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 '스몰딜·제재완화' vs '빅딜·제재유지' 입장차 재확인

김당 / 기사승인 : 2019-04-12 17: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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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너프 딜'은 성과 無…'톱다운' 방식 지속은 성과
4·27 판문점선언 1주년 남북정상회담 개최 '발등의 불'
북한, 美의 '대북 인도적 지원' 카드에 응할지 회의적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충분히 괜찮은 거래)이라는 새로운 해법으로 기대를 모았던 일곱번째 한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낮(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북한 비핵화와 그 상응조치(제재 완화)에 대해 논의했으나 미국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1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에서 '톱 다운' 방식이 유효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한 점은 성과로 꼽힌다. 미국은 최근에도 북한 측에 실무회담 재개를 위한 접촉을 제의했으나 북한 측은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청와대로서는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뒤로 북미 간의 교착이 장기화할수록 비핵화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촉진자' 역할을 다시 문 대통령에게 넘긴 것은 긍정적인 신호이다.

문 대통령은 '노딜'(no deal)로 끝난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포괄적 합의와 그것의 단계적 이행'을 골자로 하는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이란 새로운 접근방법을 만들어 한미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구상에 대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기존의 '빅 딜' 입장을 고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기자들이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스몰딜(small deal)을 받을 의향이 있냐고 묻자, "다양한 스몰딜이 이뤄질 수 있으나 현시점에서 우리는 빅딜(big deal)을 이야기하고 있다"며 "빅딜은 핵무기를 폐기하는 것(The big deal is we have to get rid of the nuclear weapons)"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북한이 완화를 희망하는 제재 문제에 대해서도 트럼프는 '현행 유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기자들이 "대북 제재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대화를 위해 제재 완화를 고려하는가"라고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제재가 계속 유지되길 원한다"면서 "현 수준의 제재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며, 놀라운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굿 이너프 딜'의 하나로 거론되는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를 얼마나 지지하냐"는 질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올바른 시기에 엄청난 지지(great support)를 보낼 것"이라면서도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비핵화 관련 남··미 입장 차이

 

 북한

 한국

 미국

 협상 기조

 스몰 딜(small deal)

 '굿 이너프 딜'(good enough deal)

 빅 딜(big deal)

 비핵화 조치

핵미사일 실험중단

풍계·동창리 폐쇄
영변 핵시설 중단·폐기

 핵미사일 실험중단

풍계·동창리 폐쇄
영변 핵시설 중단·폐기

영변 핵시설+α

영변 외 새로운 시설 언급(30여 시설 중 2곳 언급)
핵신고 로드맵 제출 요구

상응조치

(제재완화)

전면적 제재완화 요구(2016~2017년 안보리제재 11건 중 민생 관련 5건 해제 요구)

금강산관광·개성공단 재개

남북한 철도연결사업 개시

先비핵화, 後제재완화

(先비핵화 조치 과정에서 신뢰구축으로 제재완화 범위 단계·동시적 결정)


"나는 그와 사랑에 빠졌다"라는 트럼프식 수사(修辭)를 빼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낸 거의 유일한 긍정적인 메시지는 "북한이 비핵화 관한 완전한 로드맵을 제안한다면 제재 해제·완화 조치를 논의할 계획인가"라는 가정법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트럼프는 이에 대해 "(제재 해제·완화 조치를) 논의할 것이다. 분명 오늘 회담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트럼프로서는 '촉진자'인 문 대통령과 곧 있을지 모를 제4차 남북 정상회담에 공을 토스한 셈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제안을 전제로 한 대북 제재 해제·완화 조치가 정상회담에서 어떻게 논의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회담 분위기로 보면, "다시 한번 중재할 기회를 줄 테니 당신이 김정은을 잘 설득해 보시요" 수준의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 접촉을 통해 우리가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4·27 판문점선언 1주년을 계기로 올해 첫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과제가 외교안보 라인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하지만 남측이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같은 '유인책'도 제공할 수 없는 마당에 과연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통 큰 결단'을 이끌어낼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더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한미정상회담 직전에 열린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전원회의에서 '자력갱생'이란 단어를 25차례나 써 가며 '적대세력들의 제재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0일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4차전원회의에서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신문]


조선노동당 기관지〈노동신문〉11일자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최근에 진행된 조미수뇌회담의 기본취지와 우리 당의 입장에 대하여 밝히면서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대한 직접 비판이나 군사행동을 언급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또한 이는 비핵화 줄다리기에서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실제로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버티려는 장기전 태세에 들어가려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이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한미정상회담 전날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대북 인도적 지원'이란 당근과 "제재 완화 원하면 먼저 영변 핵시설 폐기 이상의 전향적인 조치에 나서라"는 메시지가 김정은에 먹혀들지는 회의적이다.

 

UPI뉴스 / 김당 기자 dangk@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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