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토지><국수> 등 내 손 거쳐 완간했죠”

이성봉 / 기사승인 : 2019-02-25 16: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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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격 인터뷰] 임우기 문학평론가 겸 솔출판사 대표
올해 <버지니아 울프 전집> 16권 28년 만에 펴낼 것
30년전 기형도 이어 지난해 조광희·신영 작가 발굴
▲ 임우기 문학평론가 겸 솔출판사 대표 [이성봉 기자]

 

지난해 우리 문단이 거둔 큰 성과 가운데 하나는 김성동 작가의 장편소설 <국수>가 27년 만에 완간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 휴가 때 탐독해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이 대작의 완간에는 김 작가의 노고 못지않게 뒤에서 오랜 세월 애쓴 임우기(63) 솔 출판사 대표가 있다. 


1980년대 중반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뒤 ‘문학과지성’ 편집장 등을 지낸 임 대표는 1990년 솔 출판사를 세우고 지금까지 내로라하는 대작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대하소설이 그의 손을 거쳤다. 1993년부터 박경리 작가의 <토지>(전16권)를 출판해 완간했으며 지난해에는 1991년 ‘문화일보’ 창간호에 연재를 시작한 이후 27년 만에 김성동의 소설 <국수>(전5권, 국수사전 1권)를 완간했다. 또 <오장환 전집>(전4권), <조재훈 선집>(전4권) 등을 펴내면서 어느 때보다 왕성한 출판 작업을 마무리했다. 2017년에는 <카프카 전집>(전10권)을 첫 기획 후 25년 만에 완간했을 뿐 아니라 총 10권으로 예정된 김홍정 소설 <금강>도 6권을 먼저 출간했다. 올해는 지난 28년간 미뤄 왔던 숙제 <버지니아 울프 전집>의 완간을 기다리고 있다.


올 1월 초에는 출판계의 빅뉴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난 5년간 끌어오던 소송 ‘<대망> 불법 간행 건’ 1심에서 “위법” 판결이 난 것이다. 이는 그동안 고질적인 해적 출판물에 대해 경종을 울린 의미 있는 판결로 그의 뚝심이 아니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 불법 해적 출판물 <대망>을 상대로 5년간 소송 끝에 승소한 솔출판사의 정식 번역 대하소설 <도쿠가와 이에야스> [솔 출판사]

임 대표는 일본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와 2004년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도쿠카와 이에야스>를 출판했다. 그런데 정식 출간물보다 불법 출간물 <대망>이 더많이 팔려 나갔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직접 소송을 제기하며 5년 가까이 고군분투하면서 잘못된 시장질서를 바로잡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 출간할 <버지니아 울프 전집>은 총 16권으로 소설, 에세이, 산문, 비평문 등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한데 모은 역작이다. 이 전집은 무려 28년이나 걸렸다. 1991년 서울대 영문과 명예교수인 박희진(83) 선생과 말 한마디로 시작해 28년 동안 숙제로 이어왔다는 설명이다. 


소설 <금강>은 더욱 유별나다. 김홍정 작가가 5년 전 보내온 초고는 대략 원고지 2500장 분량이었다. 단숨에 초고를 읽은 임 대표는 김홍정 작가와 그동안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리고 중종반정에서 병자호란 시기까지 모두 1만 3000장에 달하는 대하소설 완성을 독려하고 나섰던 것이다. 요즘 출판시장을 생각하면 쉽게 엄두도 못낼 일이다. 


임 대표는 김 작가가 보완한 작품에 대해 “대화문을 팔도사투리로 표현하고 구성의 디테일도 강화했다”면서 “심리 묘사나 객관적 사실 표현과 지역 언어가 살아 있는 역작”이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임 대표는 “이데올로기만을 주제로 내세우는 소설은 문학의 본류가 아니다”면서 “소설의 언어가 생명력을 가지려면 그 지역과 역사를 지닌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도 이청준의 <서편제> 사례에서 보듯 판소리 사설을 서울말로 표현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데올로기 소설들은 계급투쟁을 부각시키고, 시대의 주장과 자기의 세계관을 설명해 주면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설이 일시적으로 대중성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고유한 소설언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고 이런 면에서 이문구 선생(1941~2003)의 전통을 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계간지 <문학의 오늘>도 발간하고 있는데, 지난 겨울호부터 제호를 <영화가 있는 문학의 오늘>로 바꾸었다. 쉽지 않은 제호 변경의 결정에 대해서는 “지금 시대는 영상시대”라면서 “활자와 문학이 영상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영화에 문학이 종속되거나 문학에 영화가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극복하며 발전해 나가는 관계를 지향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임 대표는 신인 작가 조광희와 신영을 발굴했다. 그는 이들이 새로운 시각과 사유를 제공하는 작가들로서 우리 문단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들이 현실 문단의 지나친 이데올로기화나 권력화·상업화한 문학적 감성을 극복하는 글쓰기를 해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설 <리셋>의 조광희 작가는 한국문학은 가야 할 시대적 방향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조 작가는 소설에서 철학적으로 새로운 인간성을 탐색하고, 그 인간성이 새로운 시간관을 모색하고 있고, 공간적으로는 유역(지역) 정신, 즉 교류의 정신을 내포하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도 노마드 성격을 가진 현대 도시의 유목민으로 나타난다. 수백년 전의 현상을 ‘지금’ 보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공간과 시간적으로 시원의 세계를 지금 보는 것이다. 원시와 현재가 같이 있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그의 작품 세계를 평했다. 


또한 정치인(신기남)에서 변신한 신영 작가에 대해서는 그동안 쌓아온 지식에 문학적 표현을 더해 우리 문단을 다채롭게 해줄 주역이라며 추켜세웠다. 


임우기 대표 앞에는 여전히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고인이 된 김구용 교수의 중국 고전 <옥루몽>과 <서유기> 등 번역 문학선집 작업 등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UPI뉴스 / 이성봉 기자 sblee@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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