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호의 문학공간] "냉각된 한·중 문화교류, 탄탄한 신뢰 구축으로 타개해야"

조용호 문학전문 / 기사승인 : 2019-12-02 17:47:57
  • -
  • +
  • 인쇄
한·중 문학 교류 기여, 중국 공산당 공로상 받은 홍정선 문학평론가
중국 곳곳 한국어과 교수 제자 100여명..."한국 좋아하는 지한파 중국 문인 많아"

문학평론가 홍정선(66) 인하대 명예교수가 지난 8월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홍 교수는 그동안 중국 도서를 한국에 소개하고 양국의 문화교류에 앞장서 온 공로를 인정받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중국 영빈관)에서 외국인 15명 중 유일한 동양인으로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중화도서특수공헌상'을 받았다.

상금은 10만 위안. 한중 국교 수립 이래 꾸준히 중국 문인들과 교류를 이어오며 한국과 중국의 문화 가교 역할을 해온 공로를 인정받은 셈이다. 특히 그가 오랫동안 쌓아온 중국 문화 담당자들과의 끈끈한 신뢰 구축이 이 상 수상의 숨은 동력이기도 하다. 3회 한중시인회의가 열리는 경북 청송에서 그를 만나 한중 문학교류에 대한 소회를 들어보았다.

 

▲ 2007년부터 소설가 김주영과 함께 한중 문학 교류에 앞장서 온 문학평론가 홍정선. 그가 매년 한두 명씩 선발해 경제적 지원을 하며 인하대에서 양성한 중국 유학생 100여 명은 중국 대학 곳곳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활약하고 있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한중 교류가 뜸해진 현실에서 한국인으로서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로부터 큰 상을 받았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배경이 궁금하다.

"광둥출판그룹 사람이 이 상에 나를 추천하겠다고 연전에 말했지만 예상하진 못했다. 광동출판그룹은 모든 도서 신문 등 매체를 총괄하는 대집단이다. 지금 중국은 각 성들이 이런 방식으로 문화 매체를 통제한다. 광둥그룹과 함께 강서성 봉황그룹과 베이징 인민문학 등 세 곳에서 동시에 나를 추천해서 상을 받게 됐다. 공식적으로는 중국에서 출판된 서적을 한국에 소개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이유지만 실제로는 한중작가회의를 진행하면서 생긴 중국 문인들과의 친밀도가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 문제 이후 한중 문화교류가 여전히 냉각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 차원을 넘어서서 문인들끼리의 유대는 소중한 자산이다. 그동안 한중 문인 교류는 어떻게 진행돼 왔는가.

"소설가 김주영 선생이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 재직하면서 자금을 지원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1차례에 걸쳐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문인들이 교류를 진행했다. 이후 경북 청송군의 지원으로 한중시인회의가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한중 문인 사이에 탄탄한 신뢰가 생겼고, 한국을 좋아하고 깊이 이해하는 중국 문인들이 생겨나 정치적 환경이 변해도 한국을 변함없이 좋아하는 지한파 중국 문인들이 많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우정과 신뢰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중국 제자들도 많이 길러낸 것으로 안다. 어느 정도인가.

"중국과 수교 이래 곧바로 중국을 다니기 시작해 1995년경부터 중국에서 한국에 공부하러 오고 싶어 하는 우수한 학생들을 선발해 1년에 한두 명씩 경제적 지원을 하며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들 중 첫 제자가 남경대에 한국어과를 만든 윤해연 교수이고, 이어 길림대학교 서해명 교수가 혜택을 입었다. 이렇게 퇴직할 때까지 길러낸 중국 학생 100여 명이 모두 중국 곳곳에 포진한 대학에서 한국어과 교수로 살고 있다. 이 제자들이 중국에서 회갑연을 열어주기도 했다."

▲ 홍정선 인하대 명예교수가 지난 8월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중국 공산당선전부로부터 수상한 '중화도서특수공헌상'. [홍정선 제공]


-한국에 번역되는 중국 현대문학이 최근 들어 많이 늘었다. 중국 문학이 동아시아나 세계문학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중국 고전문학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문학 중 하나지만 현대문학도 빠르게 세계문학 반열에 오르고 있다. 옌렌커, 아라이, 위화 등 대단히 뛰어난 작가들이 많아 모옌에 이어 다시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까지 우리는 중국은 우리보다 뒤떨어졌다는 시각으로 멸시하는 경향이 있다. 근대문학은 우리가 앞서 있다는 시각이 못마땅하다."

-여전히 지속되는 한한령(限韓令)을 헤쳐갈 묘책은 없을까.

"한국 시집이나 소설책을 아직 중국에서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 출판사들은 한국 책을 낼 만반의 준비를 하고 국가 눈치를 보고 있는데 최종 출간은 공식적으로 각 성의 선전부장 허락 여부에 달려 있다. 최근 호남성에서 예외적으로 한국 책 한 권이 출간 허용됐는데, 다른 성이나 주요 도시에서도 출판할 수 있도록 대사관이나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중국 공산당 선전부와 적절한 교분을 나누며 신뢰를 형성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지난번 광둥성 사람들이 한국 중국문화원에 와서 도서 전시를 할 때 광둥성 선전부장도 같이 왔지만, 한국의 관련 실무 공무원들은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 자리야말로 국장급들이 참석해 신뢰를 쌓아야 하지 않겠는가."

UPI뉴스 / 청송=조용호 문학전문 기자 jhoy@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핫이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