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간장공장 공장장' 오경환 샘표 부사장 "40년 간장인생"

남경식 / 기사승인 : 2019-02-04 08:4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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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설비 고안해 조선간장 복원한 '간장 장인'…청춘 '간장 제조'에 바쳐
IMF때 구조조정없이 전직원 생존...샘표식품 경쟁력 원천

발음 고수들만 정확히 말할 수 있다는 "간장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73년 전통의 국내 1위 간장 기업 '샘표식품'(대표 박진선)의 '간장공장 공장장'은 '오 공장장'이다. 40년째 샘표식품에서 근무중이며, 18년째 간장공장 공장장으로 일하고 있는 오경환 부사장을 만났다.

"제가 1978년 입사했으니 샘표와 함께한 시간이 40년이 넘네요."

푸근한 인상의 오경환 부사장은 샘표에서 보낸 40년 이야기를 천천히 꺼내놓았다. 오 부사장은 대학 졸업 후 샘표식품 연구실에 입사해 5년 가까이 근무했다. 이후 간장을 만드는 생산부서로 옮겼고, 2001년부터 공장장 직을 맡아 18년째 간장공장을 책임지고 있다. 이천에 위치한 샘표 간장공장은 2만5000평으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 오경환 부사장이 샘표식품 이천 간장공장 사무실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오 부사장이 생산부서에서 처음 맡은 업무는 메주를 만드는 일이었다. 공장에서는 메주를 콩알 만한 작은 크기로 만들어 발효시킨다. 옛날에는 메주를 손으로 직접 '제국틀'이라는 나무 상자에 넣어 발효시켰다. 기계화가 되기 전까지 오 부사장은 하루에 3000상자 가까운 제국틀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수작업으로 할 때는 메주를 하루 5톤 정도 만들었는데, 기계화가 되면서 최소 12톤을 작업하게 됐어요. 그런데 하루는 기계 조작을 잘못하는 바람에 안에 있는 메주를 꺼낼 방법이 없는 일이 생겼습니다. 기계화가 돼서 편하고 좋기도 하지만, 실수하면 대형 사고가 터지는구나 하는 걸 알았습니다."

당시는 자동생산설비가 보편화되기 전이었다. 오 부사장은 기계에 대해 물어볼 곳도 없어, 하나씩 테스트를 해가며 생산작업을 안정화시켜 나갔다.

오 부사장은 IMF 외환위기 때 회사의 정책도 가슴에 남는다고 했다. 많은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하고 직원들을 해고하던 시절, 샘표는 단 한 명의 직원도 자르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힘든 시기니 다 같이 함께 잘 견디자고 했습니다. 제품 값도 올리지 않았죠.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내는 소비자들과 함께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 오경환 부사장이 샘표식품 이천 간장공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샘표식품 제공]


2001년에는 세계 최초로 전통 한식간장인 조선간장을 복원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밀과 콩으로 만드는 양조간장과 달리, 콩으로만 만드는 조선간장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었다.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일이라 복원하고 제품 구현을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생산설비도 없어, 오 부사장은 직접 생산설비를 고안해 도입했다.

"전통 한식간장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것은 정말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통 간장을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샘표가 앞장섰다는 것에 자긍심도 갖고 있죠."

대량으로 생산되는 간장과 전통 간장의 가장 큰 차이는 '미생물'이다. 전통 간장은 자연상태에서 발효돼 만들어지기 때문에 미생물을 고를 수 없다. 좋은 나쁜 미생물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량 생산되는 간장은 품질 안전은 물론 일정한 맛도 보장돼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고의 맛과 향을 내는 미생물을 선별해 사용한다.

오 부사장은 "원료가 들어오고 폐기물이 처리되기까지 간장 공장의 흐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10년 이상은 걸렸다"며 "또 십수년 동안 구상한 개선안들을 이제 적용하고 있다"며 앞으로 할 일이 한참 멀었다는 듯 웃었다. 간장 이야기를 할 때면 오 부사장은 청춘이 되는 듯했다.

"샘표인이라 가장 좋았던 점요?  회사의 방침을 보면 '이게 맞다'고 생각하면 좀 시간이 걸리고 투자가 필요하더라도 쭉 밀어붙이는 것이 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바로 이익이 안 생겨 진행하기 쉽지 않은 일인데도 계속 지원해 주니 대단한 일이죠."

40년 직장생활을 통해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냐는 질문에 오 부사장은 "중도포기는 하지 말자"라고 강조했다.

"끝까지 해서 결과를 보고, 잘못됐으면 왜 잘못됐는지 수정하면 됩니다. 중도포기하면 아예 빛을 못 보죠. 잘못된 것을 하나씩 수정하고 고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U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u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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