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I 시선] 횡단보도 정지 무시, 소름돋는 보행자들

이원영 / 기사승인 : 2019-11-07 14: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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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건넌다고 운전자가 여성 폭행
'보행자 먼저' 운전 문화 정착시켜야
미국 등 선진국에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한국에서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횡단보도를 이용할 때 불안감이다. 미국 동포들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얘기를 풀어놓으며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무서워서 건널 엄두가 안 나더라"는 말을 종종한다. 그만큼 보행자를 배려하는 운전문화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채 건너가기 전에 택시가 지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행자가 완전히 보행로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에서 차량이 지나치면 처벌을 받는다. [문재원 기자]


지난 6일 전남 광주에서 횡단보도를 늦게 건넌다는 이유로 택시 운전자가 차에서 내려 길을 건너던 20대 여성을 수차례 폭행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가해자는 경찰에서 "휴대폰을 보며 천천히 건너길래 화가 치밀었다"고 말하고 있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위다.

미국에서는 철저하게 차보다는 '사람 먼저'를 강조하고 있다. 실제 도로에서 이뤄지는 운전면허 시험에서 불합격 되는 가장 많은 이유가 횡단보도 앞에서 '완전한 정지(complete stop)'를 하지 않아서다. 사람이 있건 없건 무조건 완전하게 정지했다가 가야한다.

보행자가 없다고 완전정지를 하지 않고 슬그머니 미끄러지듯 지나치면 그 자리에서 탈락(fail)시킨다. 이렇게 철저하게 보행자 안전을 면허 취득 때부터 각인시키고, 실제 교통단속도 엄격히 이뤄지기 때문에 평소 길을 건너는 사람이 없는 무신호 횡단보도에서도 대분분의 차량들이 정지했다가 출발한다. 물론 정지 사인판도 붙어 있다.

이에 비해 한국 도시의 무신호 횡단보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와 사람의 '전쟁'은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횡단로로 사람이 들어서도 차들이 앞으로 휙 지나가기 일쑤고, 보행자는 손을 들며 사정하듯이 차를 세우며 건너는 풍경이 일상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중 40%가 보행자라고 하는데 이는 세계 평균의 두 배를 넘는 수치라고 한다. 보행자를 배려하지 않는 운전문화가 낳은 부끄러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교통당국이 운전자들이 얼마나 보행자들에게 양보하는 지를 실험한 결과를 보면 보행자가 손을 들고 '사정'을 하며 건너야 겨우 30% 정도 차를 멈추는 것으로 나왔다. 손을 들지 않고 횡단보도 밖에서 차가 멈추기를 기다리는 경우는 거의 정지하는 차들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횡단보도는 전혀 '사람 중심'이 아닌 현실을 보여준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량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하고 있을 때에는 보행자의 횡단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그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일시정지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 규정으로만 본다면 보행자가 건너기 위해 길가에 서 있다면 차량들은 정지 없이 막 달려도 된다는 의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제서야 보행자가 도로 횡단을 하고 있을 때 뿐만 아니라 횡단을 위해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때에도 운전자가 일시정지 및 서행하도록 하는 개정안을 마련할 것이라 한다. 그와 함께 횡단보도에 정지 표지판이나, 붉은색 정지선 등 횡단보도 무조건 멈춤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UPI뉴스 / 이원영 기자 lw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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