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하면 유사제품 '우르르'…식품업계 베끼기 '경쟁' 언제까지?

남경식 / 기사승인 : 2019-06-25 1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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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빅4' 연달아 미역 비빔면 출시
유사 제품 소송 제기해도 '패소' 일쑤
카피캣 관행 지속에 R&D 비중 1%이하 수두룩

식품 업계의 카피캣(Copycat)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해라는 항변도 있지만, 연구·개발(R&D) 투자의 빈약함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카피캣'은 타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그대로 모방한 제품을 비하하는 용어다. 16세기 영국에서 경멸적인 사람을 일컫는 고양이(cat)에 복사(copy)라는 단어가 더해져 모방자를 지칭하게 되었다는 설, 새끼 고양이가 어미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는 모습에서 나왔다는 설 등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2011년 아이패드 신제품 발표장에서 삼성전자, 구글, 모토로라를 '카피캣'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는 연이어 미역 비빔면 제품을 선보였다. [각사 제공]


최근 라면 업계에서는 '카피캣' 논란이 재발했다.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빅4'는 올해 연달아 여름 시즌 제품으로 미역 비빔면을 선보였다. 3월 농심 '미역 듬뿍 초장비빔면' 출시 이후 4월 1일 팔도 '미역 초무침면', 16일 오뚜기 '미역초 비빔면', 29일 삼양식품 '미역새콤비빔면' 등 보름 간격으로 유사 제품이 쏟아졌다.


네 회사의 미역 비빔면은 비슷한 제품명에 미역과 초장 양념을 조합한 소스, 초록색을 강조한 디자인 등이 지적받으며 '베끼기' 의혹이 일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미역 비빔면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지 못하며 논란이 커지지는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역 비빔면 제품 판매량이 미미하다"며 "타사 제품도 마찬가지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라면 업계에서는 지난 2011년에도 팔도 '꼬꼬면'이 인기를 끌자 삼양식품 '나가사키 짬뽕', 오뚜기 '기스면' 등 흰 국물을 앞세운 유사 제품 출시가 이어진 바 있다. 흰 국물 라면은 한때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기였으나, 반짝 인기로 사그라들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는 "완전히 혁신적인 제품이 아닌 이상, 라면 소스들은 별반 다를 게 없다"며 "타사 제품을 가져와 연구소에서 분석하면 며칠이면 비슷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 빙그레 '슈퍼콘'(왼쪽)은 일본 글리코 '자이언트콘'과 패키지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각사 제공]


아이스크림 업계에서도 표절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의 '슈퍼콘'은 지난해 4월 출시 직후 일본 제과회사 '글리코'의 '자이언트콘'과 디자인 포장이 거의 똑같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4년간 100억 원을 투자해 슈퍼콘을 개발했다"는 빙그레의 홍보 문구는 "100억 원은 어디로 갔냐"는 비아냥으로 되돌아왔다. 당시 빙그레 측은 디자인을 베끼지 않았다면서도 패키지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의문을 더 키웠다.


빙그레 관계자는 "현재는 슈퍼콘 패키지가 변경된 상태"라며 "다른 아이스크림 제품들처럼 트렌드 등을 고려해 패키지를 조금 바꾼 것이지, 표절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초코 맛에 빨간색, 바닐라 맛에 파란색을 사용하는 등 전형적인 디자인 패턴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표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아이스크림 업계의 카피캣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빙그레는 카피캣 제품의 피해자이기도 했다. 빙그레는 메로나, 비비빅 등 인기 아이스크림과 유사한 '메론바', '롱비빅' 등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았고, 소비자가 상품을 혼동할 가능성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 '수박통통' 제조사 SFC바이오는 지난해 해태 '오예스 수박'의 표절 논란을 제기했다. [각사 제공]


제과 업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리온이 2017년 3월 '꼬북칩', 해태제과가 2018년 5월 출시한 신제품 '오예스 수박'은 베끼기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다.


꼬북칩은 일본 제과업체 야마자키 비스킷의 '에이리아루'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2009년 출시된 에이리아루는 꼬북칩과 마찬가지로 4겹 구조로 만들어진 콘스낵이다.


'수박통통'을 만드는 SFC바이오의 김종국 회장은 지난해 5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중소기업 제품 아이디어를 카피하는 대기업 해태의 몰염치한 민낯"이라며 '오예스 수박'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최근 대기업 직원들이 우리 회사 전시장 부스를 눈여겨보더니 결국 유사 제품을 내놓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SFC바이오 측은 '수박통통' 주문자위탁생산(OEM)을 맡은 해태제과의 계열사에서 제품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신고와 관련 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이후 SFC바이오에서 오예스 수박 관련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오예스 수박은 수박통통과 제조 방식이 완전히 다른 제품이다"고 해명했다.


롯데제과처럼 카피캣 논란을 수차례 일으킨 사례도 있다. 롯데제과는 오리온 '초코파이'와 제품명이 같은 '초코파이', 빙그레 '메로나'와 유사한 '멜로니아', 해태제과 '누가바'와 비슷한 '누크바' 등을 출시한 바 있다.


법원은 롯데제과의 표절을 여러 차례 인정했다. 크라운제과는 2008년 롯데제과의 '크레용 신짱'이 자사 제품 '못말리는 신짱'의 상표권을 도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크라운제과의 손을 들어주자 롯데제과는 제품명을 '크레용 울트라짱'으로 변경했다.


2014년에는 일본 제과업체 에자키글리코'가 롯데제과의 '빼빼로 프리미어'가 자사 제품 '바통도르'와 디자인이 유사하다며 소송을 냈고, 2015년 법원은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소송에서 원고가 패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14년 삼양식품은 팔도의 '불낙볶음면'이 자사 제품 '불닭볶음면'을 표절했다며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2017년 CJ제일제당이 자사 제품 '컵반'을 모방했다며 오뚜기와 동원F&B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됐다. 재판부는 "상품 자체가 결과적으로 흔한 형태라면 보호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식품 기업들의 지극히 낮은 연구·개발(R&D) 비용이 타사 제품 베끼기 관행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주요 식품 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 비중은 오뚜기 0.26%, 삼양식품 0.42%, 해태제과 0.5%, 롯데제과 0.7%, 오리온 0.82%, 농심 1.2%, 빙그레 1.23% 등으로 1% 수준에 불과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업계 특성상 특정한 맛에 대해 한 기업이 독점권을 가질 수는 없다"며 "하지만 시대 흐름에 무임승차해 유사 제품을 내놓는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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