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인터뷰] 최문순 "강원도는 평화가 돈이다…북한은 지금 '정세 관리' 중"

김당 / 기사승인 : 2019-06-25 10:3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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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평화의 최전선'에 선 최문순 강원도지사
남북교류 대비해 북한 주민에 '고기 잡는 법'과 '조직사업' 준비
남북 축산업 공동발전 차원…세포지구 3단계 개발 추진계획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16일 북유럽 3국을 국빈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연설에서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학 권위자인 요한 갈퉁(Johan Galtung)의 평화 개념을 인용해 "분단으로 인해 겪는 구조적 폭력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적극적 평화"로서 '국민을 위한 평화(Peace for people)'를 강조했다. 


"남과 북은 국경을 맞대고 있을 뿐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생명공동체'입니다. 사람이 오가지 못하는 접경지역에서도 산불은 일어나고, 병충해와 가축전염병이 발생합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18일 오후 강원도청 접견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문 대통령이 연설에서 '강원도'라고 명시하진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문 대통령이 말한 산불과 병충해 그리고 가축전염병에서 강원도 고성산불과 솔잎혹파리 그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떠올릴 것이다.


그렇다. 강원도는 한반도에서 분단의 생채기가 가장 크게 새겨진, 그래서 지금도 분단의 고통을 가장 넓게 겪고 있는 땅이다. 높은 산맥과 민통선(민간인통제선)에 막힌 강원도는 남북한 공히 오랜 기간 군사적 이유로 개발마저 극도로 제약된 불모의 땅이었다. 그러면서도 강원도는 남북한이 유일하게 같은 이름을 쓰는 광역자치단체이다. 


그래서 강원도는 남북한 평화의 끈을 잇는 거대한 회랑이다. 남북한이 교류협력의 점(點)·선(線)·면(面)을 가장 넓게 공유하는 평화의 실험장이다. 남북한이 치열한 전투를 했던 강원도 '철의 삼각지'와 비무장지대(DMZ)는 지구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냉전박물관이자 자연생태공원이다. 분단의 상흔이 관광자원과 생태자산이 된 것이다.


강원도민들은 분단의 고통을 겪었기에 누구보다도 평화의 가치를 절감하고 있다. 평화와 전선(戰線)은 '뜨거운 얼음'이나 '차가운 열정'처럼 형용모순일 수 있지만, 그 '평화의 최전선'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더불어민주당·3선)가 서 있다. 


지난 18일 오후 춘천의 강원도청 본관 2층의 도지사 집무실과 붙어 있는 통상상담실에서 최문순 지사를 인터뷰했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오른쪽)가 18일 오후 강원도청 접견실에서 UPI뉴스의 김당 정치 에디터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걱정이 많다. 방역활동은 잘되고 있는가?
"강원도는 지역이 넓고 돼지 사육도 굉장히 산재돼 있다. 멧돼지도 많고 관리가 어렵다. 우리는 '올림픽 방식'이라고 하는데, 소규모 입식농가의 돼지를 미리 매입해서 처리하고 있다. 관리 대상 중에서 대규모 밀집 사육지를 빼고 소규모로 산재돼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찍어서 우리가 먼저 사들여 처분(살처분)하는 방식이다."

- 멧돼지와 접촉 가능성이 큰 지역의 입식농가를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 강원도는 돼지 사육농가가 넓게 산재가 돼 있어 관리가 어려운 곳을 미리 사들이는 것이다. AI(조류 독감)나 구제역(口蹄疫)이 올림픽 기간에 번지면 안 되니까, 평창동계올림픽 때 그렇게 했다. 소규모 사육농가는 수매해 처분하고, 대규모 사육농가는 미리 인력을 배치해 철저하게 직접 관리를 하면 인력, 자원, 예산이 확충된다."

- 도지사 경험이 있는 이낙연 총리가 누구보다도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에 열심히 하는 것 같다.
"그렇다. 구제역 같은 전염병은 살처분하면 2~3년 후에 재입식해도 된다. 그런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바이러스가 강해서 죽지 않고 남아있기 때문에 한번 전염된 지역은 영원히 재입식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정부도, 우리도 굉장히 긴장하면서 최고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 북한 멧돼지의 남하 이동 경로를 추적한 사례가 있나.
"두 가지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 북한에서 멧돼지를 통해 유입되는 것과 공항이나 배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다. 휴전선 철책이 3중으로 돼 있어 멧돼지가 북측에서 육로로 넘어오기는 힘들 것이다. 다만 화천 지역의 북한강에서 헤엄쳐 오거나 사체가 떠내려올 수 있다. 철원에도 실개천이 있다. 그래서 철원-화천 지역은 군과 함께 특별관리 중이다. 더 위험한 것은 공항이나 항만을 통해 소시지 같은 가공품으로 유입되는 것이다. 다만 강원도는 다른 지역들보다 공항이나 항만이 발달해 있지 않아 공항·항만 유입보다 다른 지역에서 전염돼 오는 것을 더 경계한다."

- 선제적 병역조치에도 불구하고 일부 방송에서 방역 현장을 취재해 뚫릴 수 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는데…
"우리도 사람들을 통해 ASF가 들어올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분비물이나 침, 이런 것을 통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 이런 분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 강원도는 솔잎혹파리 병충해 방제 등 어느 지역보다도 남북한 공동방제 작업이 필요한 지역인데 ASF를 포함해 북한과의 협력은 이루어지고 있나.
"강원도는 북한과 접경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의 필요에 의해서 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었다. 솔잎혹파리 병충해는 북쪽에서 넘어오기 전에 그쪽에서 방제하면 더 좋으니까. 또 말라리아도 마찬가지다. 전염병 공동방제 사업, 공동의 양식사업 이런 것들을 풍부하게 했는데, 지난 정부 10년간 중단되어 잠깐 재개됐다가 다시 중단된 상태다. 안타깝다. 하나 남아있는 사업이 유소년축구대회다. 홈앤어웨이 방식으로 강원도와 평양을 오가면서 지금까지 6회 했고 올해 7월에 7회 대회를 할 예정이다."

- 국제유소년축구대회가 '5월 원산' 개최에서 '6월말~7월초 평양'으로 연기되었다가 다시 '7월말 평양'으로 연기되었다. 잘 진행될 것 같나.
"이 사업은 박근혜-이명박 정권에서도 계속했던 것이다. 남북이 포격전을 주고받을 때도 해서 걱정 안하고 있다. 그래도 빨리 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 두 차례나 연기된 배경이나 장애 요인이 뭐라고 보나?
"북한이 '정세 관리'를 한다고 본다. 북한이 어느 정도 남북관계를 차단했다가 다시 시작할 때가 있는데, 대회를 함으로써 이걸 (남북대화 개시의) 신호로 받아들일까봐 정세관리를 하는 것이다. 국제유소년축구는 매년 하던 것인데 묘하게 (남북관계와) 타이밍이 겹쳐서 남북대화가 재개되는 신호로 읽히는 걸 북한이 걱정하는 것이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18일 오후 강원도청 접견실에서 U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한국이 폴란드 20세 이하(U-20) 월드컵축구대회에서 준우승 쾌거를 거둔 데는 탄탄한 유소년축구 실력이 토대가 되었다. 강원도와 (사)남북체육교류협회(김경성 이사장)는 매년 남북한 청소년들이 함께 참가하는 축구 교류를 해왔다. 2014년부터 강원도-중국-평양을 오가며 5회를 개최했다. 특히 지난해는 평양과 춘천을 오가며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개최했다.

국제유소년축구대회 개최의 배경에는 남북체육교류의 산증인인 김경성 이사장이 있다. 남북한 교류협력사업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최 지사는 "김경성 이사장이 북측과 중국 심양 등지에서 계속 접촉하고 있다"며 개최를 낙관했다. 하지만 최 지사가 말한 북한의 '정세 관리'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2일자 노동신문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대책 주민공개, 축산시설 소독과 돼지고기, 가공품 유통 및 판매금지 등 비상방역을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까지 나섰다면 북한 전역에 돼지열병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하지만 북측은 강원도에서 소독약 및 진단키트 지원 등 동물방역 협력 의사를 수차례 전달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그만큼 현재의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최 지사는 남북관계가 풀릴 때를 기다리며 북한 주민에게 '물고기 잡는 법'을 전수하는 '조직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 인터뷰에 앞서 제공한 강원도정 현안에 대한 서면 답변자료를 보니, 북한 강원도의 세포지구 개발 계획이 나와 있던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사실 남북 교류협력이 빨리 진행되기를 바라면서도 실제로 '가서 해봐라' 하면 할 게 없다. 준비가 덜 돼 있다. 그래서 강원도에서 실질적-체계적 교류협력을 위한 일종의 '조직사업'을 하고 있다. 건설교통, 문화관광, 보건의료, 농업, 해양수산, 산림임업 등 분야별로 교류협의회를 만들고 있다. 지금은 북한을 공부하고 가서 할 일을 만들고 있는데, 곧 펀드도 만들 예정이다. 기금을 조성하는 것은 교류협력 사업을 할 돈을 만들어 준비하기 위해서다.
말씀하신 대로 북한은 강원도 세포군에 '세포등판'이라는 세계 최고 크기의 축산 단지를 만들어 놨다. 거기에 가서 우리 송아지, 돼지를 입식(入植)해서 어떻게 키우고, 이익이 생기면 그걸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 이런 걸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등판'은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방이나 마루 벽에 두 개의 긴 나무를 가로질러 선반처럼 만든 '시렁'의 강원도 방언이기도 하지만, 북한에서는 바위로 뒤덮여 있는 넓고 평평한 곳을 뜻하는 말이다. '세포등판'은 북한 강원도 세포군 일대의 바위로 뒤덮힌 고원지대를 지칭한다. 북한은 세포지구의 바위등판을 동양 최대의 축산기지로 개조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7년 10월 29일 "세포지구 축산기지는 2012년 12월 개간의 첫삽을 박았다"면서 이틀 전에 준공식을 진행한 세포지구 축산기지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17년 10월 29일 최근 준공식을 진행한 세포지구 축산기지에 대한 상보를 발표했다. [노동신문 캡처]


"세포, 평강, 이천군을 포괄하는 드넓은 등판이 개간되어 5만여 정보의 대초원이 눈뿌리 아득히 펼쳐지고 수백 정보의 바람막이 숲과 1만2600여 정보의 풀판 보호림, 2000여km의 방목도로와 360여km의 배수로, 저류지들이 형성되었다."


축산기지 전체 면적은 501㎢로 광주광역시와 비슷한 규모라니 어마어마하긴 하다. 오죽하면 조선중앙통신이 "예로부터 눈포, 비포, 바람포로 유명하고 하도 척박하여 세기를 두고 내려오며 버림받아온 수만 정보의 황량한 땅을 갈아엎고 풀판을 조성해야 하는 세포등판 개간전투는 엄혹한 자연과의 전쟁이었다"고 보도했을까 싶다. 


북한 당국은 '세포등판 축산기지'를 지금도 평양 려명거리와 함께 자연 대개조와 후천개벽의 현장으로 추켜세우고 있다. 최문순 지사는 북한의 세포지구 개발에 맞춰 남북 강원도 축산업의 공동발전을 꾀하는 세포지구 3단계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관련 기사 링크 참조).

정리 남궁소정 기자 ngsj@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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