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건조기 사태…"무상수리는 집단분쟁조정과 별개"

오다인 / 기사승인 : 2019-09-05 16: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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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원 "무상수리 권고는 소비자 보호 위한 별도의 조치"
이달 내 집단분쟁조정 개시 여부 결정날 듯

"속상하네요. 가전은 LG라고 해서 오븐, 냉장고, 세탁기, TV까지 모두 LG 쓰고 있는데."

LG전자의 의류건조기를 구입한 이후 가족들의 피부와 호흡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한 소비자가 9월 5일 오후 네이버 밴드에 올린 글이다. 이 소비자는 게시글과 함께 먼지가 끼어 있는 건조기 콘덴서 영상을 공유했다. 앞서 LG전자는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을 탑재해 별도의 먼지 청소를 할 필요가 없다고 광고했다.

이 날은 한국소비자원이 LG전자 측에 이 같은 건조기 전량을 무상수리하라고 권고한 지 일주일이 지난 때다. LG전자는 소비자원의 권고를 받아들여 수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여전하다. 소비자들은 "수리는 필요 없다. 환불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콘덴서 자동세척 기능으로 논란이 된 LG전자의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 [LG전자 홈페이지]


"10년이나 애물단지 끼고 살아야 하나"

'환불만이 답'이라는 소비자 입장에는 이유가 있다. 애초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을 보고 LG건조기를 구매한 소비자로선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할 이유가 없어진 셈이기 때문이다.

또 수리도 수개월에 한 번꼴로 수리기사가 방문해 건조기를 분해한 후 재조립해야 하는 방식이어서 제품 사용시 소비자가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히 남는다. LG전자 측이 '10년 무상수리'라는 보상안을 제시했을 때 소비자들 사이에서 "10년이나 애물단지를 끼고 살아야 하나"는 토로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문제의 건조기는 '트롬 듀얼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라는 제품명으로 지난 6월 말까지 약 145만 대가 팔렸다. 8kg과 9kg 용량인 소형 모델과 14kg, 16kg 용량인 대형 모델로 나뉜다. 소형 모델은 2016년 4월부터 88만4927대가, 대형 모델은 2018년 5월부터 56만5946대가 판매됐다.

LG전자는 이 제품의 특장점으로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을 꼽았지만, 이를 구입한 소비자 수천 명은 사실과 다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콘덴서가 자동으로 세척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세척수가 배출되지도 않아 축축한 먼지가 쌓이고 이로 인해 악취와 피부 질환 같은 각종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에는 이를 인증하는 사진이 쏟아지고 있다. LG건조기 사태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소비자들이 모인 네이버 밴드에는 현재 3만2000명가량이, 네이버 카페에는 8300명가량이 가입한 상태다.

▲ LG전자가 지난 5월 광고한 LG건조기의 콘덴서 자동세척 시스템 개념도. [LG전자 제공]


▲ LG건조기 환불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네이버 밴드에 올린 콘덴서 사진. [네이버 밴드 '엘지건조기자동콘덴서문제점' 캡처]


소비자들은 "LG건조기 때문에 세상 살면서 힘이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배운다", "모두 환불받자", "환불받을 때까지 힘내자", "썩은 건조기 환불해라", "LG, 끝까지 가보자", "LG건조기 때문에 정말 무수한 경험을 한다", "아무리 작은 거라도 LG는 안 사고 싶다" 등의 글을 올리며 환불 요구를 높여가는 중이다.

현재 네이버 밴드와 카페 회원들은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LG건조기에 대한 환불을 요구하는 집회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이들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소비자를 기만하는 회사 측에 건조기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청한다'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5일 현재 기준 1만1300여 명이 동의했다.

LG전자 "제품결함 아냐"…소비자원 "사용 조건 따라 기능 미작동"

LG전자 측은 이번 논란이 일기 시작한 때부터 현재까지 "제품결함은 아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한 사례를 기초로 실사용 가구에 대한 현장점검 등 사실조사를 실시한 결과 건조기 소형 모델보다 대형 모델에 먼지가 쌓이는 정도가 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입 후 6개월 이상 사용한 대형 건조기 10대 중 4대는 콘덴서 전면 면적 대비 먼지 축적 면적이 20% 이상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소비자원 측은 "사용 조건에 따라 콘덴서 자동세척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등 기능 조건 설정이 미흡해 콘덴서에 먼지가 쌓이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특히 대형 건조기의 경우 필터가 아닌 다른 경로로 먼지가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가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건조기 아래쪽에 남는 잔존수는 건조기의 용량과 관계 없이 모든 모델에서 동일하게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미생물 번식, 악취 발생의 가능성이 있고 오염된 물로 콘덴서 세척이 이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또 잔존수로 인해 건조기 내부가 계속해서 습한 상태로 유지돼 건조기 내부의 금속부품이 부식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LG전자는 소비자원의 시정권고를 수용한 후인 지난 9월 2일부터 이 같은 기능을 개선한 건조기 신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원 "무상수리 조치는 집단분쟁조정과 별개"

이미 문제가 된 건조기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현재 소비자원에서 검토 중인 집단분쟁조정의 개시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원은 지난 7월 1일부터 29일까지 약 한 달간 소비자 권익보호 기관들에 접수된 집단 및 개별 분쟁조정 신청 2700여 건 중 300여 건의 집단분쟁조정 신청에 대해 현재 개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들 300건에 대한 사실확인이 끝나고 개시가 결정되면 이후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소비자들도 결과에 따라 집단분쟁조정에 참여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받을 수 있다.

소비자원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집단분쟁조정을 신청받은 날부터 60일 이내에 조정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이에 따라 LG건조기와 관련한 집단분쟁조정 개시 여부는 이달 말 이전에 결정될 예정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지난 9월 2일 UPI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무상수리 조치는 집단분쟁조정 절차상 검토사항은 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니다"면서 "(집단분쟁) 조정위원회에서는 이와 별도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상수리는 소비자원에 접수된 위해정보들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정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나온 시정권고 조치"라면서 "집단분쟁조정 결과는 아니고 관련 있는 사안도 아니다"고 설명했다.

또 제품결함 의혹과 관련해서는 "먼지가 유입되는 부분에 있어서 일부 미흡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개선을 권고한 것"이라면서 "단정적으로 제품의 결함이냐 아니냐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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