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네가 대신 내줘라"…멘탈甲 전두환

류순열 / 기사승인 : 2019-11-08 16:3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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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프장의 전두환 전 대통령(빨간 모자). 지난 7일 오전 강원도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지인들과 라운딩하는 현장이 포착됐다. 옆은 질문하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 현장 동영상을 임 부대표 측이 찍어 JTBC에 제공했다. [JTBC 방송 캡처]

전두환 씨는 1931년생이다. 아흔이 다 됐지만 나이가 무색하다. 언변에 막힘이 없다. 건강하다는 얘기다. 특히 대권을 휘둘러봐서일까, 멘탈(정신)이 갑(甲)이다.

1990년대 중반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은 초라했다.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란히 선 모습은 권력 무상을 실감케 했다. 대화는 더 가관이었다.

"자네 구치소에선 계란후라이 주나?"(전두환)
"안 준다."(노태우) "우리도 안 줘."(전두환)

둘은 서울구치소(노태우), 안양구치소(전두환)에 따로 수감돼 있었다. 죄목부터 무시무시한 '내란수괴죄'로 법정에 선 처지에 '계란 후라이' 타령이라니, 참 보통 멘탈이 아니다.

웬만한 이들은 그렇게 엄중한 상황에서 '계란 후라이'를 입에 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검찰은 당시 전 전 대통령에게 사형, 노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그만큼 중대 범죄자였다. 천문학적 규모의 뇌물수수죄도 추가됐다.

최종심에서 무기징역, 징역 17년으로 각각 감형되었지만 의미 없는 선고였다. 1997년 12월 대선 직후 특별사면으로 풀려났기 때문이다. 사면권자는 김영삼(YS) 당시 대통령인데, 김대중(DJ) 대통령 당선인과 교감했을 것이다. 그렇게 12·12, 5·18사건은 법적으로 단죄되었지만 그들은 죗값을 온전히 치르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됐다.

이후 그들은, 특히 전 씨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옛 권세의 연장선에서 살았고, 살고 있다. 여전히 여기저기 폼나게 다닌다. "통장에 29만 원밖에 없다"더니 돈만 잘 쓰고 다닌다. 추징당하지 않게 숨겨놓은 돈이 많다는 얘기일 것이다.

전 씨가 재벌기업에서 거둬들인 뇌물은 1조 원에 육박한다. 법원은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했는데 미납액이 아직도 1000억 원을 넘는다.

지난 7일 오전 강원도 홍천의 골프장에서도 전 씨는 멘탈갑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명령을 내린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내가 왜 책임이 있어?"라며 정색했다.

멘탈갑의 백미는 "네가 좀 내줘라"는, 뻔뻔함과 여유, 비아냥이 버무려진 답변이었다. "1000억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언제 납부할 거냐"는 임한솔 정의당 부대표의 물음에 그렇게 응수한 것이다.

스윙에도 건강함과 자신감이 넘쳤다던가. 알츠하이머를 앓는다는 이유로 재판 출석을 거부했으나 이날 그의 "드라이버샷은 호쾌했고 아이언샷은 정교했다"(임 부대표)고 한다.

1997년 말 전 씨 사면의 명분은 '국민대화합'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전 씨의 처신이 국민화합을 깨뜨리고 있음을, 2019년 가을 온 국민이 목도하고 있다.

결국 '잘못된 사면'이었다. YS와 DJ는 저승에서 무슨 생각을 할지 참으로 궁금하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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