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기피 스티브 유, 기부‧봉사로 진정성 보였더라면?

홍종선 / 기사승인 : 2019-07-14 11: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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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 씨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모양을 만들어 포즈를 취한 모습. [스티브 유 웨이보]

대법원이 지난 11일, 2015년 미국 LA총영사의 스티브 유(1990년대 후반 국내 활동당시명 유승준)에 대한 F4비자발급 거부가 위법이라는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15년 LA한국총영사관을 상대로 재외동포의 국내 체류를 가능케 하는 F4비자 발급거부 취소소송을 낸 지 4년 만의 일이다.


거슬러 올라가서 지난 2002년 1월, 스티브 유가 공익근무 입영 직전이라 해외 출국이 불가함에도 병무청의 허락을 받아 일본 콘서트 참석을 이유로 출국한 뒤, 일본을 거쳐 바로 미국으로 가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병역을 면제받은 지 17년 6개월만의 일이다.

보도가 나오자마자 스티브 유의 가족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하고, 금세 한국 땅을 밟을 수 있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반감을 드러내는 이도 많은 상황이다. 대법원의 판결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스티브 유 입국금지 청원이 나흘 만에 16만 명을 넘어섰고, 20만 명이 넘으면 청와대 혹은 관계 부처가 답변해야 한다.

대법원이 “합법”이라고 한 것에 비하면 분명 스티브 유에게 한국 입국의 '희망의 끈'이 생겼고 입국 가능성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따져볼 것도 많고 스티브 유가 넘어야 할 산도 아직 첩첩산중이다.

대법원, 비자발급 거부는 "위법"…왜?

우선 대법원의 판결 사유부터 되짚어 보자. 대법원이 15쪽 판결문을 통해 밝힌 판결 이유와 요지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LA총영사가 스티브 유의 비자발급을 거부하면서 행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1심과 2심에 제출된 증거와 자료로 대법원이 법리해석을 하고 판결했으니 그 정확성을 의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대법원이 밝히듯 LA총영사가 스티브 유의 F4비자 신청에 대하여 심의를 통해 행정적으로 발급여부를 자체 판단하고 전화상 구두가 아닌 서류로 통보하는 게 절차상으로 완벽했을 것이다.

다만 한 명의 국민으로서 묻고 싶다. 대한민국 입국금지 대상이 아닌 재외동포가 비자를 신청했다면 당연히 발급여부에 대해 행정적으로 판단하고 정식으로 통보하는 게 맞겠지만, 이미 입국 자체가 금지된 자가 F4비자 신청을 해도 동일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게 필수일까. 업무의 효율과 일반적 업무 규칙에 비춰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 입국 자체가 금지된 자가 입국을 가능케 하는 F4비자를 신청한 경우 "신청 자체가 불가합니다"라고 안내를 하고 정식 행정절차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그 인력과 에너지를 다른 업무에 투입하도록 운영하는 게 통상적이지 않을까.


대법원이 문제제기를 한 부분이 15쪽 판결문의 대부분을 할애한 행정적 절차인 것인지 마지막에 언급한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대한 개방적이고 포용적 태도를 취하는 재외동포법이 스티브 유에게는 예외인 부분인 것인지도 궁금하다.

스티브 유, 왜 입국금지 처분 해지 소송이 아니라 '비자 신청'인가

스티브 유의 F4 비자 신청에 대해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미국인들은 비자 없이 한국에 90일간 체류할 수 있다. 90일 이상의 체류를 원하고 학업이나 사업 등을 하고 싶다면 유학비자나 투자비자도 가능하다. F4비자 소지자는 3년의 장기 체류가 가능하고 신청하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고, 선거권을 제외하고 내국인과 동일한 권리를 행사하며 생활을 영유할 수 있다. 하지만 스티브 유는 이러한 비자를 논하기에 앞서 입국금지 대상자여서 한국 입국이 불가능했던 것이지 비자가 없어서 국내에 들어오지 못 했던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비자, 그것도 F4비자일까. 스티브 유 본인이 밝히듯 연예활동에도 관심이 없고 오직 한국에 들어오는 게 목적이라면, 무엇보다 입국금지 대상자이기에 출‧입국이 불가능했던 것이라면 병무청의 요청으로 그것을 지정한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게 맞지 않을까. 일단 LA한국총영사관에 F4비자를 신청하고 당연히 거부당하자 절차상 꼬투리를 잡아 소송을 제기하고. 법리적으로는 '신의 한 수'일지 모르겠지만 국민의 눈에는 '꼼수'이다.

꼼수 아닌 꼼수 덕에 이슈가 바뀌었다. 입국금지를 해제해야 하나, 유지해야 하나가 본질인데 F4비자를 발급하지 않은 게 합법인가 위법인가를 놓고 다투게 됐다. 정면돌파를 피해 택한 측면공격이 대법원이라는 가장 높은 허들을 넘게 했다. 앞으로 남은 건 서울고등법원에서의 파기환송심, 대법원의 판단에 근거해 진행될 파기환송심에서도 스티브 유가 승소한다면 그는 LA한국총영사관에 다시 비자를 신청할 것이다. 그리고 LA한국총영사관은 대법원에 재상고하거나 행정적 절차를 거쳐 비자를 내주는 기로에 설 것이다.

왜 하필 2015년에야 한국 입국에 박차를 가했을까

스티브 유가 유승준이라는 이름으로 1990년대 후반 활발히 활동할 때, 그의 별칭은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노래를 부르기 전이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은 기도로 무대를 시작했다. 해병대 입대를 자원하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병역은 당연하다"고 말하며 찬사를 모았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거부한 그는 단기 공익근무도 마다하고 일본 콘서트 참석이라는 거짓 핑계를 대고 미국으로 가 미국 시민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한 달 뒤 2002년 2월,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한국 입국을 시도했지만 이미 입국금지 대상자로 시스템에 입력되었기에 인천공항에서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이후 17년 스티브 유는 무엇을 했을까.

2003년 청와대, 법무장관, 병무청장, 국가인권위원회에 입국을 허가해 달라는 편지를 보냈다. 2005년 케이블TV M‧net을 통해 신혼생활을 담은 16부작 다큐멘터리 '유승준 99.8: 웨스트사이드 스토리'를 국내 복귀를 시도했으나 무산되자 다른 내용으로 4부작을 구성해 인터넷 공간에서 서비스했다.

2006년에는 중국어로 노래한 음반 '승낙'의 국내 유통이 불발됐다. 래퍼 H-유진의 음반에 랩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어물쩍 국내 복귀"라는 비판을 받았다. 계속해서 중국에서 가수와 배우로서의 활동을 이어가던 스티브 유는 2012년 홍콩 스타 청룽(성룡)을 등에 업고 MAMA(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에 등장, 국내 언론 기자회견에 참석해 빈축을 샀다. 계속 엠넷을 통해 '어물쩍' 복귀를 시도했다.

2015년에는 보다 본격적 행보를 보였다. 인터넷방송 아프리카TV의 카메라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범벅 심경 고백을 내보냈다. 하지만 방송 뒤 마이크가 꺼지지 않은 상태에서 육두문자가 섞인 욕설들이 그대로 전파를 탔고, 국민들은 스티브 유와 그 현장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품었다.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스티브 유는 각종 논란과 차가운 여론에 굴하지 않고 4개월 뒤 F4 비자를 신청했고, 거부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왜 하필 2015년이었을까. 1976년 12월생인 그가 재외동포법상 만 38세(지난해 40세로 개정)가 지나면 소집 대상에서 제외되는 점을 노리고 2015년에야 인터뷰 영상을 내보내고 비자를 신청하고 소송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강력하게 제기됐다. 스티브 유가 제기한 비자발급 거부 취소 소송의 2심 재판부도 "입국금지 조치 당시나 그 이후 어떠한 형태로의 법적 쟁송도 제기하지 않다가 재외동포법상 병역기피 목적으로 국적을 이탈한 외국국적동포에게도 체류자격이 부여될 수 있는 연령(당시 기준 38세)에 이른 후에야 비로소 사증발급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며 소송 시기와 그 순수성에 문제를 제지한 바 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스티브 유는 2012년 MAMA 때도 "가수 싸이는 군대를 두 번 가는 것으로 국민의 마음을 풀었다. 이제라도 군대에 갈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선뜻 답하지 않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안 그래도 '거짓말쟁이' '배신자'로 낙인찍힌 터라 섣불리 군 입대를 말하고 지키지 않았다가 뭇매를 맞는 상황을 재연하지 않으려는 신중함이었을지 모르겠다. 2015년 눈물의 인터넷방송 당시에도 군에 입대하겠다는 확언을 피했다. 당시를 전후하여 군에 가려고 노력했지만 헛수고였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병무청은 그러한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확인했다.

'국민정서법' 기부‧봉사 통한 사과의 진정성으로 극복했어야

지난 5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대표적인 병역기피 사례이니 입국을 허가하면 안 된다'는 응답이 66.8%로 집계됐다. 23.3%가 입국에 찬성했고, 모른다거나 무응답이 7.9%였다. 대략 10명 중 7명이 스티브 유의 한국 입국에 반대하고, 2명이 찬성하고, 1명이 답변을 유보한 것이다.

유승준이라는 가수를 기억하는 세대만 여론조사에 참여한 것도 아닌 것을 감안하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계속적 입국금지를 원하고 있다. 왜 이토록 여론이 싸늘한 것일까. 기본적으로는 미국 시민권 취득에 따른 병역기피, 2차적으로는 2002년 1월 한국을 떠날 때부터 시작된 거짓말 논란이 국민의 마음을 꽁꽁 얼게 했다.

여기에 일본을 통해 도미한 후 17년 동안 스티브 유가 이어온 행보를 돌아보면 또 다른 답이 보태진다. 스티브 유는 보란 듯이 중국을 기반으로 가수로서, 배우로서 활동을 이어갔고 SNS를 통해 보통 사람으로서는 상상을 넘어서는 럭셔리 라이프를 자랑했다. 그토록 화려한 삶을 우리가 보려 하기 전에 스스로 공개하다가 어느 날 문득 눈물의 방송을 하니 그 애절함에 공감이 형성되기란 쉽지 않다. 대중이 공감보다는 비난과 비판의 입장을 보여도 수긍하고 귀 기울이기보다는 "그래도 나는 꿈꾼다"며 다시금 가족과의 럭셔리 라이프를 공개하니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어떠한 비판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건재함을 자랑하기보다 차라리 그 시간에 국내 소아환우나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기부 행보를 이어가고 세계 어디든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을 찾아 몸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어땠을까. 17년간 꾸준히 이어지는 기부와 봉사의 모습에 국민들의 마음도 녹지 않았을까.


스티브 유에서 유승준으로 복귀함에 있어 그의 편을 들어줘야 하는 것은 결국 대중이고, 그래서 '국민정서법'이 중요한 것이라면 그는 법의 판결 이전에 국민의 마음을 먼저 얻었어야 했다. 그래야 사과의 진정성도 믿었을 것이고 박수로 판결을 환영했을 것이다.


UPI뉴스 / 홍종선 기자 dunastar@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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