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 처지 엇갈리는 서울보증과 HUG

김이현 / 기사승인 : 2019-03-26 11: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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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보증상품 시장 점유율 81%로 HUG가 압도
지급 보험금은 SGI가 더 많아…작년 손해율 207%
"서울과 지방 양극화…지방 가입자 많을수록 손실 커"

부동산 시장이 '내리막길'이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는 19주 연속 하락세다. 세입자들이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역전세난'은 이미 현실이 됐다. 집값과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면서 집을 팔아도 보증금에 못 미치는 '깡통전세'마저 나타나고 있다.


역전세난의 위험에서 세입자들을 지킬 안전장치가 있다. 전세금 보증상품으로, 요즘 '맹활약'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과 서울보증보험(SGI)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이 대표적이다.

 

▲ 서울 강남지역 한 부동산 중개소의 모습. [문재원 기자]


작년 지급 보험금은 SGI가 HUG보다 많아

두 상품 모두 같은 성격의 보험상품인데, 처지는 엇갈린다. 이 상품은 1995년부터 SGI가 독점적으로 운영해오다 2013년 HUG도 뛰어들었고 지금은 HUG가 시장점유율에서 압도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요즘 지급되는 보험금은 SGI가 훨씬 더 많다. 보험상품은 적게 팔았는데 보험금은 더 많이 나가고 있다. 무슨 일인가.


전세보증금 반환 보험(보증)은 세입자의 전세자금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일정 금액의 보증료를 내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보증기관이 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이다. 전세 계약이 끝난 지 한 달 안에 세입자가 보증기관에 청구하면 심사를 거쳐 전세보증금 전액을 지급한다.


두 상품 모두 가입절차는 간단하다. 집주인 동의 없이 가입할 수 있고 전세계약서와 주민등록등본 등 관련 서류를 보증기관의 영업점이나 협약을 맺은 은행에 제출하면 된다. 확정 일자를 받거나 등기부등본상 선순위 권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전세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 혹여나 있을 분쟁 조정이나 소송은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전세금 보증상품은 2년 동안 마음 놓고 전셋집에 살 수 있는 예방책인 것이다.

구조 같지만 보증한도·수수료 등 달라

두 상품 모두 전세금을 대신 돌려주는 기본 구조는 같다. 하지만 일부 조건에서는 차이가 있다.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서울 등 수도권은 7억 원까지, 지방은 5억 원까지만 보증금을 대신 갚아준다. 지역에 따라 보증 한도가 다르지만 아파트인지 다세대주택인지 등 주택의 종류에 따라서는 보증금액의 차이를 두지 않는다.


이와 달리 SGI의 전세금 보장 신용보험은 주택 종류에 따라 보증금액의 한도가 다르다. 아파트의 경우 지역과 관계없이 보증 한도가 없고 그 외 주택에 대해서는 10억 원까지 보증해준다.


수수료는 HUG가 좀더 저렴하다. HUG의 경우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의 0.128%, 아파트 외 주택은 0.154%의 금액을 연간 보증료로 내야 한다. 가령 아파트 보증금 5억 원에 대해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할 경우 보증료는 연 64만 원(5억 원×0.00128)이다. 한 달에 5만3000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SGI의 보증료율은 아파트가 연 0.192%, 아파트 외 주택은 연 0.218%다. HUG보다 각각 0.064%포인트씩 보증료율이 높다. 이 외에도 가입기한이나 선순위 한도 등 차이가 있다.

 

▲ [그래픽=김상선]

SCI 전세금 보증보험 손해율 무려 207%

점유율을 살펴보면 차이는 더 벌어진다. SGI는 2016년 가입 건수 1만5707건이었고 점유율은 34%였다. 2018년 가입 건수는 2만5100건으로 소폭 늘었지만, 점유율은 19%로 떨어졌다. 반면 HUG는 2016년(2만4460건) 66%의 점유율을 보였다가 2018년에는 81%(8만9351건)로 뛰었다.

 
보증금액도 압도적이다. SGI와 HUG는 각각 2조6000억, 5조2000억 원으로 2016년 당시 2배가량 차이가 났다. 2년 뒤 SGI는 보증금액 4조3475억 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HUG는 약 4배 늘어난 19조364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1~2월까지만 해도 이미 HUG의 보증금액은 4조 1643억 원으로 집계됐다. SGI의 2018년 한 해 동안 보증금액과 비슷한 수치다.


그런데도 지난해 대지급 금액은 SGI가 815억 원으로 HUG의 583억 원보다 더 많았다. 보증금액은 적었지만 지출금액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이는 손해율 상승으로 연결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작년 기준 SGI 전세금보증보험의 손해율은 207%였다. 2016년 45%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4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런 차이는 보증상품이 팔린 해당 주택의 지역과 관련이 있다. HUG 보증은 주로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는 가입자들이 많다. 2015년 HUG 가입자 중 서울·경기·인천 거주자 비율은 77.2%였다. 2018년 동일지역 가입자 수는 82.3%로 늘어났다. SGI는 서울·경기·인천 지역별 비중이 2015년 62.3%에서 2018년 60.8%로 줄어들었다. 상대적으로 SGI 보험은 지방 비율이 높았다.

 
결국 두 기관의 처지가 엇갈린 것은 지방 역전세 영향이 컸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세시장 상황 및 관련 영향 점검'을 보면 지방의 아파트 전셋값 하락 비중은 2017년 35.8%에서 지난해 50.8%, 올해 1~2월은 60.3%까지 급증했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은 4.1%에서 10.0%, 16.7%에서 28.1%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지방 가입 비율이 높으면 오히려 손실이 크다"며 "서울은 가격이 많이 올랐고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 자체가 많이 벌어져서 역전세난이 날 확률이 거의 없지만 지방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SGI 관계자는 "최근 전세보증금에 관심이 있는 참여자가 늘면서 시장 전체가 커진 것일 뿐 경쟁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은 서민 주거 보조 상품이기 때문에 수익을 바라고 운영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의 모습.[정병혁 기자]

서울·지방 양극화 가속 우려

역전세난이 전국으로 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과 지방이 양극화인 데다 지방은 더 떨어져 역전세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부동산 시장 불안에 따라 보증보험 가입은 더 늘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지방의 경우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를 해야 한다. 세입자를 위한 대책은 있는데 임대인을 위한 대책은 없다"며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도록 대출해주는 제도가 일시적으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U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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