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송환법 공식 철회…시위 88일 '제2의 우산혁명' 결실

김혜란 / 기사승인 : 2019-09-04 20:44:08
  • -
  • +
  • 인쇄
캐리 람 행정장관,시위대 첫번째 요구 수용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62) 행정장관이 대규모 반대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 조례(송환법)'의 철회를 공식 선언했다. 


▲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지난 3일(현지시간) 홍콩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오후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날 오후 6시 미리 녹화된 TV 연설을 통해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조건을 받아들여 송환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람 장관은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학자, 전문가들이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빈부격차, 청년층 기회 제공 등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연구할 것이다"고 했다.


또 그는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 사람들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면서 "가능한 빨리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지난 6월 초부터 이달 일까지 홍콩 경찰에 체포된 시위된 수는 1183명에 달하고, 지난 주말 시위대와 경찰의 격렬한 충돌로 159명이 체포됐던 것을 생각하면 사태가 급반전된 것이다. 하지만 홍콩 시민의 완전한 승리라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람 장관은 이날 발표로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 사항만 들어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시위대가 요구한 '경찰의 진압 과정에 대한 독립적 조사'에 대해서는 "IPCC에 맡겨 둬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21일 홍콩의 위안랑 역사에서 발생한 폭력 사건도 IPCC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람 장관은 또 시위대가 요구한 '체포된 시위자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는 법치주의에 따르는 도시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에 대해서도 적법한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이어 행정장관 직선제 요구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실용적으로 논의돼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사회가 더욱 분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시위대의 나머지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시위는 송환법 반대를 넘어서 민주화 시위로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시위를 주도해 온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의 싱 럼은 이날 SNS을 통해 "정부가 10월1일 전에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겨우 철회 카드를 꺼냈다"고 했다.


'우산 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너무 늦었고 너무 약한 조치다"고 밝혔다.


한편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난 6월 9일 주최 측 추산 103만 명의 홍콩 시민이 모여 "송환법 철폐"를 외친 빅토리아 공원 집회를 시발점으로 본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며 79일간 벌인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 보다 더 긴 88일의 투쟁을 이어간 것이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평화로운 집회나 행진을 벌였지만, 지난 7월부터는 공식 집회가 끝난 후 일부 시위대가 남아 경찰과 격렬한 충돌을 빚는 일이 반복되면서 시위가 점차 폭력적인 양상으로 바뀌었다. 


특히 지난달 11일 시위 참여 여성이 경찰의 '빈백건(bean bag gun·알갱이가 든 주머니탄)'에 맞아 실명 위기에 처하자 시위대가 홍콩국제공항을 점거했다. 이에 1000편에 가까운 여객기가 결항하는 '항공대란'이 벌어졌다.


U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upinews.kr

[저작권자ⓒ U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글자크기
  • +
  • -
  • 인쇄
뉴스댓글 >

핫이슈

만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