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산책자] 정월대보름 암사시장과 천호공원 그리고 문구거리

/ 기사승인 : 2019-02-28 14:4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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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시장에서 천호역까지

▲ 암사시장 풍경 [문재원 기자]

 

암사시장 입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오곡밥을 발견했다. 학생들과 소설쓰기 수업을 하고 암사 전철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나도 모르게 오곡밥을 파는 가게 앞으로 갔다. 팥과 콩과 조가 섞인 꼬들꼬들한 오곡밥이 맛있어 보였다. 내일이 정월대보름이라서 오늘밤에 오곡밥을 먹어야 한단다. 그제서야 내일이 보름이라 걸 알았다. 

 

생각해보면 예전엔 정월대보름이 꽤 큰 명절이었다. 쥐불놀이 한다고 밤새 불놀이도 하고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다. 세뱃돈만 없지 설날이 계속된 것 같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월대보름은 명절로써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동네 마트에서 호두, 땅콩을 세일해서 팔 때 대보름이 지났구나 자각하는 정도다. 이왕 시장길로 들어섰으니 오곡밥과 함께 먹을 마른 나물도 몇 가지 살 생각으로 시장 안쪽으로 들어갔다. 


시장 구경은 늘 즐겁다. 물건 하나를 사도 이곳저곳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흥정도 있고, 가끔은 덤도 있다. 생선 가게 앞에 붙은 이름이 생소해서 한참 쳐다봤다. ‘아지’라는 생선이었다. 그물망 안엔 꼬막은 한 바가지에 5000원이다. 오곡밥과 삶은 꼬막. 괜찮은 조합 같다. 자연산 대하가 30마리에 1만 원. 소금구이하면 딱 일 텐데. 건어물 가게 앞엔 비닐포장 된 너트 종류가 깔려 있다. 땅콩, 호두, 잣, 호박씨처럼 익숙한 것들과 브라질 너트, 사차인치 같은 잘 모르는 것들이 뒤섞여 있다. 어묵집 앞엔 사람들이 서서 꼬치어묵을 먹고 있다. 떡집은 보리떡과 백설기는 시식을 할 수 있다. 보리떡은 부드럽고 달달하다. 뽕잎과 백련초, 현미쌀이 들어간 강정을 파는 가게를 지나니 반찬가게다. 정월대보름에 먹는 마른 나물들이 많다. 향수가게, 야채가게, 속옷가게, 옷가게, 화장품 가게, 분식집, 치킨집, 철물점을 지난다. 머리핀과 머리 고무줄을 파는 노점상을 지나니 시장의 끝이다. 


작은 길 하나를 건넜다. 길을 따라 비슷한 연립주택들이 모여 있다. 시장처럼 복잡하지는 않지만 장사하는 작은 트럭들이 몇 대 보였다. 갈치만 파는 트럭과 야채를 파는 리어커를 지나자 조용한 동네가 나왔다. 카페 유리문엔 ‘커피’, ‘맥주’ 가 나란히 쓰여있다. 산책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노령 인구가 많은 곳 근처의 카페는 커피와 맥주를 함께 파는 곳이 많았다. 

 

▲ 천호공원에서 장기를 두는 어르신들 [문재원 기자]

다시 작은 길을 건너 천호공원으로 들어섰다. 이곳부터가 행정구역상 천호동이다. <강동구지(江東區誌)>에 따르면 ‘천호동(千戶洞)’이라는 동명은 이곳에 수천호가 살 만한 지역이 될 것이라는 풍수지리설에 따라 붙여졌다고 한다. 천호공원은 공연을 할 수 있는 야외공원을 중심으로 농구장, 족구장 같은 편의시설이 배치되어 있다. 공원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벤치 곳곳은 장기판을 중심으로 빙둘러선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다. 장기를 두는 사람은 두 사람 뿐일 텐데 관전하거나 훈수 두는 사람은 많은 셈이다. 농구장엔 학생들이 농구공을 쫓아다니느라 분주하다.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숲속 도서관’이라는 글씨가 보였다. 옛 공중전화 박스를 활용해서 책을 보관할 수 있게 만들고 도서관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안에 있는 책은 누구나 자유롭게 꺼내서 읽고 제 자리에 꽂아두면 된다. 천호공원은 1998년 파이로트 공장부지를 서울시가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었다. 


공원 바로 옆에는 강동구립 해공도서관이 있다. 3·1운동과 상해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한 해공 신익희 선생의 호를 딴 도서관이다. 공원과 도서관은 썩 잘 어울린다. 그러고보니 도서관 옆엔 공원이 조성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이것도 그동안 산책 경험에서 새롭게 안 사실이다.  

 

▲ 천호동 문구거리의 용품 가게 [문재원 기자]

광진교 남단 사거리에서 대각선 방향으로 길을 건넜다. 여기까지 왔으니 천호동 문구거리를 구경할 참이었다. 강동구에 사는 사람들은 문구거리를 알고 있고,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듯했다. 문구거리에 대해 나도 몇 번 들은 적이 있는 걸 보면. 연필 모양 입구가 멀리서도 그곳이 문구거리라는 걸 알게 해줬다. 카카오프렌즈, 포켓몬 필통, 포켓몬 카드, 보드게임, 장난감 로봇, 우산 등 완구류와 팬시용품들이 거리에 즐비하다. 


미술용품 가게에서 스케치북을 하나 샀다. 또 다른 가게에 들어가 수첩으로 사용할 작은 공책과 샤프를 샀다. 여기에 왜 문구거리가 생겼을까요 궁금해서 물었으나 그럴듯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유리상자 안에 진열된 프라모빌 건담을 발견했다. 내 키와 비슷한 건담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가게 안에는 여러 종류의 건담들이 크기별로 정리되어 있었다. 건담들마다 이름이 붙여져 있었지만 나에겐 생소했다. 학생들 고객도 많지만 성인 고객도 많다고 한다. 정교한 건담들이 접착제 사용을 하지 않고 조립만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니 프라모빌의 세계도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문구거리의 가격은 일반 소매 문구점보다 조금 쌌다. 직접 물건을 보고 구입할 수 있고,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천호역 1번, 2번 출구에서 가깝다.


천호역 주변의 특색있는 거리와 강동의 명물 동명대장간, 강풀 만화거리가 있는 성내동 산책을 다음으로 미루고 천철을 타기 위해 천호역 입구로 들어섰다.

 

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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