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백색국가 제외? 근거 없다" 조목조목 반박…日에 의견서 제출

오다인 / 기사승인 : 2019-07-24 10: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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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윤모장관 "한일 경협·동북아 안보 근간 흔드는 사안"
日 정부 답변 의무 없어…오늘 WTO 일반이사회에서 논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의 일환으로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 국가)에서 제외하려는 일본의 움직임과 관련해 정부가 24일 오전 일본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1일 입법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해 일본 측에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시행해 왔다.

이번 개정안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해 이런 수출규제를 대폭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백색국가에서 제외되면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공작 기계, 탄소 섬유 등 다른 품목으로 크게 늘어난다. 일본은 15년 이상 한국을 백색국가로 인정해 왔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가 60년 이상 긴밀하게 유지되고 발전돼 온 양국 경제협력은 물론,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는 입장이다.

▲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일본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정부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볼 때 일본의 이번 조치는 의심할 여지 없이 분명하고 명백한 증거와 사실에 근거해야 하지만, 일본 측이 내세우는 이유는 모두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예고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는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부가 일본 측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크게 네 가지 반박 내용이 담겼다.

우선 정부는 한국의 재래식 무기 '캐치올'(수출금지 품목이 아니더라도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수출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통제가 불충분하다는 일본 측 주장은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재래식 무기 캐치올 통제를 도입하지 않은 국가도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에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캐치올 통제 제도만을 문제 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차별적 조치라고 반박했다.

또 양국 간 수출통제협의회가 개최되지 않았다고 해서 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의 신뢰가 훼손됐다고 연관시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했다. 양국이 일정 조율의 문제로 올해 3월 이후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논의했고 차기 협의회의 주최국도 일본인데, 이를 이유로 한국 측에 신뢰 훼손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한국의 수출통제 관리가 산업부 등 기관 간 긴밀한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강력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제 규범에 어긋날 뿐더러 글로벌 공급망과 자유무역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도 의견서를 통해 제기했다.

성 장관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무역 장벽을 실질적으로 감축하고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고자 하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일본은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한국 기업은 물론이고 일본 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근시안적인 조치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시행 중인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근거 없는 수출규제 강화조치를 즉시 원상 회복하고 이번 개정안 역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박태성 무역투자실장, 정해관 신통상질서정책관과의 일문일답.

- 정부의 의견서 제출에 대한 일본의 답변은 언제 받아볼 것으로 예상하나.

"이번 의견서는 일본의 정령 개정안 절차에 따른 제출로, 일본 정부가 우리 측 의견서에 답변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 정부는 현 시점에 있어서 일본 정부의 조치 원상 회복과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추후 조치를 언급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 정부의 의견서 제출은 이번이 처음인가. 일본 각의가 열린다면 백색국가 제외가 확정적이라고 볼 수 있나.

"한일 양국 간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이런 갈등이 있었던 적은 없다. 정부 의견서 제출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각의는 일본 정부에서 정하는 시기와 절차에 의해서 이뤄지므로 우리가 확정해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만약 각의 결정이 있다고 하면 일본 정부의 결정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확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 일본의 이번 개정안이 동북아 안보의 근간을 흔든다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가리키나.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일본 측이 이번 개정안을 추진하게 된 배경으로 안보 이유를 들었다. 현재 동북아 지역에서 한미일 3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안보 부분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일본은 이번 조치로) 한국에 대한 평가를 한 부분이 있다고 보여진다."

- 백색국가 제외가 강행되면 산업은 어느 분야에서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나.

"영향에 대해서는 긴밀하게 준비해 왔고 이에 맞춰 소재 부품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준비 중에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품목, 어떤 업종에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일본의 조치가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그 부분까지는 말씀드리기 어렵다."

- WTO에서는 현재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지금까지 정부가 WTO 차원에서 대응한 건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지난 번 상품무역이사회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공식 문제 제기하고 철회 요청한 것과 오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일반이사회에서의 문제 제기다. WTO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구인 일반이사회에서 자유무역 원칙에 위배되고 글로벌 공급망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일본의 조치에 대해 철회를 요청할 예정이다. 또 이번 조치가 분명히 WTO 협정에 위배된다고 보기 때문에 WTO 제소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고 이 역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 WTO 일반이사회에서는 결론이 나는 것인가. 아니면 논의만 하고 끝나는 것인가.

"일반이사회에서는 결정을 내기도 하고 논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다. 오늘 제기하는 사안은 결정을 내는 것은 아니다. WTO 내에서 정부가 제기하는 건으로 문제가 되려면 모두가 동의하는 컨센서스 방식이 돼야 한다. 오늘은 회의체 차원에서 분명한 결론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고, 우리 정부로서는 이번 사안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절차로서 WTO 제소 자체를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

이번 일반이사회에서는 14개 안건을 논의하는데 어제 1일차 회의가 끝날 때 8번 안을 논의하고 있었다. 정부의 안건은 11번째다. 현지시간으로 24일 10시에 2일차 회의를 시작하면 8번 안건을 마무리한 뒤 9번과 10번을 오전 중 마치고 점심 전에 정부 안건을 다룰 것이라는 게 이른 예상이다. 만약 9번, 10번에서 논의가 길어지면 점심 이후에 2~3시에 우리 안건을 다룰 가능성이 있다."

- 우리 기업의 피해가 접수된 건 있나.

"아직 이번 사안으로 피해가 접수된 건은 없다. 아직 수입 허가가 떨어지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하고 싶다. 지난 번 일본 측에서 특파원을 대상으로 브리핑을 할 때, 이 부분에 있어 정상적으로 수출이 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했는데 지난 4일자로 새롭게 규제를 강화했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3개 품목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수출 허가가 떨어지지 않았고, 그 부분의 통관 실적은 없다."


U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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