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기환송심+삼바 분식회계'…삼성 짓누르는 '한쌍'의 재판

류순열 / 기사승인 : 2019-08-30 11: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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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액 36억→ 86억 원 된 이재용 부회장, 재구속이냐 집행유예냐
대법원, 경영권 승계작업 실체 인정…'삼바 분식회계' 연관성 부각

재구속이냐, 집행유예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앞날에 다시 먹구름이 꼈다.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될 가능성이 고개를 들었다. 대법원이 8월29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상고심에서 이 부회장의 2심(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며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50억 원 가량 늘게 됐다. 형량이 더 무거워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감형된 터였다.

▲ 이재용과 삼성 [UPI뉴스 자료사진]

 

파기환송심 만은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재판은 국정농단과 연결된 또 다른 전선이다. 대법원이 2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를, 즉 뇌물의 이유와 대가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는 경영권 승계작업과 떼어서 볼 수 없는 관련성이 이미 드러난 상태다.


재구속 위기 맞은 이재용


이 부회장이 2심에서 실형이 아닌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박근혜·최순실에게 바친 뇌물공여액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가 인정한 뇌물공여액은 89억 원인데, 2심 재판부는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뇌물액을 36억여 원으로 확 줄여줬다. 이 부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주기 위해 뇌물액을 줄인, 노골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이란 비판이 나온 이유다.


뇌물로 건너간 돈들은 이 부회장의 개인 돈이 아니라 회삿돈이다. 삼성 내부에선 횡령에 해당한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액수가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3년 이하의 징역’이다. 그러니 횡령을 통해 건네진 뇌물액이 50억 원을 넘어가면 집행유예를 받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코어스포츠 용역대금(말 사용료) 36억3484만 원만 뇌물죄로 인정했지만, 이날 대법원은 정유라를 위한 말 세 마리 구입대금 34억1797만 원과 영재센터 후원금 16억2800만 원도 뇌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액은 다시 86억여 원으로 늘게 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최씨에게 제공한 말이 뇌물이 아니라고 본 원심은 법리를 오인했다. 이 부회장의 영재센터 후원금을 제3자 뇌물수수로 인정하지 않은 원심(항소심) 판단도 부정한 청탁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엉터리 판결’이었다는 비판인 셈이다. 2심 재판부는 화가 났을까, 낯이 뜨거워졌을까.


“집행유예 가능성도 없지 않아”


뇌물액이 50억 원 이상이라고 해서 꼭 실형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집행유예 가능성도 여전히 살아 있다.


서울 고등법원 고위 관계자 A씨는 “가장 형량이 센 것은 말 구입을 위한 해외 밀반출(재산국외도피죄)인데, 이 혐의는 원심대로 무죄로 판단했다”면서 “삼성 입장에선 한 가닥 숨통을 남겨놓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재산국외도피죄의 경우 형량이 징역 10년 이상이어서 작량감경(정상을 참작해 형량을 줄여주는 것)을 한다고 해도 집행유예 조건(3년 이하 징역)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징역 5년형의 경우라면 재판부가 작량감경해 2년6개월로 절반까지 줄일 수 있으니 집행유예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작량감경 가능성에 대해 법조계 고위 인사 B씨는 “이미 징역 1년을 살았고, 횡령 액수를 다 변제했기 때문에 작량감경 사유가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파기환송심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A씨는 “대법원 판결로 유무죄는 정해졌고 형량만 남은 것”이라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과거의 잘못 되풀이 않겠다”


삼성은 이날 납작 엎드렸다. 사과문을 발표하고 향후 과거의 잘못을 되풀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부회장 재구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기사엔 민감하게 반응했다. “집행유예 가능성도 있는데, 실형을 받게 될 것 처럼 몰지 말아달라”는 부탁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대법원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그 동안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는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기업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재판과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삼성은 “최근 수년간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지는 경제 상황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과 성원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또 다른 복병, ‘삼바 분식회계’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 부회장 뇌물 사건만은 아니다. 국정농단 연루 사건의 범주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 재판도 포함된다. 2심에서 인정하지 않은 경영권 승계작업의 실체를, 대법원은 인정했다. “이재용 피고인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고, 마필 자체를 뇌물로 명확히 인정”(박영수 국정농단 특검)한 것이다.


이로써 뇌물 사건과 삼바 분식회계 사건은 마치 원인과 결과처럼 한 쌍으로 묶이게 됐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바 회계사기 사건은 적어도 2014년 10월경부터 본격화했고,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작업과 긴밀하게 연관된 사건이다. 80억 원이 넘는 돈을 뇌물로 공여하고 그 보다 더 큰 돈을 재단에 출연했어야 할 긴박한 이유를 잘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말했다.

전 교수의 지적대로 삼바 분식회계는 2015년 경영권 승계의 핵심 작업이라 할 수 있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전후로 진행된 ‘합리화 작업’ 성격이 짙다. 이 부회장은 합병 당시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는 반면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보유주식 가치는 최대화하고, 들고 있지 않은 주식 가치는 최소화하려 했음을 당시 합병비율과 삼바 분식회계 등이 말해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일모직의 자회사였다.

당시 두 계열사 합병의 핵심은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 강화로 요약된다. 0.57%에 불과한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배력이 두 기업 합병으로 급격히 커지는 흐름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었다. 이제 명백히 파기환송심과 삼바 분식회계 재판은 별개가 아니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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