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깎아주면 투자가 는다고?…"다 옛날 얘기"

류순열 / 기사승인 : 2019-07-25 16:3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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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투자 살리기 위해 세금 깎아주는 2019년 세법개정안 확정

정부가 내년에 한시적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대대적인 세제 혜택을 준다. 올해 대비 향후 5년간 누적으로 대기업에 2062억 원, 중소기업에 2802억 원의 세부담이 줄어드는 등 법인세가 5500억 원 가량 감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전망이다.

▲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19년 세법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세법개정안은 26일부터 내달 14일까지 입법 예고와 27일 국무회의를 거쳐 오는 9월 3일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문재인 정부의 대기업 증세 정책과 배치되는데도 기업에 이 같은 세제 혜택을 주는 건 극심한 투자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경기 침체로 힘든 터에 세금을 깎아주면 기업들이 힘을 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 기대처럼 세제 혜택이 투자 증가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과거 법인세율 인하가 기업 투자를 촉진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나 분석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감세 정책을 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보다 법인세율이 훨씬 높았던 노무현 정부때 기업 투자가 더 활발했다. 이는 기업 투자가 법인세율의 높고 낮음에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님을 보여준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가 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지적한 지 오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과거 수차례의 인터뷰에서 "과거 산업화시대엔 투자할 곳은 많은데 자금이 부족해 세금을 깎아주면 투자가 늘었지만 지금은 자금은 남아도는데 투자할 데가 없어 사내유보를 하고 있다"며 "법인세를 더 거둔다고 국내투자가 감소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들이 돈이 없어 투자를 안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법인세와 투자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한 때 박근혜 전 대통령 경제 교사 역할을 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도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면 무조건 투자하게 돼 있다. 법인세 감세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후진국, 선진국에서 이미 검증이 끝난 이야기"라고 말했다.


5년간 법인세 5463억 원 경감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1년간 대기업의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1%에서 2%로 상향 조정한다.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투자세액공제율을 더 큰 폭으로 늘린다. 이를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은 5320억 원의 세수 절감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전망했다.

정부는 생산성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의약품제조·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하고 일몰도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도 송유관·열수송관 안전시설, 액화석유가스(LPG)·위험물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역시 일몰을 2년 늘린다.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가속상각특례 적용기한은 올해 연말에서 내년 6월 말까지 6개월간 연장된다.


이 기간 중소·중견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해, 대기업은 혁신성장 투자자산과 연구·인력개발 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해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다.


올해 7월 3일부터 연말까지는 더 큰 혜택을 준다. 대기업은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는 가속상각 대상 자산이 생산성 향상시설과 에너지 절약시설까지 늘어나며, 중소·중견기업은 모든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내년부터 군산, 거제, 통영, 고성, 창원, 울산 동구, 목포, 영암, 해남 등 고용·산업 위기 지역 내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5년간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에 더해 2년간 50%를 추가 감면해주기로 했다.


규제자유특구의 중소·중견기업 투자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은 3%에서 5%로, 중견기업은 1∼2%에서 3%로 올린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제 혜택으로 대기업은 올해 대비 5년간 누적(누적법 기준)으로 2062억 원, 중소기업은 2802억 원 세금이 각각 경감되는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전체 법인세 경감 규모는 5년간 누적으로 5463억 원에 달한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브리핑에서 "올해는 경기상황이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면서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대기업 최대주주가 지분을 상속·증여할 때 세율에 적용하는 할증률을 최대 30%에서 20%로 하향 조정한다. 중소기업은 할증 대상에서 아예 제외한다. 이렇게 되면 대기업 최대주주가 주식을 상속·증여하면 적용될 수 있는 최고세율이 65%에서 60%로 낮아지게 된다.


최대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제도는 최대주주의 주식을 물려받으면 경영권 프리미엄도 따라오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과세도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1993년 도입됐다.


재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5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율이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하고 있다"면서 "할증률을 독일 수준(최대 20%)으로 인하하고 중소기업부터 할증평가 제도를 폐지·개선해 달라"고 건의한 바 있다. 정부는 연구용역을 거친 결과, 최대주주 지분율과 경영권 프리미엄 간 비례관계가 높지 않아 지분율 차등을 폐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감세,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법인세(법인소득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로 기업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부와 재계가 줄곧 내세운 논리다. 과연 정부와 재계 주장대로 법인세 인하는 기업투자 확대로 이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 감세정책으로 2000년대 초반까지 최고세율 기준 30%대였던 법인 명목세율은 22%로, 20%를 넘던 실효세율(실제로 낸 세금 기준)은 2013년 16.0%로 떨어져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감세정책으로 2009∼2013년 5년간 기업들이 감면받은 세금은 37조여 원으로 추산된다. 한국은행과 국세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민간의 투자(총고정자본형성) 증가액은 39조 원으로 감면액보다 겨우 2조 원 웃도는 규모다. 감면액 대비로 연평균 투자 증가액이 4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실효세율이 20%선으로 훨씬 높았던 노무현정부(2003∼2007) 5년간의 투자 증가액은 53조 원으로 1.36배에 달한다. 기업들은 더 많은 세금을 내던 시기에 더 많이 투자를 했던 것이다. 총고정자본형성이란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 각종 투자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민간부문은 당연히 기업투자가 이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을 봐도 마찬가지다. 실효세율이 1991년 23.5%, 2008년 20.5%, 2013년 16.0%로 떨어질 때 GDP 대비 민간투자 비율은 상승한 게 아니라 거꾸로 33.3%→26.1%→25.0%의 하향 흐름이었다.


결국 과거 세제정책 효과를 분석해보면 감세정책은 기업투자는 이끌어내지 못하고 세수만 줄여 정부 재정 여건만 악화시켰다.


U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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