 터뜨렸다. 시중에 판매 중인 아동용 겨울 점퍼 6개 제품 모자에 부착된 천연모(너구리털·여우털)에서 '발암물질'인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됐다는 기사를 접하고 나서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판매 중인 아동용 겨울 점퍼 13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6개 제품의 모자에 부착된 천연모(너구리털·여우털)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 5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 중인 아동용 겨울 점퍼 13개 제품을 대상으로 안전성을 조사한 결과, 일부 제품의 천연모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유해물질이 검출된 제품 목록. [한국소비자원 제공]

A 씨는 폼알데하이드가 검출된 6개 제품 브랜드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뉴스가 나온 후 맘카페에서 발암물질이 나온 브랜드 제품명이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맘카페는 관련 이야기로 소란스러웠다.

발암물질 검출 패딩 관련 카페 게시글마다 "구입한 제품인데 어쩌냐"라는 댓글이 하나씩은 꼭 달려있었다. A 씨 역시 "이번에 아이 롱 패딩을 사주려고 여러 제품을 많이 알아봤는데, (발암물질이 나온 제품 중)사려고 했던 브랜드가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롱 패딩이 보통 얼마인지 아시냐"고 물었다. 이어 "고가임에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사는 건 아이가 입는 것이기 때문이다"며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사는 건데, 유명 브랜드 제품마저 안전하지 않으면 어떡하냐"고 반문했다.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제품을 구입한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발암물질이 검출된 제품 판매 사업자에게 판매중지와 회수 등 자발적 시정권고 조치도 내렸다.

그러나 부모들의 '울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3, 4살 두 딸을 둔 아빠 B 씨는 "환불이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찍혔다'고 표현했다.

B 씨는 "기억해뒀다가 그 브랜드 제품은 다신 사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도 학부모들이 남양유업 브랜드를 불매 운동하는 거랑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남양은 분유 캔에서 녹이 나왔다는 논란에 휘말린 적 있다. 어린이용 주스 '아이꼬야'에서 곰팡이가 검출되며 소비자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남양유업은 이외에도 대리점 갑질, 홍원식 회장 외조카 황하나 씨의 마약투약, 홍원식 회장의 차명주식 사건, 홍 회장 장남 홍진석 씨의 병역비리 등 '나쁜 기업'의 대명사로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단골기업이다.

이번에 폼알데하이드가 나온 6개 제품은 △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의 '키즈숏마운틴쿡다운', △ 블루독의 '마이웜업다운', △ 베네통키즈의 '밀라노롱다운점퍼', △ 네파키즈의 '크로노스다운자켓', △ 탑텐키즈의 '롱다운점퍼', △ 페리미츠의 '그레이덕다운 점퍼' 등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국제암연구소(IARC)는 폼알데하이드를 발암물질(Group1)로 분류한다.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되면 접촉성 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주로 동물 가죽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부패를 막는 데 사용된다.

발암물질인 폼알데히드가 검출된 제품 브랜드 관계자는 모두 해당 문제와 관련해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자체적으로 검사를 마쳤던 제품'임을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생산물량을 전량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 데이터를 찾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도 전량 회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70~80%정도 회수된 상태"라고 말했다.

발암물질 검출과 관련해서는 "천연소재인 너구리의 털이다 보니 조금씩 성분이 다를 수 밖에 없다"며 "KC테스트 사전 인증을 통과했었고, 그 외에도 소비자원 통보 후 자체적으로 추가검사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서양네트웍스의 블루독 관계자 역시 "바로 리콜 조치를 다 취했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사후 검사를 다시 한 번 진행했다"며 "해당 사후 검사 성적서를 홈페이지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그는 "블루독 브랜드의 품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가 높은 만큼, 공식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스커버리와 블루독은 학부모 사이에서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품질을 믿고 구입하는 브랜드'였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실망감은 더욱 크다. 국내 유아·아동복 1위 브랜드인 블루독, 밍크뮤, 알로봇 등의 브랜드를 보유한 서양네트웍스는 현재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와있다.

탑텐도 리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탑텐 관계자는 "한국소비자원에서 통보 받은 후 바로 판매중지하고 리콜 조치를 취했다"며 "전량 회수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성통상(대표 염태순)은 탑텐, 탑텐키즈 외에도 지오지아, 올젠, 폴햄, 앤드지, 에디션, 엑스투오투, MALE24365의 브랜드를 보유중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반일운동 여파로 유니클로 대체재로 반사이익을 얻은 탑텐이 이런 제품을 판매했다는 점에 배신감을 느꼈다"면서 "아이들 옷에서 발암물질이 나왔다는 점에서 유니클로보다 오히려 더 나쁜 기업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세 제품 브랜드 관계자 모두 일차적으로 내부에서 실시한 안전성 검사는 모두 통과한 제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영유아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사례가 많았던 만큼, 보다 엄격한 기준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5월 국가기술표준원이 3~4월 안전성 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어린이·유아용품 총 15종, 884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더불어 유해물질 검출과 관련한 제품에 대한 학부모의 '불매운동'도 전개됐다.

아가방앤컴퍼니·쁘띠엘린·유니클로·자라 등 어린이·유아용품에서 안전기준을 초과한 인체유해성분이 검출되며 학부모의 불매운동이 일었다.

지난 4월 유아용품 전문 업체인 '쁘띠엘린(대표 표순규)'이 수입하는 '에티튜드'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 및 보존제로 알려진 성분이 검출됐다. '에티튜드' 제품은 국내에서 젖병 세정제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유아 부모들은 "젖병세제에서까지 유해성질이 나오면 어떡하냐"며 불만과 비난을 쏟아냈다. 에티튜드는 '친환경 젖병세제'를 모토로 내세웠다. 엄마들 사이에서는 아기 젖병을 세척할 때 별도로 구입해 사용할 만큼 신뢰가 두터웠다.

이에 쁘띠엘린은 주방세제 및 젖병세정제 등 15개 제품에 대해 회수조치를 시행한다는 사과문을 홈페이지 및 SNS에 게재했다. 그럼에도 영유아 부모 사이의 후폭풍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쁘띠엘린의 어린이용 레인코트에서 유해성분이 검출되며 또 한 번 공분을 샀다. 쁘띠엘린은 제품 리콜 등 신속한 조치에 나섰지만 당시 학부모 사이에선 "젖병세정제에서 문제가 생긴지 얼마나 됐다고 또 이러냐"는 반응이 나오며 불매운동 조짐이 일었다.

몇년 전 최순실 일가 소유의 아동복 회사인 서양네트웍스(대표 서동범)에서 몇 년간 발암물질이 기준치의 최대 70배 넘게 함유된 유해 유아용품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불매운동은 실적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유아용품 전문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대표 신상국)는 아동용 맨투맨 티셔츠 뒷면 단추에서 납 함유랑이 기준치의 10.6배나 초과하는 성분이 검출되며 실적에 타격을 입었다.

아가방앤컴퍼니의 매출은 2017년 1409억 원에서 2018년 112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영업손실 규모도 269%이나 늘어 2018년 14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이 힘을 발휘한 것.

아가방앤컴퍼니 관계자는 "매출하락은 불매운동 영향은 아닐거 같고, 학부모들 사이에서 불매운동 일어난 거 처음 듣는다"며 "더 알아보고 메일로 입장 주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때 한국을 대표하던 유아동 전문기업이었던 아가방앤컴퍼니의 후진적이고, 안전불감증 기업경영은 2014년 중국 랑시그룹에 인수된 후 심각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길림성 조선족 출신인 신상국씨가 대표이사 자리에 앉으면서 한국 토종기업인 아가방앤컴퍼니는 중국식 경영방식에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아가방앤컴퍼니 한 관계자는 "아가방앤컴퍼니에 대해 '무능한 경영진', '잦은 인사이동과 악의적 조직변경', '직원들이 일은 안하고 정치만 한다'등의 얘기는 취업포털과 블라인드에도 알려진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직원들의 인권을 무시한 경영과 소비자들의 안전을 무시한 제품생산등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U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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