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주권국 자존심 건드리는 방위비 협박

이원영 / 기사승인 : 2019-11-19 14: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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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진행되면서 미국 측의 무리한 인상 주장에 국민들의 인내도가 점점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다.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주권국가의 자존심 문제라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도를 넘는 주장에 대해 우리 국민들은 불쾌감까지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통일연구원이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분담금 증액에 압도적인 다수가 반대(현행유지 71.5%, 감액 24.8%)했다. 증액 찬성은 불과 3.7%였다. 보수, 진보 가릴 것 없이 이처럼 절대다수가 한 여론으로 모아지는 것은 이례적이다.

▲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중구 주한 미국대사관저에서 방위비분담금 협상 관련 기습 농성을 하기 위해 담벼락을 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여론이 분담금 증액에 절대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은 미국 측의 요구가 과도하기 이를데 없는 데다, 한국정부를 상대하는 태도가 상식을 벗어나 안하무인 식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해 한국 측 분담금은 1조389억 원인데 합당한 설득력도 없이 이보다 5배 가량 많은 50억 달러를 내라고 하니 '날강도'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미국은 증액 필요성을 들면서 괌, 하와이 등 한반도 외 지역에 배치돼 한반도 유사 시 투입될 미국 전략자산의 유지·보수 비용은 물론 한반도 외 지역에서 수행하는 작전 비용 일부도 청구했다고 한다. 자기들이 필요한 것인데 우리더러 돈을 대라고 하니 국민들이 허탈을 넘어 분노까지 느끼는 것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을 내고 "'주한미군의 유지에 수반되는 경비의 분담에 관한 원칙'을 벗어나는 무리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 결과에 대해선 국회 비준동의를 단호히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연한 메시지다.

시민단체들도 "동맹이냐, 날강도냐", "굴욕 협상 필요 없다", "날강도는 집에 가라"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이며 반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평택 미군기지를 방문하고 온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평택 기지에 가면 없는 게 없다. 학교, 병원, 상가, 레스토랑, 영화관까지…기지를 지어 준 게 아니라 신도시를 지어 줬다. 한마디로 이렇게 퍼질러 앉아서 돈 가지고 와라, 대접해 달라, 이러는 게 옛날 조폭들이나 하는 짓,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의원 47명도 "한국은 이미 분담금을 충분히 부담하고 있다. '갈 테면 가라'는 자세로 자주국방 태세를 확립해야 트럼프 행정부의 협박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주한미군 철수까지도 각오하는 마음으로 협상에 임하고 절대 미국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는 주문이다.

미국은 대한민국 민심의 현주소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예전처럼 미국이 하라면 하는 속국같은 나라는 더 이상 아니다.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해서도 단순히 한국의 안전을 '보호'한다는 명분만은 아닌 '미국의 이익' 때문에 주둔하는 것으로 믿는 여론도 커지고 있다.

들끓는 민심을 모른 체하고 미국이 당치도 않는 주장을 밀어붙인다면 미국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호감도는 급격하게 부정적으로 변할지 모를 일이다. 만약 주한미군 철수론이 확산된다면 이는 한미동맹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일이다.

정치권도 심대한 국익이 걸린 분담금 협상 문제에서는 당리당략과 정쟁을 중단하고 거국적인 입장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 이렇게 민심이 들끓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은 '분담금 공정한 합의'를 촉구하는 결의안조차 반대해 무산시키니 자당 의원으로부터조차 "존재자체가 민폐인 당"이란 쓴소리까지 듣는 것 아닌가.

분담금 협상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협상은 서로의 입장을 듣고 주장과 수용을 통해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다. 미국이 단호한 만큼 한국정부도 당당하게 맞서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주권국가 대한민국의 체면을 구기지 말라.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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