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가해' 강지환 성폭행 혐의, 왜 피해자가 해명해야 하나

홍종선 / 기사승인 : 2019-07-16 10: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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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는 배우 강지환이 지난 12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지난 10일 강지환이 실시간 검색어에 떴다.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인기와 관련된 것인가 했지만 '강지환 성폭행 혐의 긴급체포'에 관련된 것이었다.

긴급체포는 범죄 혐의가 상당하고(사형·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 형사소송법에 의거하여 체포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이기에 배우 강지환이 큰 잘못을 했구나 여겨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댓글을 통해 비춰진 여론은 피해자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니까 왜 여자들이 배우 집에 가서 2차를 해" "왜 112에 신고하지 않고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 "아무리 건장한 남자라 해도 여자 둘이서 만취한 남자 하나를 제압 못 해?".

강지환의 성폭행 혐의를 주장하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가해졌다. 2차 피해보다는 '2차 가해'가 가볍게 피해자들을 의심하고 쉽게 '꽃뱀 프레임'을 씌우는 우리의 잘못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여론은 반전됐다. 피해자 해명이 알려진 이후다. 소속사 직원과 외주 스태프의 회식은 애초 강지환의 집에서 이뤄졌다는 사실, 피해자의 휴대전화에는 강지환의 소속사와 지인 등에게 13차례에 걸쳐 도움을 요청하려던 통화 시도 기록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정 통신사만 통화가 가능한 지역이라는 것, 겨우 와이파이가 잡히자 지인에게 메시지로 알렸다는 것과 함께 피해자들은 당시(성폭행 가해가 일어난 오후 8~9시경) "강지환은 기억이 끊길 정도의 만취 상태가 아니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강지환은 경찰조사 당시 "술을 마셔서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특히 그는 "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통해 피해자들이 크나큰 상처를 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이런 상황을 겪게 한 데 대해 오빠로서 마음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반전된 여론은 '오빠'라는 호칭에 주목하며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제기했다.

의도. 피해자의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합의와 선처를 바라는 의도가 아니냐고 누리꾼은 의심했다. 그 의심이 정확했다고 해야 할까. 채널A와 중앙일보 등에 따르면, 피해자에게는 "강지환은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다. (혐의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오늘 합의를 하는 것이 좋다" "강지환은 파산할 것이고 강지환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 너희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강지환 측은 (성폭행 여부) 검사결과가 중요하지 않고 너희에게 불리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기자들이 사진을 찍을 것이고 신분이 노출될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겪을 것이냐" 식의 회유성 협박 메시지가 도착했다.

"오히려 너희가 앞으로 닥칠 일을 무서워해야 한다". 누구누구가 피해자들에게 회유하고 협박하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적시해야 맞지만, 협박의 주체가 알려진 것처럼 피해 여성들이 소속돼 있는 업체인지 그 뒤에 업체가 외주 계약을 한 강지환의 소속사가 있는 것인지 아직은 특정할 수 없고, 모바일 메시지를 받은 사실만 명확하다. 피해자 두 명의 국선변호를 맡고 있는 박지훈 변호사는 15일 경기도 광주경찰서에 "소속 업체가 피해자 측에 합의를 종용하는 연락을 취하고 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강지환의 가족들도 움직였다. 강지환 소속사와 외주 계약을 맺고 있는 소속 업체 관리자들을 통해 주소 등을 알아낸 뒤 피해 여성들의 집 근처까지 찾아갔다고 알려졌다. 강지환이 소속돼 있는 대형 기획사, 소속 아티스트들도 많고 드라마나 영화도 제작하는 회사와의 '원만한' 관계, 업체의 미래 사업성을 우위에 둘 때인가 아쉬움이 드는 대목이다. 회유와 협박의 메시지를 보내고 강지환의 가족들이 피해 여성을 압박하는 방문을 하는 일련의 행위가 순전히 자발적인 것인지, 강지환의 소속사는 진정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인지 경찰의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강지환은 15일 법무법인 화현을 통해 "모든 혐의를 인정하며 저의 돌이킬 수 없는 잘못으로 크나큰 상처를 입으신 피해자분들께 진심으로 머리숙여 사죄드린다"고 공식입장을 냈다. "이번 일로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들께도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저의 잘못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고 속죄하며 살도록 하겠다"고 알렸다.

여론이 '진실의 나침반'을 손에 들고 누구의 말이 맞는지, 어느 편에 서야할지를 놓고 숙고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왜 거의 늘, 피해자에게 '먼저' 의혹의 눈길을 보내느냐는 점이다. 성폭행 및 성추행의 엄청난 가해가 벌어졌고 현장에는 다행히 가해 사실을 진술할 복수의 피해자가 있는 상황임에도 어째서 "여자 둘이 입 맞춰 남자 하나 골로 보내는 건 아닌가?" 식의 의구심이 먼저 드는지 안타깝다. 이러한 현실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고 교육의 폐해가 크다. 반복되어온 사건과 그 보도, 사후 조치 속에 내재된 '남성적 시각'이 배어 있었기 때문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지난 12일 성폭행 및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강지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등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강지환은 구속된 상태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다. 강지환이 하차한 TV조선 드라마 '조선생존기'는 배우 서지석이 지킨다.


U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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