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드하트 방위비협상 대표, 한국당과 비밀접촉

김당  · 남궁소정 / 기사승인 : 2019-11-21 04: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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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협상 전 방한때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과 美대사관저서 비밀면담
정용기 "외교적인 부분 있어 노코멘트…공개한 집권여당이 양아치 수준"
미 대표, 국회 비준 어려움에 "국회가 비준 거부한 적 한번도 없지 않냐"
'공정한 분담금합의 촉구결의안' 무산 배경에 美-한국당 '비밀 양해' 의혹

제임스 드하트(James DeHart)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가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과도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용기 의장은 20일 드하트 대표와의 면담 사실을 묻는 〈UPI뉴스〉에 "외교적인 부분이 있어 노코멘트 하겠다"며 "그런 부분은 (상대방과의) 약속이잖아요"라고 짧게 답하고 끊었다.

▲ 제임스 드하트(James DeHart)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수석대표(오른쪽)가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과도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문재원 기자, 뉴시스]

 

하지만 두 번째 통화에서 드하트 대표가 여당 측과도 7일 대사관저에서 면담한 사실을 들어 다시 확인을 요청하자, 정 의장은 "그때도 민주당 측에서 드하트를 만난 의원이 밖에 나와서 (만났다고) 언론플레이를 했다"며 "미국 측에서 강한 항의가 있었다. 그래서 기사 내리고 (그랬다)"고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정 의장은 이어 "외교적으로 민주당처럼 저질로 (하면) 국익에도 도움이 안된다. 만났다는 사실 자체도 얘기하지 않기로 하고 만났다면 그 약속이 지켜져야지"라며 "외교적인 기본 ABC도 안지키는 집권여당이다. 양아치 수준이다. 저희는 그렇게 똑같이 갈 수 없어 말하지 못한다"고 민주당측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드하트 대표가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협정(SMA) 합의를 위한 3차협상을 앞두고 해리 해리스(Harry Harris) 주한 미대사의 주선으로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두루 접촉한 사실은 언론에 보도가 되었지만, 정용기 정책위의장과 접촉한 사실은 공개된 바 없다.

 

보도에 따르면, 드하트 대표는 데이비드 스틸웰(David R. Stilwell)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함께 지난 6일 미국 대사관 관저 만찬에서 한국당 의원인 국회 윤상현 외교통일위원장·이종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만났다.

 

또 7일 낮에는 더불어민주당 제2정조위원장이자 국회 국방위 간사인 민홍철 의원과 대사관저에서 면담을 가졌고, 저녁 관저만찬에는 해리스 대사가 이혜훈 정보위원장(바른미래당)을 초청해 만났다.

 

이 세 자리에서 드하트 대표를 포함한 미국측 인사들은 "한국이 방위비분담금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앞서 드하트 대표는 3차협상을 앞두고 지난 5일 공식적인 사전예고 없이 입국해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전방위로 접촉했던 것이다.

 

미국 대사관측은 당초에 민주당과 한국당 정책위의장을 모두 면담하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비분담협상에 정통한 민주당측 관계자는 "원래는 대사관측에서 조정식 정책위의장 면담을 요청했으나 격이 맞지 않다고 판단해 제2정조위원장이자 국방위 간사인 민홍철 의원으로 정해졌다"고 귀띔했다.

 

민홍철 의원은 20일 〈UPI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드하트 대표가 한국당 측과도 만난 것으로 안다. 우리는 정책위의장이 만나는 것은 격에 맞지 않아 제2정조위원장이자 국방위 간사인 내가 만났다"면서 "미측의 요청으로 드하트 대표와 7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동안 대사관저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야당의 정책위의장이 미국 방위비분담협상 대표를 만난 것 자체는 비판받은 일이 아니다. 문제는 한국당측이 미국 협상 대표를 만난 사실을 쉬쉬하며 비공개한 것이다.

 

한국당은 실제로 지난 7일 정용기 의장과 드하트 대표의 비공개 면담 이후 한번도 접촉 사실을 공개한 적이 없다. 물론 정 의장처럼 "만났다는 사실 자체도 얘기하지 않기로 하고 만났다면 그 약속이 지켜져야지"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당내에서까지 국익과 연관된 정보가 공유되지 않거나 오히려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다음날 열린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방위비분담금 문제가 거론되었지만, 드하트 대표 면담 내용이나 미국측의 과도한 분담금 요구는 일절 거론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날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는 "'미국에서 50억 달러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최근에 갑자기 부각이 됐다. 그런데 언론보도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이미 오래 전에 요구했고, 통보했다'는 것이다"며 "그런데도 정부는 마치 아무것도 몰랐던 것처럼, 미국이 갑작스럽게 요구한 것처럼 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 "오죽하면 스틸웰 차관보나 드하트 분담금 수석대표가 마치 '대한민국에 청구서를 보냈기 때문에 우리는 받으러 왔다'는 그런 당당한 모습을 보이겠는가.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어떤 요청을 받았는지, 어떻게 답변했는지 우리 국민과 국회 앞에 소상히 밝혀주기 바란다"고 문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렸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이 국회 차원에서 추진한 '공정한 방위비분담 촉구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배경에는 한국당과 미국측의 '비공개 접촉에 따른 비밀 양해'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민주당 의원 74명이 서명한 결의안 채택이 무산된 것은 한국당의 반대 때문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앞서의 방위비분담협상에 정통한 민주당측 관계자는 "미 대사관측에 '주한미군한테 임대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여당 의원을 만나서 설득할 생각은 안하고 한국당 의원들만 만나냐고 했더니, '반대 목소리를 듣기 위해 온 것이 아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제10차 SMA 협상 때도 우리측 협상 대표가 '과도하게 분담금을 인상하면 국회의 비준 동의를 받기 어렵다'고 하자, 미측 대표가 '당신들 국회에선 비준이 거부된 적이 한번도 없지 않냐'고 공개적으로 받아쳤다"면서 "국회 결의안이건 비준 동의건 한국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덧붙였다.

 

▲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 협상(SMA) 등 한미 현안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출국하기에 앞서 방미 목적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정용기 의장은 19일 민주당이 추진한 국회 차원의 '공정한 방위비분담협정 촉구 결의안'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을 묻는 〈UPI뉴스〉에 "결의안이 양국 간에 원만한 협의를 이끌어달라는 내용이면 검토해볼 수 있다"면서도 "여권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미국을 비난하는 듯한 결의문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사실상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이 "미국이 현재 주장하고 있는 방위비분담금 요구 내용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한미군주둔군지위협정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며, 국회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의 취지와 목적인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부담'이라는 내용에 벗어난 어떤 협정에 대해서도 비준 동의를 해줄 수 없다는 점"을 밝힌 '한미 양국의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제11차 방위비분담금의 공정한 합의 촉구 결의안'을 박정 의원 등 74명의 이름으로 국회에 제출한 것은 지난 14일이다. 그런데도 그때까지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국회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정의 취지와 목적인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부담' 원칙을 벗어난 협정에 대해 비준 동의해줄 수 없다는 선언을 담았을 뿐이지, 미국을 직접 비난하는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결의안이 검토조차 되지 않은 것은 한국당에게는 그 내용보다는 의지의 문제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 의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다음날인 20일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한미 간의 공정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촉구하는 국회 결의안도 채택하지 못한 채 미 의회를 설득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 ‹운영유지비 개요 - FY2020 예산 추계› 표지(미 국방부 감사관실, 2019년 3월)


〈UPI뉴스〉가 최근 미 국방부 감사차관실(Under Secretary of Defense, Comptroller)이 지난 3월에 발간해 미 의회에 보고한 〈Operation and Maintenance Overview FYSCAL YEAR 2020 Budget Estimates〉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내년 주한미군의 운영유지비(추계)는 22억1810만 달러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50억 달러가 터무니없는 금액임이 밝혀졌다.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전년도 분담금의 5배에 달하는 분담금 액수가 구체적 근거를 바탕으로 산출한 것이 아니고,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분담금 규모에 맞춰 불합리한 근거들을 동원해서 꿰맞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UPI뉴스 / 김당 기자 dangk@upinews.kr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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