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복의 타박타박 지구촌] 우뚝 선 거대 예수상 아름다운 해변 지켜주듯

/ 기사승인 : 2019-10-04 11:08:18
  • -
  • +
  • 인쇄
-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우리는 일상에 지쳤을 때 여행을 꿈꾸곤 한다. 그냥 떨치고 나서면 다 괜찮아질 것 같아서다. 그러나 세상 일이 마음 먹었다고 다 할 수 있던가.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를 만들어 여러 곳을 다녔다. 쉽게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그마한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펼쳐놓으려 한다. 새삼스런 설렘에 나 자신 다시 길 위로 나설지도 모르겠다.

브라질(Brazil)은 큰 나라다. 남아메리카에서는 가장 크고 세계에서도 다섯째로 꼽힌다. 우리가 익히 아는 아마존강과 그 주변 열대 우림은 드넓은 녹색지대로 흔히 '지구의 허파'라고 부른다. 그래서 아마존 지역의 훼손은 지구의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문제로 취급되고 있다. 스페인어를 주로 사용하고 있는 남아메리카의 여러 나라와 달리 브라질은 유일하게 포르투갈어를 쓰고 있다. 넓은 국토를 배경으로 세계 최대의 농업국으로 발달했으며, 특히 커피 수출량은 세계 1위로 2위 베트남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1500년 포르투갈의 귀족이자 탐험가인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이 처음 발견했으며, 1822년 브라질 왕국으로 독립한 뒤 군정과 민정 등 여러 체제를 거쳐 1988년 새 헌법에 따라 민주연방공화국으로 자리를 잡았다.

상파울루에 이어 브라질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는 1763년에서 1960년까지 브라질의 수도였으며 나폴리, 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美港)으로 불린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공적인 개발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를 받아 201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동쪽은 대서양 연안의 구아나바라만(灣)이고, 서쪽은 제법 높은 산지가 펼쳐진다. 이곳은 1502년 1월 1일에 발견했는데, 당시 구아나바라만을 강으로 잘못 알고 포르투갈어로 '1월의 강(江)'이라는 뜻인 '리우데자네이루'로 지었다고 한다.

  2007년 현대 7대 불가사의에 뽑힌 '구세주 예수'
 

▲ 예수상(Cristo Redentor, '구세주 예수')


'리우'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여럿 있다. 가장 먼저 소개할 것은 역시 코르코바두 언덕(Morro do Corcovado)의 예수상(Cristo Redentor, '구세주 예수')이다. 지난 2007년 현대 7대 불가사의의 하나로 뽑힌 이 예수상은 해발 700m 언덕에 38m(기단 8m) 높이로 서 있는데, 옆으로 죽 펴고 있는 양팔의 너비는 28m, 무게는 700톤이다. 이곳에 올라가려면 빨간색 전용 열차를 타야 한다. 물론 택시도 있지만 가격을 흥정해야 하고 안전도 보장되지 않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중요한 것은 날씨다. 서울의 남산보다 2배 이상 높은 곳이어서 그런지 항상 구름이 끼어 있어 예수상의 얼굴을 온전히 보기가 쉽지 않다. 바람이 불면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구름에 감싸이고 만다. 그래도 예수의 옷자락에 기대듯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다 보면 종교와 상관없이 묘한 분위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위에서 내려다보며 팔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세상 모든 사람의 아픔을 다독이며 위로를 건네는 것만 같아 괜스레 마음 한쪽이 아련해지기도 한다.

 

사실 조각상 자체는 불가사의라고 하기에 적절하지 않지만 그곳에서 느끼는 감정에는 불가사의한 일면이 있다고나 할까. 다시 예수상이 서 있는 방향에서 해안을 바라보면 리우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특히 바닷물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사금파리를 흩뿌려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또 굽이지며 길게 펼쳐진 해안을 따라 조성된 시가지는 매우 단정하고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독특한 모양의 바위까지 곁들이면 역시 '아름다운 항구'라는 이름이 제격이다.
 

▲  팡 데 아수카르(Pão de Açucar)


다음으로 항구 입구에 불쑥 솟아 있는 독특한 바위인 '팡 데 아수카르(Pão de Açucar)'가 눈에 띈다. 해발 396m 높이에 종처럼 생겼으며, 이름은 '설탕빵'이라는 뜻이다. 케이블카로 올라가는데, 정상까지 가려면 한 번 갈아타야 한다. 이곳은 특히 저녁에 가는 것이 좋다. 리우의 야경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가 지고 어스름해지면서 주위 풍광이 어둠 속으로 서서히 자취를 감출 때 해변 도시는 불빛을 머금고 더욱 화려하게 피어나면서 자신의 매력을 거침없이 자랑한다. 그러나 바람이 강한 곳이어서 밤에는 따로 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코파카바나-이파네마 해변 등 모래사장의 유혹

▲ 코파카바나 해변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도시인만큼 해변을 빠뜨릴 수 없다. 코파카바나(Copacabana), 이파네마(Ipanama) 등 널리 알려진 해수욕장이 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나가면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4km나 되는 긴 백사장이 완만하게 활처럼 굽어져 있어 어느 곳에 서 있어도 해변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모래사장을 따라 도로 쪽에는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보행자 거리가 조성되어 있는데, 바닥의 타일 장식도 미적 감각을 뽐내듯 문양이 남다르다. 다시 널찍한 자동차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다를 바라보며 호텔, 사무실, 식당 등 각종 건물이 줄지어 서 있다. 넓은 백사장은 아주 깨끗해서 부담없이 맨발로 뛰어들고 싶게 한다. 다만 사람이 많은 한낮이 아니면 모래사장에서 혼자 걸어 다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강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마음 놓고 즐길 수 없게 만드는 사람의 욕심을 탓할 수밖에 없다.

▲  이파네마 해변


이파네마 해변은 코파카바나 해안의 남쪽 끝에 있는 주택가를 걸어서 지나가면 만날 수 있는데, 백사장과 주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이쪽 해안은 일직선으로 곧게 뻗어있어 바다가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 같다. 호텔도 더 비싼 곳이 많고, 잘사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라 거리도 깨끗하다. 코파카바나가 서민들의 휴식처라면 이곳은 부유층이 더 많이 찾는다고. 한편 이파네마 해변의 뒤쪽 지하철 제네리우 오소리오(General Osório) 역앞 광장에서는 일요일마다 히피시장이 열린다.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그림 시장과 함께 각종 특산품을 파는 노점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구경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이제 도심으로 들어가 보자. 거의 200년 동안 수도였던 도시로서 역사적 의미를 지닌 장소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센트로 지역은 사람들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인 만큼 도시의 활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시립극장, 대성당 메트로폴리타나, 국립미술관, 셀라론 계단 등 볼만한 곳은 대부분 지하철 카리오카 역 주변에 있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다.
 

▲ 리우 메트로폴리타나 외관


그중에서 대성당 메트로폴리타나는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끈다. 1976년 문을 연 이 성당은 밖에서 볼 때 성당 같지가 않고 보안 업무를 진행하는 특수 시설처럼 보인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높이 80m 원뿔형 구조는 마야문명의 피라미드 형태를 본 딴 것이라고도 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바깥 빛을 투사하는 스테인드글라스가 창을 이루고 있고, 십자가도 있어 한껏 종교시설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내부는 2만여 명이 함께 미사를 드릴 수 있을 정도로 넓은데, 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독특한 성당이 아닐까 싶다.

10만 명 수용 마라카냥 경기장은 축구의 성지 

▲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인 마라카냥 경기장


브라질 하면 무엇보다 축구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마라카냥 경기장은 축구에 열광하는 국가에 걸맞게 세계에서 가장 큰 축구장이다. 1950년 제4회 월드컵 대회에 맞춰 건설했을 때는 20만 명까지 수용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대략 10만 명 정도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2016년 리우 올림픽 때 주경기장으로 개막식과 폐막식이 열리기도 했다. 지하철 2호선 마라카냥 역에서 내리면 되고, 경기장을 둘러보는 투어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없을 때는 주변이 한적해 안전하지 않으므로 절대로 혼자 다녀서는 안 된다.

▲ 셀라론 계단


이제 색다른 구경거리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셀라론 계단(Escadaria Selarón)'이다. 칠레 출신 화가 호르헤 셀라론(Jorge Selarón)이 1990년부터 2013년 죽기 전까지 자신의 집앞 허물어지는 계단을 세계 각국의 타일 2000여 개로 작품을 만들어 붙인 곳이다. 브라질 국기의 색깔을 비롯해 화려하게 치장한 타일들이 215개 계단 125m를 장식하고 있다. 해외 유명 가수의 비디오에 나오면서 알려져 지금은 리우를 찾는 사람은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 중 하나가 되었다. 그곳에 이르면 색깔의 향연에 빠져든다. 고즈넉한 중간색이 아니라 강렬한 원색, 바로 브라질의 열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하겠다.

잠시 리우 카니발 이야기를 하자. 지구촌 최대의 축제로 해마다 2월 말에서 3월 초에 걸쳐 나흘간 열리는데, 삼바학교들은 1년 동안 준비해온 그들의 모든 기량을 삼바 퍼레이드에서 대대적으로 펼쳐 보인다. 브라질 국민의 넘치는 끼를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하겠다. 언젠가 그 현장에 함께하리라는 기대감으로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재촉한다.

글·사진 남인복 언론인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핫이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