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정준영 불법촬영 사건, 경찰이 변호사에게 은폐 제안

권라영 / 기사승인 : 2019-06-13 19: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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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분실한 것으로 쉽게 하면 될 것"
재수사서 드러나…경찰·변호사 혐의 부인

가수 정준영을 2016년에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한 경찰관이 변호사와 짜고 부실수사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 가수 정준영의 2016년 불법촬영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과 변호사가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3일 밝혔다. 사진은 정준영이 지난 3월 2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는 모습. [정병혁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당시 서울성동경찰서 여청수사팀장 A(54) 씨를 직무유기·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정준영 변호사 B(42) 씨를 직무유기·증거은닉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16년 8월 정준영 사건을 조사할 당시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고, 불법촬영 영상 유포 혐의에 대해 조사하지 않은 채 검찰에 송치하는 등 부실수사를 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정준영의 휴대전화 데이터 복구가 불가하다는 내용의 변호인 확인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하고, 이 휴대전화를 자신의 사무실에 보관해온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다만 지난 3월 휴대전화가 초기화된 상태로 제출된 데 대해 그동안 B 씨가 초기화한 것으로 봤으나 정확한 시점을 알 수 없어 불기소처분했다.

당시 정준영 소속사 측에서는 경찰 조사 전 대책회의를 통해 그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 가능성이 낮은 B 씨의 사무실에 보관하기로 했다. B 씨는 지난 3월까지 약 2년 7개월 동안 휴대전화를 보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디지털 포렌식 업체에 휴대폰을 맡겼다고 진술한 정준영 측에게 "포렌식을 의뢰했다고 하지 말고 휴대전화를 분실한 것으로 쉽게, 쉽게 하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고, B 씨가 이를 받아들여 복구 불가 확인서를 제출했다.

A 씨는 또 정준영 측의 포렌식 의뢰서 내용 중 '1~4시간 후 휴대전화 출고 가능. 데이터는 평균 24시간 이내 복구 완료된다'는 글귀를 가리고 복사한 뒤 원본과 대조했다는 도장을 찍어 수사 기록에 첨부했다. 이어 윗선에 "담당자가 휴가를 떠나 2~3개월이 걸릴 것 같다"고 보고했다.

그는 또 휴대전화를 압수하라는 지시에 포렌식 업체를 찾아가 데이터 복원 불가 확인서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A 씨는 정씨가 범행을 일부 시인했고, 데이터 복원 내용은 추후 보내겠다며 휴대전화를 확보하지 않은 채 검찰로 사건을 송치했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연예인 사건이라 부담돼서 빨리 처리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공모 사실과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식사 접대 외에 금품이 오간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러한 정황을 2016년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견했다. 올 초 정준영이 불법촬영 혐의로 조사를 받으면서 2016년 사건에 대한 부실수사 의혹이 일었고, 경찰은 당시 성동서 직원과 기획사 직원·정씨 변호인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며 재수사에 나섰다.

UPI뉴스 / 권라영 기자 ry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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