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고기시쳇물 어찌 먹나" 군대 채식주의는 과도한가

이원영 / 기사승인 : 2019-11-12 14: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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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 늘면서 군대 일방 급식에 고통 호소
취향보다는 '생존'의 문제…적극 해법 구해야
군대 내에서 채식주의자의 요구가 부대를 넘어 이슈화 되고 있다. 군인들 중에서 채식을 고집하는 인구가 늘면서 이제는 이를 외면하고 넘어가서는 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도 커지고 있다. 무관심하기엔 그들의 요구가 매우 간절하기 때문이다. 

▲ 채식을 원하는 군인들이 늘면서 부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군 부대에서 열린 요리대회에서 시식하는 모습. [뉴시스]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채식주의자들은 군대 안에서 '밥먹을' 걱정이 크다.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군대 급식문화 특성 상 고기가 섞인 음식을 먹지 못하면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가 최근 군을 제대한 일부 인사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내면서 더욱 불거지고 있는 양상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어떤 이들은 군대에서까지 채식을 요구한다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을 하지만, 채식주의자의 인권을 생각하는 쪽에서는 생존이 걸린 중대한 문제라며 군 당국에서 대책을 세워줘야 한다는 쪽이다.

최근 한 방송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훈련소의 일주일 치 식단을 조사한 결과 채식주의자 군인의 입장에서 김이나 나물 등 한가지밖에 먹을 수 없는 경우가 15회에 달했다. 또 육식이 섞여 있어 채식주의자가 아예 먹을 수 없었던 단품 식사(잡채, 고기덮밥 등)가 나온 경우도 3회에 달했다.   

흰쌀밥 외에는 하도 먹을 게 없어 배고픈 김에 고기가 들어간 음식을 먹었다가 바로 탈이 나 병원 신세를 진 군인의 사연도 소개되기도 했다.

육식을 철저하게 거부하는 사람들 중에는 고기는 물론이고 심지어 젓갈이 들어간 김치, 육류 성분이 들어간 조미료 등으로 조리한 음식도 거부하고 있으니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군대 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별도의 식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미군 등의 예를 들며 이미 선진국 군대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별도 식단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주장한다. 또한 채식을 요구하는 것은 취향의 문제로만 보아서는 안되며 생체적인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체행동과 규율성을 중시하는 군대에서 식사는 물론 소소한 개인 취향까지 맞춰주기 시작하면 군대 문화에 많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면서 채식 요구는 군대문화 특성 상 과도한 요구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 채식주의자는 3%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비율을 적용하면 군인 58만 명 중에 1만 7400여 명의 채식 군인이 있는 셈인데,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모병제도 아닌 징병제에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간 군대인데 밥조차 먹을 게 없다고 생각하면 보통 억울한 일이 아닐 것이다. 환경이나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한 '양심적 육식 거부'도 많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꿔 육식이 아예 몸에 맞지 않게 변한 사람도 적지 않다. 고깃국물이 '고기 시쳇물'로 느껴진다는데 어찌 엄살이라 할 수 있겠는가.

국가인권위원회가 이 문제에 대해 해답을 내려면 1년은 걸린다고 한다. 인권위의 결정을 기다리기에 앞서 군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는다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닐 것이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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