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불만족'한 최저임금…후폭풍 예고

김이현 / 기사승인 : 2019-07-12 17: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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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 "최저임금 참사…시대정신 외면한 결정"
경영계 "어려운 경제상황 감안하면 인하해야"
재심의 전례 없어…양측 모두 규탄대회 예고
▲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됐다. [뉴시스]


2020년 최저임금 시급은 올해보다 240원 오른 시급 8590원으로 결정됐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보다 2.87% 오른 금액이고, 인상률로는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수치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새벽까지 이어진 13차 전원회의에서 전체 27명 위원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두 가지 안을 놓고 표결을 벌였다. 기존 8350원에서 2.87% 올린 8590원을 제시한 사용자위원 안과 6.3% 올린 8880원을 제시한 근로자위원 안은 15 대 11(기권 1)로 사용자 쪽 안이 결정됐다.

이는 월급(209시간) 기준으로는 179만5310원에 해당한다. 올해 최저임금 기준 월 환산액 174만5150원에서 5만160원이 오른다. 2%대 인상률은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치이자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이 같은 인상률이 결정되자 정부는 "노사 양쪽이 모두 표결에 참여해 내린 결론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정회되자 류기정 위원 등 사용자 위원들과 이성경 위원 등 근로자 위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노사 양측의 입장은 다르다. "최저임금 동결 이하"를 외쳤던 경영계와 "최저임금 1만 원 현실화"를 주장했던 노동계 모두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저임금 참사가 일어났다"면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7%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2.75% 인상 이후 (올해 인상률은)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1만 원 실현은 어렵게 됐고, (정부가 내세웠던) 노동존중 정책, 최저임금 1만 원 실현, 양극화 해소도 완전 거짓 구호가 됐다"며 "결국 최저임금은 안 오르고 최저임금법만 개악된 셈"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번 결정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폐기 선언으로 간주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결정을 넘은 경제 공황 상황에서나 있을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철저히 자본 편에 서는 데서 나아가 정부가 가진 권한으로 최저임금 포기와 소득주도성장 폐기를 선언했다"면서 "총파업을 포함한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 12일 새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를 마친 류기정 사용자 위원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경영계는 '아쉬운 결정'이라고 되뇌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에서 "최저임금은 동결 이하에서 결정되는 것이 순리였다"며 "경영계로서는 부담이 가중된 수준이지만, 어려운 국내의 경제 여건에서 파국을 피하기 위해 국민경제 주체 모두 힘을 모아 나가야 하는 차원에서 감당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저임금 동결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87% 인상으로 결정돼 매우 아쉽다"며 "최저임금 인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선 업종·지역별로 부가가치와 생산성, 생활비 수준이 다른데 일률 적용하는 불합리한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최근 2년간 급격히 인상돼 어려움을 겪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절실히 기대했던 최소한의 수준인 '동결'을 이루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최저임금 차등화와 최저임금 고시에서 월 환산액 삭제가 성사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의 입장변화가 즉각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경우 주요 광역도시에서 규탄대회를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노사 양측 모두 불만을 제기했지만, 특히 노동계의 기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만큼 올해는 노동계가 이의 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의결하면 이를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고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최저임금을 확정해 고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영계가 올해 적용 최저임금(8350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하지 않았다. 국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처음 시행한 1988년 이후 최저임금위원회가 의결한 최저임금에 대해 노사 양측이 이의를 제기한 적은 많지만, 재심의를 한 전례는 없었다. 


따라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고시되기까지 아직 24일이 남아 있지만, 8590원에서 변경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오늘 의결된 최저임금안은 노·사·공익위원들의 심도 있는 논의와 치열한 고민을 거친 것으로 안다"며 "최저임금안이 제출되는 즉시 이를 고시하고 이의제기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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